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특집④> 대한민국 新권력지도-30대 재벌그룹 서열 판도


1996년 이후 30위내 대기업 가운데 50%만 생존
IMF 파고 결정적 계기 … 총수 비리 몰락 부채질

1996년 5월 <일요시사>가 창간된 이래 지난 13년 동안 재계엔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외환위기(IMF)와 경영진의 비리로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 삼아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창간 13주년을 맞아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기준으로 13년 전과 현재의 재계 서열을 비교해 봤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13년간 재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외환위기(IMF)다. 이는 1990년대 말을 전후해 재계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제 이 시기를 겪으며 30대 재벌그룹 중 절반 정도가 ‘물갈이’된 상태다. 이 와중에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룹의 처참한 몰락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삼성 선두
현대그룹 방계 명맥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자산총액 기준으로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위는 삼성그룹(174조9000억원)이다.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범삼성계 기업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하다. 1991년과 1993년 독립경영을 선언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 각각 재계순위 19위(12조원)와 17위(12조3000억원)에 올라있다.

삼성그룹에 ‘톱’자리를 내준 현대그룹은 2001년 ‘왕회장’(고 정주영 창업주)이 세상을 뜬 직후 뿔뿔이 흩어졌다. 현대그룹은 1987년 공정위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원한 절대강자일 것 같았던 ‘현대 왕국’도 IMF 파고를 넘지 못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등 핵심계열사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고, 2000년 형제간 재산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 이른바 ‘왕자의 난’등의 분란을 겪은 끝에 구조조정과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다.

다만 당시 떨어져나간 현대차그룹(2위·117조2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6위·40조9000억원), 현대그룹(16위·12조6000억원), KCC그룹(29위·6조6000억원) 등 ‘현대’방계기업들이 3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현대백화점그룹(31위·5조9000억원), 현대산업개발(33위·5조7000억원) 등은 40위권에 랭크돼 있다.

삼성·현대그룹과 함께 재계 ‘빅4’로 꼽히는 LG그룹과 SK그룹은 큰 변화가 없었다. 1996년 각각 3위와 5위였던 이들 기업은 현재 자리만 바뀌어 SK그룹이 3위(85조9000억원), LG그룹이 4위(68조3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LS그룹에 이어 2005년 GS그룹이 알짜 계열을 갖고 분할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기업은 분리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둬 30위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GS그룹은 7위(39조원), LS그룹은 15위(12조8000억원)다.

SK그룹은 2003년 촉발된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13년 전에 비해 오히려 순위가 상승했다.

이처럼 약진이 두드러진 기업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그룹, 대한전선그룹이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지난해 대한통운 등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 1996년 11위였던 재계 순위를 8위(37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STX그룹은 2000년 창립 10년도 안 돼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성장 비결은 역시 M&A다. STX그룹은 2000년 STX중공업(옛 쌍용중공업)을 시작으로 2001년 STX조선(옛 대동조선), 2002년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2004년 STX팬오션(옛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먹어치우면서 재계 판도를 바꿨다.

IMF 때 무너진 기업
받아먹고 몸집 불려


대한전선그룹(23위·8조6000억원)도 2002년 무주리조트, 2004년 쌍방울(현 트라이밴즈), 지난해 남광토건, 대경기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외에 ▲롯데그룹(10위→5위·48조9000억원) ▲한진그룹(7위→9위·29조1000억원) ▲두산그룹(12위→10위·27조3000억원) ▲한화그룹(9위→11위·24조5000억원) ▲동부그룹(23위→18위·12조3000억원) ▲대림그룹(13위→20위·11조원) ▲효성그룹(17위→24위·8조4000억원) ▲코오롱그룹(20위→30위·5조9000억원) ▲동국제강그룹(18위→26위·8조1000억원) 등은 1996년이나 지금이나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화려한 시절을 보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재벌그룹도 한둘이 아니다. 13년 전과 현재의 3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황을 살펴보면 30개 기업 중 무려 15개 기업이 붕괴되거나 명단에서 제외됐다.

1996년 4위에 오른 대우그룹은 1999년 잠시 삼성그룹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지만, 복잡한 채무관계로 결국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당시 6위까지 올라갔던 쌍용그룹도 무리하게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빚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 계열사들을 팔아치우다 마지막 남은 모기업인 쌍용양회마저 무너지면서 몰락했다.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 흡수된 기아그룹은 1996년 8위까지 올랐으나 부실 경영으로 이듬해 30대 기업에서 빠졌으며, 22위였던 한솔그룹도 이동통신 등 무리한 신규사업을 진행한 탓에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한보그룹(14위) ▲동아건설(15위) ▲한라그룹(16위) ▲진로그룹(19위) ▲고합그룹(24위) ▲해태그룹(25위) ▲삼미그룹(26위) ▲한일그룹(27위) ▲극동건설(28위) ▲뉴코아그룹(29위) ▲벽산그룹(30위) 등도 1996년 한창 주목받다가 무리한 차입경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줄줄이 쓰러졌다.

승승장구하다 불과 2∼3년 만에 주저앉은 이들 기업의 총수들은 대부분 횡령이나 배임·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사기 대출 등 부도덕한 행태가 탄로나 한국 경제를 망친 장본인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만간 한차례 더 재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재벌그룹들은 ‘부실기업 척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금융권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쉽게 자산을 내놓지 않을 기세다. 나아가 ‘위기는 곧 기회’란 신념으로 공격적인 투자도 불사할 태세까지 엿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재계 지각변동 예고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 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안전빵’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는 노릇. 결국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방’에 뛰어오를 수 있는 M&A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매머드급 매물들이 즐비한 탓이다. 현재 M&A시장엔 대우조선해양(13위·16조7000억원), 하이닉스(14위·13조4000억원), 현대건설(21위·9조3000억원) 등 재계 서열을 들썩이게 할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은 리스크를 감안해 조심스럽지만 금융위기 먹구름이 거치는 대로 속속 M&A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기업은 대형 매물들을 상대로 이미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재계 서열의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