<화제의인물> 돌아온 '친박' 서청원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47:55
  • 댓글 0개

죽다 살아난 '풍운아'…여당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친박원로'서청원이 돌아왔다. 5년 만이다.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처럼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던 왕년의 정계 거물이 보란 듯이 컴백했다. 수차례 고비를 넘긴 그의 롤러코스터 정치인생과 역할론을 짚어봤다.



'원조 친박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서 고문의 당 복귀는 5년 만이다.

당 들락날락
5년 만에 복귀

19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서 고문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전국총학생연합회 위원장 출신으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6·3 세대다. 6·3사태(1964년 6월3일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진압한 사건) 주도 혐의로 100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19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서 고문은 1980년 광주항쟁 때 '광주사태 특파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5·18 특파원 리포트>란 단행본을 발간했다. 같은해 민주한국당 선전분과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 1981년 11대 총선(서울 동작구)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2대 총선에서 낙마한 그는 같은 지역구 13·14·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당적이 '민한당→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위원을 계기로 '상도동계'에 들어간 그는 민주당에서 대변인(1989년),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1989년) 등을 지냈다. 신한국당 때엔 원내총무(1996년) 등을 맡으면서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 이회창'기치를 내건 정치발전협의회를 주도, 이수성 전 총리를 지지했으나 야당이 된 뒤 이회창 후보와 YS와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했다.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고는 사무총장(1998년), 대표최고위원(2002년),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서 고문의 정치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당도 들락날락했다.


서 고문은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당시 대선 직전 한화그룹과 썬앤문그룹에서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4년 1월 구속됐다가 열흘 뒤 국회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풀려났다.

두 달 뒤 국회 회기가 끝나 재수감된 서 고문은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의 대표였던 제가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5개월 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난 서 고문은 재판 끝에 2005년 형이 확정됐지만 이듬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탈당·복당 반복 '롤러코스터 정치인생'
'검은돈'받고 수감-사면-복권 기사회생

이후 잠시 여의도를 떠나 있었던 서 고문은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와 손을 잡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것. 그때부터 '친박계 어른'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떨어졌고, 서 고문의 정치인생도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곧바로 이어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밀려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자 또 다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서 고문은 홍사덕, 이규택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표를 맡았다. 영남권 위주로 후보를 낸 결과 14석(지역구6석+비례대표 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 고문도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차 6선이 됐다. 정치권에선 '역시 서청원'이란 말이 회자됐다.

이도 잠시. 위기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김노식·양정례 전 의원에게 32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 고문은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물론 의원직도 잃었다. 서 고문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명백한 정치적 탄압과 잔인한 보복의 결과"라며 옥중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가 고초를 겪는 동안 친박연대 의원들은 대부분 복당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를 비롯한 탈당한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명박-박근혜 회동 후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물의를 일으킨 서 고문은 복당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꺼질 뻔한 서 고문의 정치인생에 서광이 비친 것은 2010년 8월. 청와대는 서 고문을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해 남은 형기 중 6개월을 감형키로 결정했다. 당시 서 고문은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기간이었으나 재수감을 자청해 교소도로 들어갔다. 그전까지 건강상의 이유로 수형생활과 형집행정지를 반복했었다.

역경 이긴 오뚝이?
물 흐린 미꾸라지?

정치권에선 가석방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법상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하지 않으면 가석방이 어렵다는 내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미 수형생활을 한 5개월과 감형된 형기를 제외하고 7개월 형기가 남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서 고문은 2010년 말 성탄절특사 가석방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자유의 몸'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화해무드'가 유효했다는 평이다. 서 고문의 세 번째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다. 감형 직후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계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대선 때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외곽에서 '박근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마다 '해결사'였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 캠프의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 등에서 대활약했다는 후문이다.

서 고문은 때를 기다린 듯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대선이 그의 의도대로 끝나고, 지난 1월 MB정부 마지막 사면의 혜택을 받아 복권됐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오래전부터 박근혜 정치멘토
향후 행보는?…역할론 부상

정치권에선 서 고문이 향후 어떤 정치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고문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상임고문직은 최고위원회 자문 기능을 가진다. 또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 전달 및 의견 개진도 할 수 있다. 상임고문 회의는 대표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상임고문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된다. 서 고문까지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모두 36명이다.



액면상으론 그 역할이 한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당의 상임고문은 막후에서 '숨은 조력자'노릇을 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

친박계는 서 고문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 '수족'들의 입각으로 약해진 친박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 고문이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만약 4·24 재보선 부산 영도에 출마한 '친박계 좌장'김무성 후보까지 가세한다면 친박계 파워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서 고문과 김 후보는 당내 권력지형의 변수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으로선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정치적 조언을 해온 많지 않은 측근 중 1명으로 꼽힌다. 6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 등을 들어 서 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 노선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초부터 청문회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태. 서 고문이 중간에서 이를 다잡는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 고문이 친박계 뿐만 아니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중진 의원들까지 결집해 영향력을 키울지도 관심거리다.

친박 결속력 강화?
'막후 조력자'노릇?
당청 연결고리 역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은 절대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당에서 할 일이 있지 않겠냐. 아마 없어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서 고문의 역할론을 얘기하긴 이르지만 박 대통령에겐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서 고문은 '독오른'여론을 의식해선지 일단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내가 봐도 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상임고문으로서 역할에 대해선 "뭐를 드러내 놓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후배 의원들에게 필요하면 정치적 조언을 해주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서 고문 컴백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전후해 당명까지 바꾸며 공천개혁을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쇄신이 결국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눈속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판명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 고문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친박 핵심 인사란 점에서 대통령을 의식한 재입당 의결이 아닌지 의심했다.


김무성 가세하면…
야 "모종의 의도"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 고문의) 귀환이 당을 친박실세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가뜩이나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있는 새누리당이 더욱 식물정당화돼 18대 국회 때처럼 거수기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