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8>새정부 첫 4·1 대책 총평

박근혜표 ‘종합선물세트’풀어보니…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양도세 등 세제와 금융규제, 공급규제 등의 내용이 ‘종합선물세트’형식으로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정부가 주택 구매 수요 진작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금년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소득세도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된다는 대목이다.

서민 주거안정·주택거래 활성화 골자
양도세 등 세제 혜택…금융·공급규제

정부는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주택거래 활성화 및 보편적 주거복지 방안 등이 총망라된 것으로 주택거래 장벽을 낮춰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사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생애최초주택 구입시 LTV 한도를 10%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LTV 한도는 현행 50%에서 60%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포함한 지방은 현행 60%에서 70% 수준으로 완화된다.

“살 능력 있으면   
사게 하는 방안”

DTI도 생애최초 주택구입 실수요자에 한해 일부 완화한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한도를 2억원까지 가능토록 한다. 대출기간 등에 따라 일부 비율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는 대략 10%포인트 정도의 대출 비율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취득하는 미분양 주택과 신축주택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을 방침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 구입할 경우 LTV·DTI 완화와 더불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신혼부부에겐 1억원 한도 내에서 연 3%초반의 저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현행 연 4.3% 수준의 근로자주택구입자금과 연 3.7%의 전세자금 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내린다.

전세금 인상분에 대한 저리 대출과, 저소득 임차가구를 위한 주택바우처제도도 도입된다. 임대주택 물량은 대폭 늘어난다. 공공분양주택은 기존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축소하고, 60㎡ 이하 소형주택으로만 공급키로 했다.

동시에 보금자리주택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전용면적 30∼50㎡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자금 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임대료 인상률을 연 5%선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다주택자를 임대 공급자로 끌어들이는 ‘준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해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다주택자 규제도 일부 완화키로 했다.

정부가 4·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일부 분양시장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수요자들이 몰리거나 높은 청약 계약률이 나타나는 등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들 사이에선 대책들의 국회통과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세가 짙어 ‘거래절벽’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2∼4일 사흘간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계약을 진행한 결과 874가구 모집에 695가구가 계약해 85%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계약일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이어서 뜻하지 않게 수혜를 입은 셈이다.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국회에서 소급 적용해줄 것으로 보고 상당수 계약자들이 계약에 나섰다고 분양 관계자들은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5일 문을 연 ‘부산 더샵 시티애비뉴’모델하우스에도 예비 수요자들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4·1 대책 발표 이후 미분양시장에도 수요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림산업이 작년 10월 분양한 보문4구역 ‘e편한세상 보문’아파트의 경우 하루 5건 미만이던 문의전화가 대책 발표 이후 2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책 발표 이후 전용면적 84㎡ 규모에 대한 가계약만 4건 성사됐다.


오랜만에 분양시장 훈풍
모델하우스 수요자 몰려
국회통과까지…관망세도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작년 7월 입주를 개시한 ‘삼송 아이파크’아파트 가계약 건수는 30건에 이른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일산 아이파크’아파트 분양사무실 상담 문의도 하루 평균 15건에서 대책 발표 후 40건을 넘었고, 이중 30여 건이 가계약이 됐다.

올해 9월 입주를 앞둔 ‘강서한강자이’아파트에도 문의전화가 2배 늘었다. 이 아파트는 중소형이 전체의 60%로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영등포 아트자이’에도 하루 30통씩 전화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GS건설은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전용 98㎡에 잔금 이자를 지원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2구역 ‘텐즈힐’할인율도 현재 15%에서 20%로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양도세 면제 혜택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 등을 위한 국회에서의 절차가 지연되면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거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다시 ‘거래절벽’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국의 중개업자들은 4·1 부동산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써브가 지난 3∼5일 전국 회원 중개업소 599곳(수도권 335명, 지방 264명)을 대상으로 4·1 부동산대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3.6%(261명)가 다소 긍정적, 18.2%(109명)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해 긍정적인 평가가 61.8%(37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청약 계약률
‘거래절벽’우려도

반면 6.7%(40명)는 다소 부정적, 3.8%(23명)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총 10.5%(63명)로 나타났다. 나머지 응답자인 27.7%(166명)는 이번 대책을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청약제도 개선이 31.1%(186명)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주택공급물량 조절 28.4%(170명),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 확대 25.5%(153명), 과도한 규제 개선 11%(66명),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4.0%(24명) 순이었다.

