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19>자산가 베팅 포인트

빌딩부자 옛말…이것저것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예금금리 연 2%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기예금 신규 취급액 중 연 2.99% 이하 금리를 적용받는 비중이 45.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 기준 금리가 다시 한 번 0.2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도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저금리·금소세 확대 “쌓아둔 현금 어디 묻나”
‘수익 대세’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재조명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한국은행이 2월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저성장·저금리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올해부터 개인당 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세 부담 증가로 금융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게 돼 현금보유 매력이 사라진 것이다. 연초부터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 변경에 바쁜 이유다.

4000만→2000만원
금소세 기준 하향

투자자들은 저금리와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로 현금을 묻어 둘 곳이 없다. 자산가들의 ‘베팅’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자산가들은 여전히 오피스텔이나 상가·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금융상품이나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률이 좋은 부동산 상품에 눈을 돌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목돈을 부동산에 묶어두고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이 아닌 정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부쩍 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자본이득보다 운용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한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빌딩시장에 대한 매력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와 빌딩공급 증가로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House poor)에 이어 ‘빌딩푸어’(Building poor)도 증가세에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이 증가해 건물주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임대수익이 떨어져 대출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고, 빌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낮은 임대료보다 공실이 더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고, 부동산은 물론 증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 등 재테크 수단들로 예전과 같은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이고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분양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임대면적의 단위가 빌딩보다 작아 임차인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공실률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사실상 오피스텔은 주거목적으로 전용가능 하기 때문에 공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최근 주택가 원룸의 임차인들이 시설이 깨끗하고 편리한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역시 ‘수익률’이다. 전문가들은 입지나 매수가격 등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임대 수익률이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입지 여건과 방법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꼴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이 적어도 연 6%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연 3% 초반)의 2배 이상이 돼야 만족한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KB부동산 알리지 사이트 개편을 기념해 지난해 12월 말에서 올 1월 중순까지 일반고객 6538명, 부동산공인중개사 894명 등 총 74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 희망수익률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8%가 연 6% 이상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연 6∼7%대 수익률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37.6%로 가장 많았고, 연 8∼9%대 수익률 희망 응답자는 24.3%, 연 10% 이상 수익률 희망 응답자는 18.9%이었다. 이에 비해 연 5%대 수익률을 희망한다는 응답자는 15.1%, 연 4%대 수익률 희망 답변자는 4.1%에 그쳤다.

‘향후 투자가치가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되는 부동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수익형 부동산이 주류를 이뤘다. 수익형 부동산 가운데 원룸주택·도시형 생활주택을 꼽는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고, 상가와 오피스빌딩 21%, 오피스텔 10.4%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의 경우 12.6%에 불과해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시세차익보다는 현금흐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토지를 유망 투자처로 보는 응답자는 22.5%, 단독주택은 9.5%로 각각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여유자금(은퇴자금)’으로 투자할 때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수익형 부동산을 꼽은 사람이 전체의 31.4%로 은행의 예·적금(39.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국내외 주식·주식형펀드 12.9%, 연금보험 12.2%, 국내외 채권·채권형펀드 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응답을 연령별로 세분화한 결과 40세 이상이 여유자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응답이 41.2%로 40세 미만(24.1%)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취업자별로는 급여생활자(25.7%)보다는 비급여생활자(36.9%)가 더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 등 비급여 생활자들이 안정적인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응답결과는 자연스러운 답변으로 분석된다.

