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천기누설> 재계총수 5인 계사년 운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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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끌 황제들 "하늘은 누구 편?"


[일요시사=경제1팀]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검은색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이 밝은 지 어느 덧 두 달. 올해 재계의 화두는 위기관리와 성장동력 확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고, 그 여파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이 점친 재계 총수들의 신년운세를 통해 올 한해 우리 경제를 점쳐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
"맹공격에도 끄떡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톱10'에 오르는 등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 2012년 한 해 매출만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유로존 경제불안, 미국 재정절벽 우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계속된 여건하에서도 고부가·차별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트 사업 매출 증대와 모바일 AP 판매 확대를 달성했다.

이 회장의 올해 운세도 좋다. 백운비 원장은 "유의유덕(有義有德)"이라고 운을 띄운 뒤 "평소에 생각했던 바가 이뤄지고 지난해에 못한 일이 이뤄지며 지난해에 잘못되고 무너졌던 부분을 새로 고치고 재정비 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한 운 들어와 보호막 형성


백 원장은 "다만 운이 중간중간에 끊기는 형상이 오기 때문에 의견전달이 충분히 되지 않아 오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직접 거래보다는 중간 대행을 시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 백 원장은 "대내분쟁은 이번 해까지는 겪어야 한다"고 점쳤다. 여기서 '대내분쟁'은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상속소송 선고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별 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한 운이 들어오는 해이기 때문에 보호막을 형성,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래 중장기적 경쟁력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내실 경영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잔 밑을 챙겨라"

"도고명립(道高名立). 성장하고 발전하며 명성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백 원장이 밝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2013년 운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41만357대의 차를 판매했다. 전년 판매대수 405만9438대보다 8.6% 증가한 실적이다. 내수시장에서는 시장 불황과 수입차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지만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판매호조를 보인 결과다.


지난해 10월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전년보다 8계단 상승한 53위를 기록, 아우디를 제치고 자동차 브랜드 7위로 올라섰으며 기아차는 87위로 처음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백 원장은 "외부 사업은 지속적으로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최근 정 회장으로써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정, 해외시장서 최고될 좋은 기회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전세계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어렵겠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잃으면 안 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살 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대형차를 수출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로 미국럭셔리시장 점유율 9%를 달성하자는 캠페인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운이 절반으로 나눠질 수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손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부내실(外富內失)할 수 있다는 것. 백 원장은 "내분이 많으니 투쟁·분쟁 등을 잘 다스려야 한다"며 "애매한 거래를 삼가고 가능한 직접 관여하고 상대하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28일 오전 6시30분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백 원장은 "뚝심이 대단해 내분이 있어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무 LG 회장
"사람이 재산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임진년은 도약의 한 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9조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9100억원 규모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 신화' 재연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이 기세는 201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장선도'에 나섰다.

백 원장은 "구 회장의 올해 운세가 1년 내내 전반적으로 평행하다"며 "가활만인(可活萬人). 즉 외부에서 안으로 사람이 모이고 더불어 덕을 많이 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나아가 구 회장이 다른 사람의 위험도 본인이 도와줘서 큰 덕을 남긴다고 지목했다. 인간관계를 넓게 활용할수록 큰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구, 인재 모으면 복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해 말 LG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며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후 8개 계열사 사장들을 이끌고 미국행에 나섰다. 인재 모으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LG그룹은 시장선도 사업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올해에도 지난해 채용 규모인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 회장이 단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백 원장은 지적했다. 건강이다. 백 원장은 "부분적 건강운이 안좋으니 평소에 약점을 보완하고 가능한 7월이나 11월은 40km 이상 원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
"마지막엔 웃는다"

시작은 좋지 않다. 하지만 백 원장은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구원의 해"라고 전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 31일 SK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최 회장은 2008년 말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공모해 SK텔레콤, SKC&C 등 SK그룹 계열 18개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리고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지급한 것처럼 속여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시작은 미약…결국 끝은 창대 

최 회장은 법정 구속이 결정된 직후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사건 자체를 알게 된 것은 2010년이다"며 "이 사건 자체를 잘 모른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거 하나다"고 호소했다.

백 원장이 진단한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한마디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일이 많은 해'다. 백 원장은 "관약이 중중하니 송사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다행이 운이 살찌는 형상이라 약한 부분이 보완되고 병든 부분이 치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2013년의 시작은 우울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룹 사업도 성장이 기대된다. 백 원장은 "내수도 좋지만 운이 외부로 강하게 뻗어 있어 해외 쪽에 큰 성장과 결실이 기대 된다"며 "잠시 스쳐가는 위기에 그룹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과욕은 금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용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지 않은 임진년을 보냈다. 회사에 수천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경영공백을 맞은 그룹은 ING생명 동남아 법인을 인수하는데 실패하는 등 일부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에 성공한 한화건설은 최근 김 회장의 건강상태까지 급속히 악화돼 재판마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백 원장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걱정과 근심은 여기까지로 보인다. 백 원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인간관계 개선과 수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화그룹은 올 해 초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한화그룹은 호텔, 리조트 서비스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 시설관리인력,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직원들에 대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 부동산 투자·개발 시 큰 성장

오는 3월1일부터 시행되는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는 무려 2043명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에 대해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및 정년 보장과 함께 승진의 기회도 약속했다.

백 원장은 "김 회장의 올해 운이 부동산 투자·개발 쪽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그룹이 진행 중인 부동산 관련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는 전언이다. "욕비불귀(慾非不起). 정도와 한계를 지킨다면 더욱 튼튼한 결실을 맺게 되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강악화에 대해서는 "운명적으로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외길 역학 인생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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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