‘하우스·렌트푸어 지원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하우스푸어 중 주택매각 희망자 임대주택 리츠에 매각 지원이 32.2%(19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인 목돈 안드는 전세 실시 20.5%(123명), 프리워크아웃 확대 19.2%(115명),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가입연령 하향(60세→50세)·일시인출한도 확대 15.2%(91명), 연체차주 부실채권 매입·하우스푸어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입 12.9%(77명) 순이었다.

‘서민 주거복지 강화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공공주택 연 13만 호 공급이라는 응답이 31.2%(18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 강화 27.9%(167명), 공공임대 관리 공공성 강화 16.0%(96명), 행복주택 공급 12.9%(77명), 생애주기별 주거지원 강화 12.0%(72명) 순이었다.

이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개업자들은 새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지목된 ‘양도세 한시 감면’의 경우 가격이 낮아도 85㎡ 이상은 대상에서 제외돼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법 통과 전에는 심각한 거래 중단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빠른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규 분양 주택과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방안인데 올 연말까지 9억원 이하 신규 분양 주택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앞으로 5년간 발생하는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은 지난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실시됐다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전국 중개업자 62% 긍정적 평가
“양도세 감면·청약제 개선 효과”

이에 따라 신규 분양 아파트 및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양도세 혜택이 예상되는 수혜 단지들이다.

▲신규 분양 주택 =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에 ‘별내2차 아이파크’를 이달 중 분양 계획이다. 전용 72㎡ 352가구, 전용 76㎡ 13가구, 전용 84㎡ 718가구, 총 1083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대단지 브랜드타운 아파트로, 차별화된 평면과 희소성이 있는 중소형 면적 구성이 특징이다.

별내2차 아이파크는 바로 옆에 있는 별내 아이파크 753가구와 함께 총 1836가구 대단지 아이파크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자연환경이 쾌적한 힐링단지로 주변에 불암산과 덕송천 등 더블 조망권이 가능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진입이 용이한데다 지구 남쪽으로 경춘선 별내역이 지나 교통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단지 북쪽으로는 지하철 4호선 연장이 예정돼 있으며, 이 노선은 2015년 착공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지난달 27일 청약 1·2순위를 시작으로 지난 9일 계약을 마쳤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99㎡ 904가구로 구성된다. 단지 인근으로 초·중·고교가 있어 학군이 우수하다. 전용 84㎡ 타워형은 동탄신도시 최초로 4베이(4룸, 3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해 서비스 면적을 극대화했다. 전용 99㎡ 판상형은 전 가구를 남향 배치해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중앙공원) 조망권을 확보했다.

▲미분양 주택 = 동원개발은 고양시 삼송지구 A17블록에 짓는 ‘삼송로얄듀크’를 분양 중이다. 고양 삼송택지지구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접해 있어 서울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 단지는 용적률 169%을 적용해 전용 84∼116㎡ 총 598가구가 들어선다. 단지 인근에 2만여㎡에 달하는 근린공원이 있으며 단지 3면이 자연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을 걸어서 7분 만에 이용할 수 있다. 10개 동 모두 남동, 남서향으로 배치됐으며 남동향으로 배치된 라인들은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다.

신규·미분양에
문의전화 쏟아져

한양은 수원 영통구 망포동 일대에 ‘영통 한양수자인 에듀파크’를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8층 8개 동 전용 59∼142㎡ 총 530가구 규모다. 분당선 연장선 망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영통지구와도 인접해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인접해 있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용인사업장과도 가까워 배후수요도 많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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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