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8>인기 청약지 베스트

동탄·위례·판교·세종…신도시 최강자는?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내집 마련. 집 없는 서민들의 소원이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사면 안 된다. 올해 내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신도시부터 살펴보는 게 어떨까. 동탄·위례·판교·세종 등 신도시들에 쏟아질 신규 아파트 공급 현황과 그 인기를 비교해 봤다.

아파트 공급 봇물…분양물량에 프리미엄 형성
분양가 거품 빠지면서 내집 마련 수요자 관심

올해는 확실한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위례신도시와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이들 신도시의 절반 수준의 분양가로 전세난을 탈출할 수 있는 동탄2신도시 등에서 신규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에 있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인기단지 가뭄이 극심하다보니 동탄2신도시, 판교신도시, 위례신도시로 쏠리는 관심이 크다”며 “이미 기존 분양물량에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데다 분양가 거품이 빠져 분양되는 만큼 내집 마련 계획이 있는 수요자라면 이들 지역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서울 전세가로 청약
수도권 실거주자 몰려

서울 전세가격으로 청약할 수 있는 인기단지로는 동탄2신도시가 꼽힌다. 전통적인 경부축 선상에 위치한데다 기존 동탄1신도시 거래가보다 10∼20% 정도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극심한 수도권 분양침체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이 몰렸다. 일부 단지는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KTX 개통 호재 등이 이어지면서 서울 출·퇴근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란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민간아파트가 대부분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청약 예·부금으로도 청약이 가능해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오는 2월 말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신안, 호반건설, 대원, 동보주택건설, EG건설 등 7개 업체 총 6207가구가 대단위 분양에 나선다. 이번 3차 동시분양은 모든 주요 핵심시설이 들어서는 북동탄에 입지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동시분양 참여업체 중 대지면적이 가장 넓고 유일하게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차별화되는 롯데건설은 A28블록에 지하 1층∼지상 29층, 16개동, 전용 101∼241㎡ 총 1416가구 규모의 ‘동탄롯데캐슬 알바트로스’를 공급한다.

앞선 2차 동시분양에서 차별화된 상품 구성으로 가장 먼저 100% 분양을 달성한 대원은 A33블록에서 ‘동탄2신도시 대원칸타빌 2차’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 84∼135㎡ 총 714가구 규모다. 신안은 A32블록에서 지하 2층∼지상 25층, 13개동, 전용 84·101㎡, 4개 타입 총 913가구의 ‘신안인스빌 리베라’를 분양할 예정이다.

EG건설은 A9블록에 총 642가구 규모의 ‘동탄 EG the 1’을 분양한다. 공급규모는 지하 1층∼지상 15층, 12개동으로 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전용 59㎡와 84㎡ 두 주택형 구성이다. 대우건설은 A29블록에 중소형으로만 구성된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5층, 11개동, 전용 59∼84㎡ 총 1348가구 규모다.

호반건설은 A30블록에 선호도가 높은 전용 54㎡와 84㎡로만 이뤄진 ‘동탄 호반베르디움’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5층, 14개동 총 922가구 규모다. 동보주택건설은 A19블록에 총 252가구의 ‘동보 노빌리티’를 분양한다. 공급규모는 지하 1층∼지상 18층, 전용 84·98·114㎡로 이뤄진 중대형 구성이다.

자금여력이 있는 중·대형 청약예금 가입자라면 판교와 위례를 노려볼만 하다. 위례신도시는 기존에 전매제한이 풀린 분양권 매물에 약 1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되고 있다. 이마저도 미계약분이나 중·대형 등 비인기 물량에 한정돼 있어 요즘처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수도권 1·2기 신도시를 통틀어 유일하게 서울 강남에 조성되는 위례신도시는 두말할 필요 없는 ‘불후의 인기 청약지’다. 위례신도시에는 올 상반기 현대건설, 현대엠코, 삼성물산이 나란히 분양에 나선다.


현대엠코는 A3-7블록에 전용 95∼101㎡ 970가구를, 현대건설은 A2-12블록에 621가구를 분양한다. 삼성물산도 A2-5블록에 전용 101∼125㎡의 중대형 410가구를 분양한다.

판교신도시에서는 상반기 ‘판교 알파돔시티’주상복합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3.3㎡당 1900만원대의 분양가가 예상된다. 2009년 3.3㎡당 1600만∼1800만원 선에 분양됐던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전용 117㎡의 지난해 11월 실거래가는 11억6000만원(5층)이었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507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최소 3.3㎡당 700만원의 차익을 낸 바 있어 장롱 속 청약통장까지 가세한 치열한 청약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판교 알파돔시티는 C2-2, C2-3 2개 블록에 각각 417가구와 514가구를 올 상반기 분양한다.

매매·전세 급등 현상
인근으로 번지는 추세

올해 분양시장 3대 키워드는 ‘수도권·재개발·대단지’로 요약된다. 지방 분양이 많았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분양아파트 4채 중 3채가 수도권에서 나온다. 또 수도권 물량의 절반 이상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다. 대형사 대부분이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정비사업을 선호한 결과다.

