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⑤벌벌 떠는 MB 낙하산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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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MB동아줄, 놓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경제1팀] '낙하산?' 공수부대보다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MB정부'다. MB정부의 하늘은 여기저기서 내려오는 낙하산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다가왔다. 낙하산 인사를 없앤단다. MB '빽'만 믿고 호의호식을 누리던 낙하산인사들 발등에 뜨거운 불이 떨어졌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 2008년 4월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를 신호탄으로 금융공기업 기관장부터 감사, 비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 후 5년 동안 MB정부는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질타 속에서도 꾸준히 낙하산을 투하 2011년에는 공기업 수장의 절반이 교체됐고, 최근에는 70% 이상이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게 없는 강만수
시름깊은 금융황제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강만수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1997년 3월부터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근무했던 강 회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1998년 3월 관가를 떠났다. 10년 후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 이후 대통령 경제특보를 거쳐 현 산은지주 회장까지 꿰찼다.

그런데 마땅히 한 게 없다.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 'MB노믹스'는 강 회장의 작품이고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하며 받은 '산업은행 민영화' 특명도 번번이 실패했다. '메가뱅크'를 기치로 뛰어들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실패했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 인수도 추진했으나 HSBC가 과도한 요구를 해 산은이 협상을 포기했다.

남은 임기는 1년2개월여. 거취는 불분명하다. 강 회장의 계사년 신년사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고민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 성장기반을 확대하고 강한 KDB그룹문화 형성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산업은행 민영화나 기업공개(IPO)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 "한 방울의 오물까지 씻어 낼 것"
낙하산 척결 천명에 공기업 기관장 '전전긍긍'

지금은 공기업이 아니지만 전에 잘나가던 '철밥통' 공기업이었던 KT는 여전히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낙하산 소굴'이다. 몸통은 이석채 회장이, 오른팔은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왼팔은 오세현 신사업본부장이 맡고 있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이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친이계로 분류된다. KT의 경쟁업체인 SK그룹의 SKC&C 현직 사외이사를 지낸 이 회장은 사장 공모과정에서부터 정관상의 결격사유 논란이 일었지만 KT는 정관을 바꾸면서까지 이 회장을 낙점해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오는 2015년까지 수장직을 유지하는 연임을 승인받은 이 회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2일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이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 실장은 MBC앵커를 거쳐 현 정권하에서 청와대 제2대변인을 지내 대표적인 청와대 인사에 속한다. KT는 김 실장을 영입하면서 그룹 콘텐츠 전략담당이라는 자리도 신설했다. 당시 김 전무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KT직원이 보복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 본부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으로 MB정권의 친세력으로 평가받으며 KT 입사 당시 MB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물로 꼽혔다. 오 본부장은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 상무로 일하다 지난해 1월 KT 상무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전격 승진했다.

김은혜 비판 직원
보복인사 조치 의혹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취임 후 3년 임기를 마치고 두 차례 연임했다. 안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인에 가깝다. 15·16·17대 총선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던 중진의원 출신이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2008년 7월 신보 이사장으로 선임된 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대표적 MB맨이다. 그는 최근 연임 과정에서 퇴임식까지 치렀다가 다시 이사장 자리로 돌아오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전문성' 잣대를 들이밀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진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투입된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제회는 지난 17일 늦은 밤 기습적인 표결로 3년 임기 새 이사장으로 이진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선출했다.


이사장 선출 과정은 파행을 거듭했다. 공제회는 당초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선출 절차를 밝으려 했으나 건설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회의장을 점거, 이사회를 연기했다. 같은날 오후 5시께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려 했지만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열지 못했고 어수봉 이사회 의장직무대행이 밤 10시께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회에서 "이 전 비서관은 공제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이사장 선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는 백석근 이사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으로 있는 이정식 이사가 이사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이 전 비서관이 이사장에 선출됐다.

책임 작고 권한 막강
감사 자리 입지 불안

지난 7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된 이재호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출판 분야 비전문가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점 때문에 출판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1년 연임이 확정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김 이사장의 연임은 '임기 보장'보다는 '잡음 피하기' 성격이 짙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사 잡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분석이다.

공공기관 중 최초로 각종 정책을 대통령직인수위에 직접 보고하겠다고 나서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정창영 코레일 사장도 감사원에서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만큼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을 도맡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박 당선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에 입지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및 보은인사'로 꼽힌 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과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도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

책임은 작지만 권한은 막강한 '감사' 자리도 낙하산 투성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국감정원은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박병옥씨를 각각 감사로 선임했다. 또 코트라 감사에는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에는 이성환 전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이 임명됐다.

새정부 출범 직전까지 꽂히는 MB맨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까?

지난해 11월 에너지관리공단 감사로 온 이규태 전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출신이고 8월에는 이성호 전 국방대 총장이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로 부임했다.

재벌 및 CEO,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8일까지 28개 공기업의 상임, 비상임 임원 320명 중 해당회사 출신으로 임원이 된 경우는 84명으로 전체의 2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공기업 임원의 70% 이상이 관료 및 정치권 인사 등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정부 출신 임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대한석탄공사로 임원 9명 중 7명(77.8%)이 관료 출신이고 한국중부발전은 8명 중 6명(75%), 한국도로공사는 15명 중 8명(53.3%)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어 한국전력공사(46.7%), 한국철도공사(46.2%), 한국조폐공사·한국감정원(45.5%),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남부발전(44.4%), 인천국제공항공사·부산항만공사(4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8개 공기업 임원 320명 가운데 청와대 관련 임원은 22명이나 됐으며 이 대통령의 후광이 의심되는 현대건설 관련 인사 3명도 기관장급에 자리를 잡았다.

사외이사로 불리는 비상임이사의 경우 자사출신은 전체 171명 중 4명. 반면 관료는 73명이나 됐고 학계출신이 28명, 타 기업출신이 33명이었으며 정계출신은 17명, 언론계출신이 15명으로 나타났다.

MB정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던' 낙하산 인사들이 최근에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한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합병설 '솔솔'
CEO들 좌불안석

박 당선인은 특히 "1리터의 깨끗한 물에 한 방울이라도 오물이 섞이면 마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 당선인의 발언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CEO와 감사, 이사의 교체 예고와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무가 겹치는 몇몇 공기업과 평판이 좋지 않은 공기업의 경우는 합병도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험한 꼴' 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들리기도 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융권 MB맨들

박근혜발 인사태풍 부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점이 더해서 임기를 다 채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무리하게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 대통령과 대학 동문에 대선 특보를 지낼 정도로 남다른 인연을 가져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진행된 민영화가 모두 좌절됐고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인사철마다 외풍에 시달렸던 만큼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인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게다가 농협 역시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임기 보장은 미지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두 금융지주는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을 비교적 덜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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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