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900호 특집> 미리 가본 지령 1000호 시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09:58:08
  • 댓글 0개

'지금은 영∼' 2년 뒤 대한민국은 살맛 날까?

[일요시사=경제1팀] 창간 17년 만에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오는 2015년이면 지령 1000호를 내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막 출범한 지금과 2년 뒤 1000호 시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살짝 들여다봤다.

첫 번째 도착지는 2015년 봄 서울,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는 싱글 여성 김민주씨의 저녁 퇴근길이다. 김씨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계약직으로 구청에서 업무보조 형태의 사무보조를 하다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동료들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생활화
모든 음식점 금연

집 근처에 도착하니 스마트폰에 택배 알림 문자가 도착한다. 원룸촌 인근에 설치된 무인택배보관함에서 택배 물품을 수령한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를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쉬는 날도, 쉬는 시간도 없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김씨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어두운 골목길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여성들의 안전 귀가를 돕는 '안전 스카우트' 서비스 덕분이다. 집에 들어간 김씨는 가장 먼저 '외출'로 설정되어 있는 방범서비스의 보안 등급을 변경한다. 월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가입한 '싱글여성 홈 방범서비스'는 남자친구보다 더 든든하다.

무선감지센서가 외부침입자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리고 보안업체에 긴급 연락까지 해준다. 김씨만 아는 장소에는 긴급 비상벨까지 설치되어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저렴하게 구입한 3D TV를 켠다. 콘텐츠 걱정은 없다. 3D TV가 집집마다 설치되어 영화는 물론 드라마도 3D로 본다.

보고 싶었던 공포 영화를 검색한다. 눈앞에 귀신이 나타나 흉기를 휘두른다. 3D 기능을 끄는 것을 깜빡했다. 공포물에는 성인 영화처럼 등급을 매겨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법적으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TV화면 앞에 손바닥을 대고 책장을 넘기는 시늉을 한다. 다른 채널로 변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김씨는 이번에는 손바닥을 아래로 내린다. TV 볼륨이 줄어든다.

해외에 있는 부모님의 전화다. 영상 통화로 전환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전화기 액정에 나타난다. 해외 통화료 걱정은 없다. TV, 컴퓨터, 집 전화가 모두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월 5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집안 곳곳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인터넷선도 사라졌다. 모든 전자 제품들이 전원선을 제외하고는 선이 없다. 무선 통신 덕분이다.

다음 날 아침, 김씨는 자동차 매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가격이 일반 자동차 가격 대와 비슷해졌다. 여기에 보조금은 덤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를 사면 추가로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는 보조금을 받아 싸게 살 수 있다.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스마트TV 집집마다…각종 콘텐츠 3D 제작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경기도 단독리그도

김씨는 전기차 구입도 고려 중이다. 시내 주요도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자리를 잡아 장거리 운전에 따른 부담도 크게 줄었다.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플러그 또는 케이블이 없는 상태에서 차량 바닥에 별도의 충전장치가 설치됐다.

1회 충천으로 300km 이상, 최고속도 200km/h로 주행할 수 있으며 차량 내부에 위치한 리튬-이온배터리는 감속하거나 내리막길 주행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재충전한다.

매연 없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도 양산에 들어갔다. 가볍고 수소저장용량이 높은 시스템이 개발됐고 전국 수소 충전소도 100곳으로 늘었다.

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PC만 장착하면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오디오, 전화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충전도 걱정 없다. 차량 안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두기만 하면 바로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정규직 전환 기념 축하파티가 있다. 태블릿 PC를 통해 파티장소를 물색한다. 김씨와 김씨의 친구들 모두 비흡연자이지만 금연식당을 따로 검색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식당에서 재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면적 150m² 이상의 음식점에서의 금연이 의무화된 이래 지난 2014년 금연 음식점 면적 기준이 100m² 이상으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전국 68만여개의 모든 음식점·제과점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가스 배출량 따라
보조금 부과·지급

식당마다 재떨이가 놓여있는 소규모 흡연실이 마련됐지만 밀폐공간인데다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잘 갖춰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는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음식점에서 흡연하다가 적발시 흡연자는 10만원 이하, 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음 행선지는 수원야구장이다. 이민호씨는 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로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구단만 많아진 게 아니다. 시스템도 대폭 바뀌었다. 경기수가 늘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 4경기가 5경기로 늘어났다.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한 수도권 4개 구장(잠실·목동·문학·수원)에서 한꺼번에 경기가 열린다.

11구단, 12구단 창단 논의도 한창이다. 12구단 체제가 되면 양대 리그로의 체제 변환이 가능하다. 대구와 광주, 수원에 신축된 경기장 덕에 시즌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관중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꿈의 1000만 관중시대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아드와
프레지던트컵

경기도에는 독립리그가 출범했다. 도 내 시 군 중에서 인구 40만명 이상의 6개 지역(파주시·시흥시 등)을 연고지로 6개 팀이 만들어졌다. 야구장은 관중 수용인원 2000~3000명 정도의 볼파크 형태로 소규모로 지어졌다.

프로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생계와 진로의 고민에 빠져있던 아마추어 선수들 200여명이 경기도 독립리그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도 독립리그에서 또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몇 달 뒤 6월에는 캐나다에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진출, 한국 여자 축구 암흑기를 벗어나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세계 최강 전력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1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거리는 많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린다. 7월1일부터 7월12일까지 12일 동안 170여 개국, 2만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총 21개 종목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이어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대회다. 벌써부터 선수촌에는 손연재, 박태환 등 선수들이 모여 메달 획득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계유니버시아드가 끝난 뒤에는 전 세계 상위권 골퍼들이 한국에 모이는 프레지던트컵이 열린다. 현직 대통령이 대회장으로 주관하는 프레지던트컵은 라이더컵을 본따 만든 대회로 미국대 다국적 선수 대항전으로 열리는 대회다. 프레지던트컵이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올해 대회가 처음이다.

수업이 한창인 학교 교실도 들여다봤다. 종이교과서가 놓여 있어야할 학생들의 책상에 디지털교과서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을 체험한다.

더 이상 밤길 무섭지 않은 여성들
전작권 환수 문제로 국민갈등 예상

질병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원격 화상 시스템을 통해 수업을 듣는다.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무선 인터넷 환경과 보안 시스템이 구축됐고 교과부에는 스마트교육추진위원회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미래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자율학기제가 시행 중이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인데 조사·발표·토론·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의 시험부담 완화를 위해 중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도 기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에서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으로 축소됐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됐다.

교내 폭력도 많이 줄었다. 대부분의 학교에 얼굴까지 식별 가능한 고화질 방범용 CCTV가 설치됐고 2013년 51%에 불과한 경비실은 86%까지 늘어났다. 

암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시대'도 열렸다. 차세대 '양성자 치료기'가 가동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암치료 인프라를 갖췄다.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안구암 및 뇌, 척수 척색종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의 내쉬고 있다. 암 수술 후의 재건, 감염 예방 및 치료, 재활, 완화 치료, 통증 관리 등과 함께 장기 생존자를 위한 특수클리닉을 시행하는 통합치유센터도 운영 중이다.

꿈의 암 치료기
양성자 기기 가동

시청 앞 광장에서는 12월1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작권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17일부로 한국군이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후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1일로 이양시점을 연기했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 부족과 함께 안보환경 변화가 이유였다.

각종 SNS에서는 국민들이 전작권 환수에 대해 "미군에 계속 의지 불가"의 찬성 의견과 "환수 여건 미흡"의 반대의견으로 나눠져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