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8>새정부 첫 4·1 대책 총평

박근혜표 ‘종합선물세트’풀어보니…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양도세 등 세제와 금융규제, 공급규제 등의 내용이 ‘종합선물세트’형식으로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정부가 주택 구매 수요 진작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금년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소득세도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된다는 대목이다.

서민 주거안정·주택거래 활성화 골자
양도세 등 세제 혜택…금융·공급규제

정부는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주택거래 활성화 및 보편적 주거복지 방안 등이 총망라된 것으로 주택거래 장벽을 낮춰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사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생애최초주택 구입시 LTV 한도를 10%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LTV 한도는 현행 50%에서 60%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포함한 지방은 현행 60%에서 70% 수준으로 완화된다.

“살 능력 있으면   
사게 하는 방안”

DTI도 생애최초 주택구입 실수요자에 한해 일부 완화한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한도를 2억원까지 가능토록 한다. 대출기간 등에 따라 일부 비율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는 대략 10%포인트 정도의 대출 비율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취득하는 미분양 주택과 신축주택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을 방침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 구입할 경우 LTV·DTI 완화와 더불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신혼부부에겐 1억원 한도 내에서 연 3%초반의 저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현행 연 4.3% 수준의 근로자주택구입자금과 연 3.7%의 전세자금 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내린다.

전세금 인상분에 대한 저리 대출과, 저소득 임차가구를 위한 주택바우처제도도 도입된다. 임대주택 물량은 대폭 늘어난다. 공공분양주택은 기존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축소하고, 60㎡ 이하 소형주택으로만 공급키로 했다.

동시에 보금자리주택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전용면적 30∼50㎡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자금 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임대료 인상률을 연 5%선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다주택자를 임대 공급자로 끌어들이는 ‘준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해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다주택자 규제도 일부 완화키로 했다.

정부가 4·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일부 분양시장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수요자들이 몰리거나 높은 청약 계약률이 나타나는 등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들 사이에선 대책들의 국회통과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세가 짙어 ‘거래절벽’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2∼4일 사흘간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계약을 진행한 결과 874가구 모집에 695가구가 계약해 85%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계약일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이어서 뜻하지 않게 수혜를 입은 셈이다.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국회에서 소급 적용해줄 것으로 보고 상당수 계약자들이 계약에 나섰다고 분양 관계자들은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5일 문을 연 ‘부산 더샵 시티애비뉴’모델하우스에도 예비 수요자들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4·1 대책 발표 이후 미분양시장에도 수요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림산업이 작년 10월 분양한 보문4구역 ‘e편한세상 보문’아파트의 경우 하루 5건 미만이던 문의전화가 대책 발표 이후 2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책 발표 이후 전용면적 84㎡ 규모에 대한 가계약만 4건 성사됐다.


오랜만에 분양시장 훈풍
모델하우스 수요자 몰려
국회통과까지…관망세도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작년 7월 입주를 개시한 ‘삼송 아이파크’아파트 가계약 건수는 30건에 이른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일산 아이파크’아파트 분양사무실 상담 문의도 하루 평균 15건에서 대책 발표 후 40건을 넘었고, 이중 30여 건이 가계약이 됐다.

올해 9월 입주를 앞둔 ‘강서한강자이’아파트에도 문의전화가 2배 늘었다. 이 아파트는 중소형이 전체의 60%로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영등포 아트자이’에도 하루 30통씩 전화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GS건설은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전용 98㎡에 잔금 이자를 지원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2구역 ‘텐즈힐’할인율도 현재 15%에서 20%로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양도세 면제 혜택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 등을 위한 국회에서의 절차가 지연되면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거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다시 ‘거래절벽’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국의 중개업자들은 4·1 부동산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써브가 지난 3∼5일 전국 회원 중개업소 599곳(수도권 335명, 지방 264명)을 대상으로 4·1 부동산대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3.6%(261명)가 다소 긍정적, 18.2%(109명)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해 긍정적인 평가가 61.8%(37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청약 계약률
‘거래절벽’우려도

반면 6.7%(40명)는 다소 부정적, 3.8%(23명)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총 10.5%(63명)로 나타났다. 나머지 응답자인 27.7%(166명)는 이번 대책을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청약제도 개선이 31.1%(186명)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주택공급물량 조절 28.4%(170명),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 확대 25.5%(153명), 과도한 규제 개선 11%(66명),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4.0%(24명) 순이었다.