하우스푸어만?
빌딩푸어도 있다

금융소득 과세 대상자 확대가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금융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인지를 두고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소득 과세구간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 그동안 이자, 배당으로 연간 4000만원 미만의 금융소득을 올리던 자산가들이 은행금리보다 임대수익률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임대소득은 매년 5월 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에 포함돼 어차피 세금을 내야 하는 데다 임대소득세를 내게 되면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납부 부담까지 높아져 실익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세무 전문가들은 금융소득 과세기준 하향조정(4000만→2000만원)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가져다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 부동산 팀장은 “현실적으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엄격하지 않고 임대주택의 월세전환은 가속화되고 있어 이번 금융소득 과세 대상자 확대가 오피스텔, 소규모 상가 및 주택 임대수요 기반이 늘어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취득세 감면 연장 등 세제혜택과 맞물리면 지난해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과장은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며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임대사업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 부동산 컨설팅 대표는 “금융소득 과세 강화는 심리적으로 자산가들이 금융소득보다 임대수익률에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담 측면에서는 금융소득을 누리던 투자자산을 임대소득으로 돌려도 메리트가 없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세무사는 “부동산시장 전망이 밝다면 금융소득 투자자산을 임대소득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면서도 “시장전망은 불투명하고 임대소득이 발생하면 반드시 5월 말 종합소득세에 합산해 세금을 내야 하는 데다 임대소득이 있으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납부액이 올라가는 부담도 생겨 득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의하는 VIP고객들에게는 비과세 금융상품으로 전환하거나 배우자, 또는 자녀 증여 등으로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재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로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정기예금에서 9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안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돈은 11조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주목받는 수익형 부동산은 안정적인 배후를 확보한 단지 내 상가다. 입지가 좋고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분양공급이 활발해지면서 단지 내 상가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상가는 위치에 따라 지역 근린상가 역할도 할 수 있어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상가의 규모가 클 경우 특정지역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나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는 대체로 브랜드 건설업체가 사업을 주도해 핵심상권에 들어서는 게 특징”이라며 “상가 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요층 확보가 안정적이어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 주요 아파트 및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 현황이다.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e편한세상 =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3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e편한세상’의 단지 내 상가를 분양 및 임대하고 있다. 래미안 e편한세상은 3293가구로 2012년 10월부터 입주에 들어갔다.

상가는 단지의 동선을 따라 1층에 배치되는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며, 연면적 7700여m²로 4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선다. 특히 1층은 스트리트형 상가로 최근 인기가 높은 테라스형으로 꾸며져 있다. 분양가는 3.3m²당 2000만∼3200만원대로 저렴하게 책정돼 실투자금 2억∼3억원대면 투자가 가능해 부담도 적다.
주변에는 마포구 상암동 DMC 개발 등 호재가 풍부한 편이다. 현재 마트, 병의원, 약국, 치킨전문점, 김밥전문점 등이 운영 중이거나 임대가 맞춰져 있다. 융자는 잔금 50%까지 가능하고 이미 준공이 끝나 바로 입점할 수 있다.

▲강남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 = 대우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25-19번지 외 4필지에 ‘강남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근린생활시설을 분양 중이다. 지하 8층∼지상 19층 연면적 5만218.36㎡규모다. 지상 4층∼지상 19층에는 총 728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지하 2층∼지상 3층의 총 110개의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3.3㎡당 분양가는 2450만∼1억1300만원선(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추천업종은 식음료점, 커피전문점, 금융, 메디컬, 클리닉, 학원 등이다.

“이젠 금융소득보다
임대수익률에 관심”

센트럴푸르지오시티의 상가의 최대 강점은 입지다. 사업지는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1번출구에서 약 34m거리에 위치하여 유동수요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역 주변은 삼성타운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과 세무서·세무사 사무실, 편입학원·로스쿨학원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직장인·전문직 등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하루 90만명 추산)이다. 계약금 1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입주는 2015년 3월 예정.


“수익형 수익 연 6% 이상”
은퇴자금 등 여윳돈 투자

▲성수동 포레 더 몰 = 한화건설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갤러리아 포레’ 내 상업시설인 ‘포레 더 몰’을 분양하고 있다. 지상 상가 일부와 지하 1∼2층 잔여 점포가 대상이다. 지상에는 은행,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등이 자리해 있다. 지하에는 명품가구와 인테리어 점포가 입점했다.

▲마포 메세나폴리스 = GS건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메세나폴리스’ 단지 내 상가를 공급하고 있다. 총 247개 점포로 구성되는 테마 쇼핑몰로 롯데시네마, 인터파크 아트홀 등이 입점했다.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이 상가와 연결돼 있다. 합정로, 강변북로 등 다양한 교통망도 갖춰져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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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