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특집⑦> 대한민국 新권력지도-세력재편 폭력조직도

먹잇감’ 앞에선 동지도 없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다.” 최근 조직폭력(이하 조폭) 세계에 나도는 말이다. 먹잇감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성을 빗댄 것이다. 요즈음 조폭들의 양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사전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것 또한 새로운 특징이다. 비호세력의 보호막을 범행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얻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 역시 신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일요시사>에선 새로운 조폭들의 세계를 따라가 봤다.

최근 조폭들의 양상을 보면 지속적인 생명력이 핵심이다. 때문에 조직원 개인이 추종자들을 규합해 소규모 신흥조직을 구성한다. 때론 필요할 때 조직간 연계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전과는 다르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조직이나 기존 조직의 확장 모습을 찾기 어렵다. 물론 경찰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폭력세계 재편성
마피아 일보 직전

취재결과 조폭들은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느 분야라도 개입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자금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영역도 다양하다. 건설업, 유통업, 벤처사업 등은 기본이다. 재개발관련 이권개입, 카드할인업, 상가분양 개입 등 활동분야를 넓히고 있다.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폭력이나 갈취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대신 합법을 가장한 사업채 운영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위협수단 사용 등이 눈에 띈다. 일부 조폭은 보험범죄나 도박 등에 관여하기도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조폭전문가는 “기업형태를 갖추고 합법을 가장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조직자금력을 중심으로 폭력세계가 재편성되는 소위 ‘마피아’ 일보 직전까지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아직도 전국구 조폭들이 활개를 치고 있을까. 현재 서울의 경우 조폭들은 물밑으로 숨은 상태다. 이미 이권을 챙길 만큼 챙겼고 경찰의 집중적 단속과 수사로 활동영역이 좁아진 탓이다. 일각에선 ‘풍요 속의 빈곤이 서울’이란 말도 나온다.


대신 경기도가 조폭들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예전 이권을 둘러싼 암투와 유혈이 낭자했던 서울 조폭 풍속을 최근 이곳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

서울 주무대 조폭들은 물론 기존 경기도를 주무대로 삼던 조폭, 지방에서 먹잇감을 가로채기 위해 상경한 조폭들이 엉키면서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선 최근 이권다툼을 통한 칼부림이 몇 차례 일어나기도 했다.

조폭들이 경기도로 몰리는 이유는 신개발 붐이 일고 있고 무엇보다 ‘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과 평택 등이 노른자위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국구 조폭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양은이파’ ‘범서방파’ ‘신OB파’ 등 전국구 3대 패밀리가 서울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했다. 비록 두목들은 감옥생활을 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등의 이유로 활동을 멈췄지만 추종세력들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실제 밤세계에선 이름만으로도 행세가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3대 패밀리가 경찰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조직의 움직임이 가라앉은 상태다. 물론 일부 패밀리에 속했던 조직원이들이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세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서울 신림동을 주무대로 삼았던 ‘이글스파’와 ‘신이글스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글스파’에 뿌리는 둔 ‘범이글스파’ 역시 활동이 없다.

그런가 하면 서울 동선동을 무대로 삼고 있던 ‘상봉이파’와 동네 선후배들을 규합해 결성됐던 ‘만식이파’도 움직임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일부 조직원이 사행성게임을 운영 중에 있어 경찰의 집중관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세포분열
유사시 연합화

서울 모래내시장을 주무대로 삼던 ‘모래내파’와 서울 갈현동이 주무대였던 ‘연신내파’, 서울 반포동에서 이권활동을 하던 ‘종진이파’ 역시 활동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조폭전문가는 “서울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조폭들은 와해되거나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일부 조직원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면서 경기도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조폭들은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40대는 두목, 30대는 행동대장, 20대와 10대는 행동대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한 조직당 행동대장은 2~3명 정도로 전해진다. 조직은 세포분열하고 유사 시 연합하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조폭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업은 용역·경비업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현장에서의 이권개입은 물론 개인의 사주, 자치단체의 의뢰 등을 도맡아한다. 당연히 굵직한 돈거래가 오간다.

이들은 경비용역업체를 가장해서 이권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해결사 노릇을 한다. 처음에는 10명 이내로 투입되지만 마찰 상황에선 많게는 100명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경찰이 덮치면 용역업체 직원들만 남고 조폭들은 모습을 감춘다. ‘치고 빠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단체나 국가유공자 단체를 만든 후 조폭사업에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합법적인 사회단체를 결성한 후 이권사업에 뛰어들어 해결사 역할을 하는 행태다. 실제 지난 5일 벌어진 리버사이드호텔 폭력사태에 한 사회단체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번 사태의 주역은 ‘설악산팀’이었다. 세간에는 세입자와 호텔간 마찰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270억원의 리모델링 공사금을 둘러싼 암투였던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했던 D사 사장 L씨가 최초 K사장과 계약을 했는데 중간에 명도자가 바뀌면서 공사대금을 떼일 상황에 처한 것.

L씨는 이에 ‘설악산팀’에게 용역을 맡겼고 설악산팀은 오전 2시쯤 급습한 200여명의 용역직원들을 상대로 활극을 펼쳤다. 하지만 급습한 용역직원들은 완강한 설악산팀에게 패퇴한 후 호텔 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방어한 설악산팀과 급습한 용역직원들 중 설악산팀 조직원이 조우한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급작스럽게 연합되면서 급습했던 설악산팀 조폭들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며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조폭들도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의뢰자를 기다린다. 의뢰서가 들어오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데 인원이 모자랄 경우에는 다른 조폭세력과 연합한다. 그러다 보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이권에 개입한 조폭은 한 명당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28만원까지 받는다. 가령 8만원으로 치고 100명이 투입됐다면 800만원을 일당으로 챙기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간 물밑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례가 지난달 일어났던 내곡동 가구단지 연쇄방화사건이다. 이 사건 배후에는 ‘서방파’를 추종하는 조폭들이 있었다. 철거업체 대표 방모(58)씨가 철거에 반대하는 건물주와 입주자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억대를 주고 이들 조폭을 부른 것이다.

조폭들의 신천지
경기도에 ‘와글와글’

익명을 요구한 한 조폭 전문가는 “내곡동 사건은 청부폭력의 대표적 실례로 꼽을 수 있다”면서 “외국에서 조폭들이 들어와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덤비고 청부까지 일삼고 있어 앞으로 청부살인이 만연할 것으로 관측돼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폭 전문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것이면 청부도 마다하지 않는 게 최근 조폭들의 풍속”이라면서 “정부당국은 청부살인 만연에 대한 대책마련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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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