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복사기로 유명한 신도리코그룹은 1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신도리코'와 '신도시스템'등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60년 일본 리코사와 50대50 합작사 형태로 설립된 신도리코는 복사기, 팩시밀리, 프린터, 복합기 등 사무용 기계 및 장비 제조업체다. 처음 신도교역이란 회사였다가 1969년 현 상호로 변경한데 이어 1996년 상장했다. 리코사는 일부 지분을 정리해 현재 16.01%(161만3748주)의 지분만 갖고 있다.
거래율 낮지만…
신도리코는 매년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만 해도 2000억∼3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중반 이후 5000억∼6000억원이 넘더니 2011년 7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내부거래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10∼20%대에 불과했다. 신도리코의 관계사 의존도는 ▲2000년 24% ▲2001년 21% ▲2002년 16% ▲2003년 11% ▲2004년 16% ▲2005년 15% ▲2006년 17% ▲2007년 19% ▲2008년 16% ▲2009년 16% ▲2010년 17% ▲2011년 17%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2011년 신도리코중앙판매(549억원), 신도리코DS판매(479억원), 신도에이스(202억원), 신도시스템(12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246억원에 이른다.
2010년에도 신도리코중앙판매(507억원), 신도리코DS판매(422억원), 신도에이스(195억원), 신도시스템(14억원) 등과의 내부거래 금액이 1139억원이나 됐다.
매년 수백억∼1천억원대 계열사 거래
오너일가가 대주주…짭짤한 배당금도
그전에도 매년 수백억∼1000억원씩을 내부에서 채웠다. 신도리코의 내부거래액은 ▲2000년 716억원 ▲2001년 734억원 ▲2002년 843억원 ▲2003년 681억원 ▲2004년 954억원 ▲2005년 798억원 ▲2006년 984억원 ▲2007년 1118억원 ▲2008년 1012억원 ▲2009년 966억원으로 조사됐다.
1988년 설립된 신도시스템은 사무용 가구 및 기기 도매업체다. 복사용지 등 문구용 종이제품도 제조해 판매한다. 당초 직원이 100여명이 넘을 만큼 큰 덩치였다가 2007년부터 10여명으로 줄었다. 주력이었던 복사기 임대사업부문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매출도 이때부터 쪼그라들었다. 그러면서 내부거래도 자연히 줄었다.
신도시스템 역시 ▲2008년 28%(총매출 29억원-내부거래 8억원) ▲2009년 24%(51억원-12억원) ▲2010년 23%(40억원-9억원) ▲2011년 23%(31억원-7억원)로 최근 몇년간 내부거래율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몸집이 컸던 2007년 이전의 상황은 달랐다. 계열사들에 매출을 크게 의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웠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고정 매출을 올렸다.
신도시스템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43%(419억원-180억원) ▲2001년 44%(458억원-203억원) ▲2002년 48%(525억원-254억원) ▲2003년 51%(478억원-244억원) ▲2004년 55%(502억원-276억원) ▲2005년 54%(454억원-247억원) ▲2006년 49%(365억원-178억원) ▲2007년 54%(57억원-31억원)로 드러났다.
'19세 황태자' 최근 2년간 32억 챙겼다!
신도리코와 신도시스템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씨일가'의 신도리코 지분은 20%에 달한다. 우석형 회장은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과 모친 최순영씨는 각각 6.33%(63만8104주), 0.32%(3만2699주)를 소유하고 있다.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0.02∼0.18%의 지분이 있다.
신도시스템은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승협씨가 지분 40%(30만주)를 쥔 최대주주. 나머지는 우 회장(25.73%·19만3000주)과 우 부회장(32.8%·24만6000주)이 나눠 갖고 있다. 우 회장과 장씨 부부는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우상기-우석형'에 이은 3세 경영권은 우 회장의 외아들 승협씨가 대물림 받게 될 것이란 게 회사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황태자'승협씨는 올해 19세로 아직 공부 중이다.
이들 우 회장 가족은 두 회사에서 짭짤한 배당을 챙기고 있다. 신도리코는 매년 200억원대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중 약 40억원이 해마다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사실상 개인회사
신도시스템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60억원, 19억원을 배당했다. 2010년의 경우 배당성향이 무려 119%의 고배당이었다. 2000년대 들어선 23억∼30억원씩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실시했었다. 물론 이 돈은 거의 대부분 오너일가가 챙겨갔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신도리코·신도시스템 기부는?
신도리코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신도리코와 신도시스템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2011년 3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7166억원)의 0.04%에 불과한 금액. 2010년에도 2억9000만원을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6647억원) 대비 0.04%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신도시스템은 2011년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10년 역시 기부금이 '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