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조세형 70년 절도사 풀스토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11 1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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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좀도둑 된 왕년의 홍길동

[일요시사=경제1팀] '대도' 조세형씨가 또 다시 쇠고랑을 찼다. 1970∼80년대 암울한 시기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씨는 신출귀몰하게 고관대작 집만 골라서 털어 '현대판 홍길동'으로 회자된 인물. 한때 종교에 귀의해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도 잠시. 잇따른 절도 행각으로 철창을 들락날락하면서 일개 '좀도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씨는 어떤 삶을 살아 왔을까.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되짚어봤다.

 


조세형씨가 또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엔 강남 고급빌라를 털다 덜미가 잡혔다. 이번에 구속되면 그는 전과 11범이 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일 고급 주택가 빈집에 침입해 귀금속 등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상습절도)로 조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3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고급 빌라 1층에 불이 꺼진 것을 보고 침입, 고급시계와 금반지 등 시가 3000만∼5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33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5세 때 구걸 갔다가
은수저 처음 절도

모자와 마스크를 쓴 조씨는 빌라의 화단 쪽 1층 베란다 유리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미리 준비한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와 펜치 등을 이용했다. 당시 집은 불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조씨가 유리를 깨는 광경을 본 이웃주민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조씨를 체포했다. 롤렉스시계와 금목걸이 등 귀금속을 주워 담던 조씨는 만년필로 저항했으나 경찰이 총을 꺼내들자 이내 두 손을 들었다.

조씨는 "전처가 새 출발하라고 준 임대보증금 3000만원으로 선교사무실을 차리려다 무속인한테 사기를 당했다"며 "1년 동안 갖은 노력을 했는데 돈을 마련하지 못해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1970∼80년대 암울한 시기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씨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단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그가 철창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그랬다. 드라이버 하나로 철통 경비를 뚫고 신출귀몰하게 '고관대작'들의 집만 골라 털어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75세인 조씨는 출생이 불분명하다. 호적이 없어 생년월일을 정확히 모르고, 부모도 누군지 모른 채 길거리에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학교문턱에도 못 가봤다. 조씨가 처음으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은 5세 때 깡통을 들고 밥을 얻으러 갔다가 남의 집 부엌에서 은수저를 훔친 일이다. 당연히 나이가 어려 '도둑질이 나쁘다'는 범죄 의식이 없었지만,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증명이나 하듯 범죄 유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씨는 1963년 특수절도 혐의로 전과자 신세가 된 이후 1970년대까지 절도 혐의로 10여 차례나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16세께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글을 배우면서 도둑질은 나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으나 '배가 고파서' '습관적으로'훔쳐온 그는 이미 전문 도둑이 돼 있었다.

강남 고급빌라 털다 쇠고랑
수천만원 귀금속 33점 훔쳐

그때까지만 해도 흔한 절도범에 지나지 않았던 조씨는 197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대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름의 원칙도 세웠다. 가난한 사람의 물건엔 손대지 않고,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나라 망신이란 생각에 외국인 집도 털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또 도둑질로 생긴 돈의 40%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이는 나중에 그가 '대도'로 불린 이유다.

조씨는 1980년대 초까지 부유층과 고위권력층의 대저택만 찾아다니며 수십억원대의 귀금속, 현금, 기업어음 등을 훔쳤다. 당시 수십억원은 지금의 수백억원과 맞먹는다. 피해자는 전직 경제부 총리와 국회의원, 그룹 총수, 기업체 사장 등 정·재계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뭐가 구린지 하나같이 피해 사실을 극구 부인해 국민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씨에게 도둑질을 당한 몇몇 집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조씨가 한 국회의원 집에서 훔친 수억원대에 달하는 2.2캐럿짜리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큰 화제가 됐다. 상류층의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던 서민들은 조씨를 '의적'이라 불렀다.

1982년 수개월에 걸친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된 조씨는 재판 중 탈주해 또 한 번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1심에서 절도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씨는 이듬해 서울형사지법에서 항소심 공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직전 수갑을 찬 채로 구치감 환풍기를 뜯고 탈주했다. 탈주 후에도 조씨의 절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5박6일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서울 도심을 활보하며 5차례에 걸쳐 주택에 침입해 음식과 현금 등을 훔쳤다.


재판 중 6일간 탈주
선교활동 도중 재범

그러나 이도 잠시. 끈질긴 추적을 벌인 경찰이 쏜 총에 가슴을 맞고 붙잡힌 조씨는 특수절도에 도주 혐의까지 추가돼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심청구 등을 통해 1998년 만기 출소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조씨의 '절도인생'은 청송감호소를 나서며 끝나는 듯 했다. 조씨는 출감하자마자 "신앙인으로서 거듭나겠다"며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서울 종로에 늘빛선교원을 열고 교인으로서 착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1999년엔 자신을 검거했던 '수사반장' 최중락씨의 도움으로 에스원 범죄예방 자문위원으로 위촉, '범죄예방 전도사'로 새 길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조씨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대도를 벗은 지 오래됐다"며 "직장인이고 신앙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약간 서운한 감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보안업체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범죄자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며 "회사가 신앙을 통해 변화된 인격을 인정해준 점에 대해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눈앞에 천만금이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겠다"던 참회의 눈물은 금세 말랐다. 조씨는 2000년부터 선교활동 명목으로 일본 출장이 잦아졌고, 현지에서 또 절도행각을 벌였다. 신앙간증 차 간 일본 도쿄 시부야의 부촌을 돌며 라디오와 손목시계 등 13만엔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 2001년 그는 출동한 일본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체포돼 3년6개월 동안 일본 고부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석방된 조씨는 2004년 극비리에 귀국해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그랬던 그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경찰서였다. 조씨는 일본에서 출감한 지 1년 만인 2005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 손목시계 6개 등 165만원 어치의 금품에 손을 댔다. 금품을 훔쳐 나오던 조씨는 집안에 설치된 전자탐지기에 감지됐고, 곧바로 출동한 사설 경비업체와 경찰에 발각됐다. 조씨는 옆집 담을 넘어 달아났지만 경찰이 쏜 공포탄에 놀라 넘어지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자신이 '조세형'인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나는 조세형이 아니라 48세 노숙자 '박성규'"라며 "노점상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문감식 결과 신분이 확인되자 그때서야 "일본으로 밀항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고급주택을 털 계획을 짰다"고 털어놨다.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조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철창신세를 졌다.

