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⑤벌벌 떠는 MB 낙하산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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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MB동아줄, 놓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경제1팀] '낙하산?' 공수부대보다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MB정부'다. MB정부의 하늘은 여기저기서 내려오는 낙하산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다가왔다. 낙하산 인사를 없앤단다. MB '빽'만 믿고 호의호식을 누리던 낙하산인사들 발등에 뜨거운 불이 떨어졌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 2008년 4월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를 신호탄으로 금융공기업 기관장부터 감사, 비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 후 5년 동안 MB정부는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질타 속에서도 꾸준히 낙하산을 투하 2011년에는 공기업 수장의 절반이 교체됐고, 최근에는 70% 이상이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게 없는 강만수
시름깊은 금융황제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강만수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1997년 3월부터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근무했던 강 회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1998년 3월 관가를 떠났다. 10년 후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 이후 대통령 경제특보를 거쳐 현 산은지주 회장까지 꿰찼다.

그런데 마땅히 한 게 없다.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 'MB노믹스'는 강 회장의 작품이고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하며 받은 '산업은행 민영화' 특명도 번번이 실패했다. '메가뱅크'를 기치로 뛰어들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실패했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 인수도 추진했으나 HSBC가 과도한 요구를 해 산은이 협상을 포기했다.

남은 임기는 1년2개월여. 거취는 불분명하다. 강 회장의 계사년 신년사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고민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 성장기반을 확대하고 강한 KDB그룹문화 형성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산업은행 민영화나 기업공개(IPO)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 "한 방울의 오물까지 씻어 낼 것"
낙하산 척결 천명에 공기업 기관장 '전전긍긍'

지금은 공기업이 아니지만 전에 잘나가던 '철밥통' 공기업이었던 KT는 여전히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낙하산 소굴'이다. 몸통은 이석채 회장이, 오른팔은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왼팔은 오세현 신사업본부장이 맡고 있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이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친이계로 분류된다. KT의 경쟁업체인 SK그룹의 SKC&C 현직 사외이사를 지낸 이 회장은 사장 공모과정에서부터 정관상의 결격사유 논란이 일었지만 KT는 정관을 바꾸면서까지 이 회장을 낙점해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오는 2015년까지 수장직을 유지하는 연임을 승인받은 이 회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2일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이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 실장은 MBC앵커를 거쳐 현 정권하에서 청와대 제2대변인을 지내 대표적인 청와대 인사에 속한다. KT는 김 실장을 영입하면서 그룹 콘텐츠 전략담당이라는 자리도 신설했다. 당시 김 전무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KT직원이 보복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 본부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으로 MB정권의 친세력으로 평가받으며 KT 입사 당시 MB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물로 꼽혔다. 오 본부장은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 상무로 일하다 지난해 1월 KT 상무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전격 승진했다.

김은혜 비판 직원
보복인사 조치 의혹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취임 후 3년 임기를 마치고 두 차례 연임했다. 안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인에 가깝다. 15·16·17대 총선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던 중진의원 출신이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2008년 7월 신보 이사장으로 선임된 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대표적 MB맨이다. 그는 최근 연임 과정에서 퇴임식까지 치렀다가 다시 이사장 자리로 돌아오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전문성' 잣대를 들이밀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진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투입된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제회는 지난 17일 늦은 밤 기습적인 표결로 3년 임기 새 이사장으로 이진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선출했다.


이사장 선출 과정은 파행을 거듭했다. 공제회는 당초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선출 절차를 밝으려 했으나 건설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회의장을 점거, 이사회를 연기했다. 같은날 오후 5시께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려 했지만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열지 못했고 어수봉 이사회 의장직무대행이 밤 10시께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회에서 "이 전 비서관은 공제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이사장 선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는 백석근 이사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으로 있는 이정식 이사가 이사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이 전 비서관이 이사장에 선출됐다.

책임 작고 권한 막강
감사 자리 입지 불안

지난 7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된 이재호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출판 분야 비전문가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점 때문에 출판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1년 연임이 확정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김 이사장의 연임은 '임기 보장'보다는 '잡음 피하기' 성격이 짙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사 잡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분석이다.

공공기관 중 최초로 각종 정책을 대통령직인수위에 직접 보고하겠다고 나서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정창영 코레일 사장도 감사원에서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만큼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을 도맡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박 당선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에 입지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및 보은인사'로 꼽힌 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과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도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

책임은 작지만 권한은 막강한 '감사' 자리도 낙하산 투성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국감정원은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박병옥씨를 각각 감사로 선임했다. 또 코트라 감사에는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에는 이성환 전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이 임명됐다.

새정부 출범 직전까지 꽂히는 MB맨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까?

지난해 11월 에너지관리공단 감사로 온 이규태 전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출신이고 8월에는 이성호 전 국방대 총장이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로 부임했다.

재벌 및 CEO,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8일까지 28개 공기업의 상임, 비상임 임원 320명 중 해당회사 출신으로 임원이 된 경우는 84명으로 전체의 2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공기업 임원의 70% 이상이 관료 및 정치권 인사 등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정부 출신 임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대한석탄공사로 임원 9명 중 7명(77.8%)이 관료 출신이고 한국중부발전은 8명 중 6명(75%), 한국도로공사는 15명 중 8명(53.3%)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어 한국전력공사(46.7%), 한국철도공사(46.2%), 한국조폐공사·한국감정원(45.5%),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남부발전(44.4%), 인천국제공항공사·부산항만공사(4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8개 공기업 임원 320명 가운데 청와대 관련 임원은 22명이나 됐으며 이 대통령의 후광이 의심되는 현대건설 관련 인사 3명도 기관장급에 자리를 잡았다.

사외이사로 불리는 비상임이사의 경우 자사출신은 전체 171명 중 4명. 반면 관료는 73명이나 됐고 학계출신이 28명, 타 기업출신이 33명이었으며 정계출신은 17명, 언론계출신이 15명으로 나타났다.

MB정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던' 낙하산 인사들이 최근에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한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합병설 '솔솔'
CEO들 좌불안석

박 당선인은 특히 "1리터의 깨끗한 물에 한 방울이라도 오물이 섞이면 마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 당선인의 발언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CEO와 감사, 이사의 교체 예고와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무가 겹치는 몇몇 공기업과 평판이 좋지 않은 공기업의 경우는 합병도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험한 꼴' 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들리기도 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융권 MB맨들

박근혜발 인사태풍 부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점이 더해서 임기를 다 채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무리하게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 대통령과 대학 동문에 대선 특보를 지낼 정도로 남다른 인연을 가져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진행된 민영화가 모두 좌절됐고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인사철마다 외풍에 시달렸던 만큼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인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게다가 농협 역시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임기 보장은 미지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두 금융지주는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을 비교적 덜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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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