‘하우스·렌트푸어 지원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하우스푸어 중 주택매각 희망자 임대주택 리츠에 매각 지원이 32.2%(19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인 목돈 안드는 전세 실시 20.5%(123명), 프리워크아웃 확대 19.2%(115명),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가입연령 하향(60세→50세)·일시인출한도 확대 15.2%(91명), 연체차주 부실채권 매입·하우스푸어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입 12.9%(77명) 순이었다.

‘서민 주거복지 강화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공공주택 연 13만 호 공급이라는 응답이 31.2%(18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 강화 27.9%(167명), 공공임대 관리 공공성 강화 16.0%(96명), 행복주택 공급 12.9%(77명), 생애주기별 주거지원 강화 12.0%(72명) 순이었다.

이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개업자들은 새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중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지목된 ‘양도세 한시 감면’의 경우 가격이 낮아도 85㎡ 이상은 대상에서 제외돼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법 통과 전에는 심각한 거래 중단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빠른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규 분양 주택과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방안인데 올 연말까지 9억원 이하 신규 분양 주택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앞으로 5년간 발생하는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은 지난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실시됐다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전국 중개업자 62% 긍정적 평가
“양도세 감면·청약제 개선 효과”

이에 따라 신규 분양 아파트 및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양도세 혜택이 예상되는 수혜 단지들이다.

▲신규 분양 주택 =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에 ‘별내2차 아이파크’를 이달 중 분양 계획이다. 전용 72㎡ 352가구, 전용 76㎡ 13가구, 전용 84㎡ 718가구, 총 1083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대단지 브랜드타운 아파트로, 차별화된 평면과 희소성이 있는 중소형 면적 구성이 특징이다.

별내2차 아이파크는 바로 옆에 있는 별내 아이파크 753가구와 함께 총 1836가구 대단지 아이파크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자연환경이 쾌적한 힐링단지로 주변에 불암산과 덕송천 등 더블 조망권이 가능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진입이 용이한데다 지구 남쪽으로 경춘선 별내역이 지나 교통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단지 북쪽으로는 지하철 4호선 연장이 예정돼 있으며, 이 노선은 2015년 착공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지난달 27일 청약 1·2순위를 시작으로 지난 9일 계약을 마쳤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99㎡ 904가구로 구성된다. 단지 인근으로 초·중·고교가 있어 학군이 우수하다. 전용 84㎡ 타워형은 동탄신도시 최초로 4베이(4룸, 3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해 서비스 면적을 극대화했다. 전용 99㎡ 판상형은 전 가구를 남향 배치해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중앙공원) 조망권을 확보했다.

▲미분양 주택 = 동원개발은 고양시 삼송지구 A17블록에 짓는 ‘삼송로얄듀크’를 분양 중이다. 고양 삼송택지지구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접해 있어 서울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 단지는 용적률 169%을 적용해 전용 84∼116㎡ 총 598가구가 들어선다. 단지 인근에 2만여㎡에 달하는 근린공원이 있으며 단지 3면이 자연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을 걸어서 7분 만에 이용할 수 있다. 10개 동 모두 남동, 남서향으로 배치됐으며 남동향으로 배치된 라인들은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다.

신규·미분양에
문의전화 쏟아져

한양은 수원 영통구 망포동 일대에 ‘영통 한양수자인 에듀파크’를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8층 8개 동 전용 59∼142㎡ 총 530가구 규모다. 분당선 연장선 망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영통지구와도 인접해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인접해 있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용인사업장과도 가까워 배후수요도 많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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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