그동안 주택경기가 불확실해 미뤄뒀던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도 쏟아진다. 대형사들은 올해 주택공급 계획을 짜면서 지방 분양 물량을 대폭 줄였다. 지방 주택시장 분위기가 꺾여 사업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5만1625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체 물량의 77%에 달한다.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만 해도 세종·창원·광주 등 지방에서 전체 물량의 75%에 달하는 5232가구(일반분양 2250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방 사업장이 1곳도 없다. 삼성물산도 올해 수도권에서만 85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리스크 줄이려
지방 분양물량↓

 
대형사의 올해 분양사업 원칙 중 하나는 ‘사업 리스크’줄이기다. 이런 이유로 올해 대형사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비중은 매우 높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입지가 뛰어나 미분양 리스크가 크지 않다.

올해 공급되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모두 48곳으로 전체 단지(82곳)의 절반을 넘는다. 수도권은 66곳 중 37곳이 정비사업장이며 공급물량도 총 2만7479가구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이 많아 수도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분양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형사들은 정비사업 위주로 수익 안정성을 추구하는 한편 그동안 주택시장 회복을 기대하면서 미뤄왔던 대단지 분양 기회도 엿보고 있다. 전국 34곳의 자체 및 도급사업장 중 절반에 가까운 16곳이 1000가구를 넘는 대단지다. 수도권은 12곳에서 대단지 분양이 계획돼 있다.

SK건설은 올해 서울, 인천, 광주 등 전국 4개 사업장에 총 6454가구를 공급하는데, 옛 유공 저유소 부지인 인천 용현지구에서만 3971가구를 쏟아낸다. 인천 분양시장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대형 브랜드타운을 만들어 수요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건설은 2월경 충남 아산시에 ‘더샵 레이크시티’ 1914가구를 분양한다. 이 단지가 들어서면 이전에 공급한 ‘더샵 레이크사이드’와 3000가구가 넘는 더샵 브랜드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올해 지방에서는 개발이 본격화하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주변에서만 약 2만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진다. 혁신도시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114개 공공기관을 부산, 대구, 울산, 강원 원주 등 지방 10개 지역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과 기업·연구소 등을 함께 유치해 지방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만드는 만큼 향후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혁신도시에서는 아파트 1만9552가구가 새로 공급될 전망이다. 올해 공급 물량은 모두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만 구성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9320가구다.

민간 물량보다 분양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LH는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공공임대주택도 5296가구를 공급한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5930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이 몰려 있다. 이어 경북(3547가구), 충북(2165가구), 경남(2036가구), 전북(1905가구), 강원(1410가구), 대구(1395가구), 울산(1164가구) 순이다.

혁신도시 아파트는 지난해 울산에서 분양한 민영 아파트가 평균 10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공공기관과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30개 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반 시설도 속속 완공되면서 혁신도시의 모습도 조금씩 갖춰져 예비 청약자들의 기대감이 높다. 다만 지방 분양 시장에도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았다는 점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재정 부담 등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혁신도시가 최근까지 지방 분양 시장의 블루칩(우량 아파트)으로 꼽혔지만 올해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에도 아파트 공급이 잇따를 전망이다. 올 상반기 예정된 물량만 1만여 가구에 이른다. 세종시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 이전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지속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올 분양시장 3대 키워드
‘수도권·재개발·대단지’

부동산 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종시에서는 16개 단지, 총 1만307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1만8000여 가구가 공급되는 등 최근 3년간 분양 물량은 3만 가구에 이른다.

부동산 관계자는 “인기가 검증된 세종시는 주택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분양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세종시 진입을 원하는 수요자라면 청약에 적극 나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분양의 첫 주인공은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이날 견본주택을 열고 1-1생활권 M4블록에 ‘호반베르디움 5차’를 선보였다. 이 단지는 중소형인 전용 59∼84㎡ 총 688가구로 구성됐다. 인근에는 32만㎡ 규모의 근린공원이 있고, 복합커뮤니티센터도 가까워 생활이 편리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가격(3.3㎡ 기준)이 최저 691만원이고, 평균 758만원 수준으로 계약금 10%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조건 등을 내세워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기반시설 속속 완공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을 크게 늘린 중흥건설도 곧 세종시에서 분양에 나선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만 6개 단지에서 3731가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개 단지에서 2605가구를 분양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달리면서 세종시에선 전세 물량을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초반 1억2000만원이던 전용 84㎡ 전셋값은 최근 1억8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급등하는 전셋값의 영향으로 첫마을 아파트 매매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작년 6월 입주를 시작한 한솔동 ‘첫마을 6단지 힐스테이트’ 전용 84㎡ 매매가가 2억9000만∼3억원 선으로 최근 한 달새 1000만∼2000만원 올랐다.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은 셈이다.

세종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정부세종청사까지 간선급행버스(BRT)로 20분 정도 걸리는 KTX오송역 인근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며 가격도 상승세다.

충북 오송읍 ‘오송 호반베르디움’ 전용 84㎡ 전셋값은 1억7000만원대로 올 들어 1000만원 정도 뛰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매매가도 최근 한 달새 1000만∼1500만원 올라 2억6000만∼2억70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세종시에서 입주하는 물량도 작년보다 적어 당분간은 전·월세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세종시에서는 지난해보다 800여 가구 줄어든 3438가구가 준공된다. 정부청사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매매·전세가 급등 현상이 인근으로 번지는 추세다. 공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세종시에서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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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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