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1>부패의 덫에 빠진 사람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정치인부터 대통령 친인척까지 … ‘권력 놓고 돈 먹기’
‘박연차 게이트’ 뒤 몸 숨긴 청와대 성매매 혐의 사건

돈은 권력을 향해 움직이고 최고 권력이 모이는 곳에서는 썩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정권교체 후 전 정권의 부패에 대한 수사만큼이나 현 정권의 부패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으로 내세웠던 이들이 ‘부패종합세트’라는 오명을 받고 낙마하는가 하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떡값 리스트’와 ‘쌀 직불금’ 논란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한 부패가 세상에 드러났다. 최근에는 ‘박연차 리스트’가 정·관계와 재계를 뒤흔들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여야 정계의 실력자들과 비리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의 고위 인물, 전 대통령의 핏줄과 현 대통령의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던 것. 거대 게이트로 진면목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부패공화국’을 파헤쳐봤다.

새 정권들은 출범과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권력이 모인 곳에서는 여지없이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부패한 인사들과 함께였다. 출범 초기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으며 ‘강부자’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장관 임명을 앞두고 내정자들의 논문 표절, 자질 문제 등 온갖 의혹이 불거졌다.

첫발부터 ‘부패’ 딛고
삐거덕거리며 출발

초기 내각 멤버로 거론됐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을 받다가 정부 출범 전날 사퇴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부인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쓸렸으며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정부 출범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논문 표절과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됐음에도 버티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사퇴압박을 가하자 물러났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리스트’를 공개하며 “새 정부 각료 가운데도 삼성 비자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폭탄’을 던졌다. 그는 “이미 각료로 확정된 사람이나 청와대 사람, 후보로 오르내리는 사람 가운데 당연히 많지 않겠느냐”면서 “사제단에 제출한 이른바 ‘삼성 비자금 명단’에는 50여 명의 이름이 들어있으며 주로 검찰이고 정치인 등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구사제단이 공개한 삼성 금품로비 대상자들의 명단에는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이 올라있었다.

사제단은 “이종찬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김성호 역시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 황영기의 경우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자로서, 재직 시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도 ‘떡값검사’로 거론, 권력의 심층부에 자리에 부패한 인사들의 면면이 알려졌다.

정권교체 후 여권 수장이 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새 시대의 신정치,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선 한나라당이 계속 달라지겠다. 게이트가 없는 정권을 반드시 만들겠다. 윤리강령을 철저히 적용하는 정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감사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달아 터진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봉투 살포와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옥희씨의 ‘공천 장사’,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은 이명박 정부를 출범 6개월 만에 ‘부패의 덫’에 빠뜨렸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은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100여 만원 상당의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네는 등 모두 3500여 만원을 뿌리며 차기 의장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시 의회 의원 106명 중 100명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의 약 30%가 관련돼 있는 사건이었다.

뇌물 파동 후 김 의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나 의원직은 유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지 9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부덕과 무지의 소치로 인해 서울시민과 서울시 의원님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옥희씨는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종원 서울버스운송조합 이사장 등에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차례에 걸쳐 3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 등 당시 공천에 관여했던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며 김씨가 청와대에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을 키웠지만 ‘언니 게이트’라고 불린 그의 ‘총선장사’는 결국 단순 사기사건으로 결론 났다.

유한열 상임고문은 국방부 납품청탁 명목으로 지방의 한 전산업체로부터 약 6억원을 받았다. 그는 로비를 위해 공성진 최고위원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까지 손길을 뻗었다. 그러나 검찰은 유 상임고문에 대한 수사에서 정치권에 로비 명목으로 금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장 남는 장사는
공천·청탁 장사?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고위공직자 4만명이 직접 쌀농사를 지은 농민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쌀 직불금 파문은 고위공직자 4만명 중 100여 명의 정·관계 인사가 포함됐다고 전해지면서 파장을 더했다.

쌀 직불금 파문은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돈을 부당 수령했다는 점 외에도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의 쌀 직불금 파문과 관련, 부정 수급자 명단 발표를 촉구하며 부정 수급액의 국고 환수, 부정 수급을 받은 정무직 공무원의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농민을 위해 지불돼야할 국민의 혈세가 탐관오리들에 의해 갈취당한 사건”이라면서 “국회의원이든 장차관이든 모두 밝혀내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학용, 김성회 의원이 쌀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도 쌀 직불금 수령자로 거명됐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조사를 벌여 2499명을 부당 수령자로 결정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 실제 경작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위법·부당하게 수령한 경우와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직불금을 불법 수령하거나 신청한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었던 1000명가량에게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박연차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관계가 떨고 있다. ‘참여정부의 후원자’이자 ‘여야를 막론한 마당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리스트’에 노무현 정권 실세들은 물론 현 여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명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구속 기소를 시작으로 이정욱 전 한국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됐다.

또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멈추지 않고 있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는 4월을 기점으로 8월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업무와 관련된 케이블 TV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청와대 성매매 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청와대 김모 전 행정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네거리에 위치한 D룸살롱에서 청와대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뉴미디어 과장과 함께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 임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술 접대에 이어 룸살롱 종업원과 ‘2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마포구 노고산동 G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다 적발됐다.

‘박연차 리스트’ 찍고
청와대 성매매에 방점

더욱이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한 후 방통위에 합병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했고 신 과장은 방통위에서 뉴미디어 분야의 담당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행정관들의 성매매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하겠으며 내부 기강도 더욱 철저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은 “경찰은 단순 성매매로 왜곡하고 청와대는 금주령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며 “국회가 열리면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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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