드라이버 하나로 철통경비 뚫고
'신출귀몰'고관대작 집만 털어

이후 다시 종적을 감췄던 조씨는 장물아비 사건으로 '대도'란 호칭에 먹칠을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0년 5월 훔친 물건을 팔아주고 돈을 챙긴 조씨를 장물알선 혐의로 구속했다. 조씨는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당시 방을 함께 쓴 노모씨가 훔친 귀금속을 처분해줬다. 노씨를 포함한 4인조 강도는 지난해 4월 광주 남구 한 금은방에 침입해 현금과 보석 3억원어치를 훔쳤다. 조씨는 노씨 등이 훔친 귀금속 가운데 1000여돈(시가 1억1000만원)을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 팔아주고 수고비 1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장물아비를 자처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궁핍하게 살다 내연녀와 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창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쳤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다리미를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는 후문이다. 70대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몸놀림이었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조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리고 2011년 9월 형을 마치고 출소하던 조씨는 바깥공기도 제대로 맡지 못하고 또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9년 금은방 주인과 가족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조씨는 2009년 4월 청송교도소 수감 동료인 공범 2명과 함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에 있는 금은방 주인 유모씨 집에 침입, 흉기로 위협해 현금 30만원과 금목걸이 등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내 평생 도둑질은 했어도 강도는 안 했다"던 조씨의 말대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도 9명 전원 무죄평결을 내렸다.

'가화만사성'이라 했던가. 조씨가 쉽게 손을 씻지 못하는 것은 반복된 가정불화도 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씨는 3번 가정을 꾸렸지만 모두 순탄치 않았다.


1963년부터 철창 들락날락 
손 씻었다 도벽 다시 도져

처음 결혼한 것은 도피 시절이다. 조씨는 사회 상류층 집을 잇달아 턴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던 1982년 6월 서울 모 살롱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나모씨와 만나 결혼했다. H여대를 중퇴한 나씨는 조씨를 보석가공업자로 알았다고 한다. 둘은 동거하다 정식으로 결혼했으나, 결혼식을 올린 지 27일 만인 11월25일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중 경찰이 조씨를 체포하면서 신혼의 보금자리가 깨졌다. 나씨는 조씨의 실체를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아 임신 5개월 된 아이를 유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수감 초기만 해도 나씨의 극진한 내조를 받았다. 그러나 나씨는 조씨가 까마득한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되자 이내 변심했다. 국내 생활을 접고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11월 출소한 조씨는 2년 뒤 16세 연하인 이모씨와 결혼했다. 조씨가 자동차 부품생산 회사를 운영하던 이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99년 3월. 지방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에서 자신을 다른 목사로 알고 인사를 건네 온 이씨와 우연한 첫 만나게 됐다. 이후 둘은 용인 강남대학교에서 매주 만나 함께 선교관련 강의를 듣고 조씨가 이끌고 있는 늘빛선교회에서 함께 선교활동을 하며 사랑을 키웠다. 2000년 2월엔 아들도 낳았다. 두 사람은 그해 5월 경기도 여주 알로에마임 연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이후에도 조씨는 절도 행각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했고, 이 사이 가정은 방치되다 시피 했다.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조씨가 마포 사건으로 구속된 뒤부터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이씨는 '반야화 법사'란 이름으로 서울 중랑구에 포교원을 차렸고, 2009년 '청아'란 불명의 비구니가 되면서 조씨와 이혼했다.

재범 가정불화 탓?
3번 결혼생활 실패

조씨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10년 5월 장물 사건 때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연녀와 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에도 내연녀와 함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은신처에 살고 있었다.

무심코 은수저를 훔쳤던 5세 아이는 어느덧 70대 노인이 되서도 제 버릇을 남 주지 못했다. 한때 '대도'란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장물아비로 전락하더니 급기야 좀도둑 신세로 추락했다.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 속에 '의적'으로 각인돼 있는 인물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는 말년이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조세형-정홍원 인연 화제

그때 그 범인…그때 그 검사

조세형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특별한 인연이 화제다.

부유층과 고위권력층의 대저택만 찾아다니며 수십억원대의 귀금속, 현금, 기업어음 등을 훔친 조씨는 1982년 검거됐다가 재판 중 탈주했다. 탈주 6일 만에 경찰에 잡힌 조씨는 특수절도에 도주 혐의까지 추가돼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심청구 등을 통해 1998년 만기 출소했다.

조씨의 탈주사건을 맡은 검사가 정 총리였다. 당시 정 총리는 조씨에게 성경책을 건네며 마음을 가다듬기를 권했고, 조씨는 출소하자마자 "신앙인으로서 거듭나겠다"며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조씨는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를 보고 싶다"며 정 총리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씨는 정 총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후에도 수차례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고, 이번에 다시 서울 강남 고급빌라를 털다 붙잡히면서 전과 11범이 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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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