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특집⑦> 대한민국 新권력지도-세력재편 폭력조직도

먹잇감’ 앞에선 동지도 없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다.” 최근 조직폭력(이하 조폭) 세계에 나도는 말이다. 먹잇감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성을 빗댄 것이다. 요즈음 조폭들의 양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사전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것 또한 새로운 특징이다. 비호세력의 보호막을 범행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얻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 역시 신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일요시사>에선 새로운 조폭들의 세계를 따라가 봤다.

최근 조폭들의 양상을 보면 지속적인 생명력이 핵심이다. 때문에 조직원 개인이 추종자들을 규합해 소규모 신흥조직을 구성한다. 때론 필요할 때 조직간 연계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전과는 다르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조직이나 기존 조직의 확장 모습을 찾기 어렵다. 물론 경찰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폭력세계 재편성
마피아 일보 직전

취재결과 조폭들은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느 분야라도 개입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자금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영역도 다양하다. 건설업, 유통업, 벤처사업 등은 기본이다. 재개발관련 이권개입, 카드할인업, 상가분양 개입 등 활동분야를 넓히고 있다.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폭력이나 갈취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대신 합법을 가장한 사업채 운영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위협수단 사용 등이 눈에 띈다. 일부 조폭은 보험범죄나 도박 등에 관여하기도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조폭전문가는 “기업형태를 갖추고 합법을 가장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조직자금력을 중심으로 폭력세계가 재편성되는 소위 ‘마피아’ 일보 직전까지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아직도 전국구 조폭들이 활개를 치고 있을까. 현재 서울의 경우 조폭들은 물밑으로 숨은 상태다. 이미 이권을 챙길 만큼 챙겼고 경찰의 집중적 단속과 수사로 활동영역이 좁아진 탓이다. 일각에선 ‘풍요 속의 빈곤이 서울’이란 말도 나온다.


대신 경기도가 조폭들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예전 이권을 둘러싼 암투와 유혈이 낭자했던 서울 조폭 풍속을 최근 이곳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

서울 주무대 조폭들은 물론 기존 경기도를 주무대로 삼던 조폭, 지방에서 먹잇감을 가로채기 위해 상경한 조폭들이 엉키면서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선 최근 이권다툼을 통한 칼부림이 몇 차례 일어나기도 했다.

조폭들이 경기도로 몰리는 이유는 신개발 붐이 일고 있고 무엇보다 ‘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과 평택 등이 노른자위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국구 조폭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양은이파’ ‘범서방파’ ‘신OB파’ 등 전국구 3대 패밀리가 서울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했다. 비록 두목들은 감옥생활을 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등의 이유로 활동을 멈췄지만 추종세력들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실제 밤세계에선 이름만으로도 행세가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3대 패밀리가 경찰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조직의 움직임이 가라앉은 상태다. 물론 일부 패밀리에 속했던 조직원이들이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세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서울 신림동을 주무대로 삼았던 ‘이글스파’와 ‘신이글스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글스파’에 뿌리는 둔 ‘범이글스파’ 역시 활동이 없다.

그런가 하면 서울 동선동을 무대로 삼고 있던 ‘상봉이파’와 동네 선후배들을 규합해 결성됐던 ‘만식이파’도 움직임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일부 조직원이 사행성게임을 운영 중에 있어 경찰의 집중관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세포분열
유사시 연합화

서울 모래내시장을 주무대로 삼던 ‘모래내파’와 서울 갈현동이 주무대였던 ‘연신내파’, 서울 반포동에서 이권활동을 하던 ‘종진이파’ 역시 활동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조폭전문가는 “서울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조폭들은 와해되거나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일부 조직원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면서 경기도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조폭들은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40대는 두목, 30대는 행동대장, 20대와 10대는 행동대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한 조직당 행동대장은 2~3명 정도로 전해진다. 조직은 세포분열하고 유사 시 연합하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조폭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업은 용역·경비업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현장에서의 이권개입은 물론 개인의 사주, 자치단체의 의뢰 등을 도맡아한다. 당연히 굵직한 돈거래가 오간다.

이들은 경비용역업체를 가장해서 이권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해결사 노릇을 한다. 처음에는 10명 이내로 투입되지만 마찰 상황에선 많게는 100명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경찰이 덮치면 용역업체 직원들만 남고 조폭들은 모습을 감춘다. ‘치고 빠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단체나 국가유공자 단체를 만든 후 조폭사업에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합법적인 사회단체를 결성한 후 이권사업에 뛰어들어 해결사 역할을 하는 행태다. 실제 지난 5일 벌어진 리버사이드호텔 폭력사태에 한 사회단체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번 사태의 주역은 ‘설악산팀’이었다. 세간에는 세입자와 호텔간 마찰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270억원의 리모델링 공사금을 둘러싼 암투였던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했던 D사 사장 L씨가 최초 K사장과 계약을 했는데 중간에 명도자가 바뀌면서 공사대금을 떼일 상황에 처한 것.

L씨는 이에 ‘설악산팀’에게 용역을 맡겼고 설악산팀은 오전 2시쯤 급습한 200여명의 용역직원들을 상대로 활극을 펼쳤다. 하지만 급습한 용역직원들은 완강한 설악산팀에게 패퇴한 후 호텔 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방어한 설악산팀과 급습한 용역직원들 중 설악산팀 조직원이 조우한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급작스럽게 연합되면서 급습했던 설악산팀 조폭들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며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조폭들도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의뢰자를 기다린다. 의뢰서가 들어오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데 인원이 모자랄 경우에는 다른 조폭세력과 연합한다. 그러다 보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이권에 개입한 조폭은 한 명당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28만원까지 받는다. 가령 8만원으로 치고 100명이 투입됐다면 800만원을 일당으로 챙기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간 물밑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례가 지난달 일어났던 내곡동 가구단지 연쇄방화사건이다. 이 사건 배후에는 ‘서방파’를 추종하는 조폭들이 있었다. 철거업체 대표 방모(58)씨가 철거에 반대하는 건물주와 입주자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억대를 주고 이들 조폭을 부른 것이다.

조폭들의 신천지
경기도에 ‘와글와글’

익명을 요구한 한 조폭 전문가는 “내곡동 사건은 청부폭력의 대표적 실례로 꼽을 수 있다”면서 “외국에서 조폭들이 들어와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덤비고 청부까지 일삼고 있어 앞으로 청부살인이 만연할 것으로 관측돼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폭 전문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것이면 청부도 마다하지 않는 게 최근 조폭들의 풍속”이라면서 “정부당국은 청부살인 만연에 대한 대책마련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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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