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4> 부폐의 덫에 걸린 사람들

함부로 돈 먹었다가 체할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져 나오는 연예계 비리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PD와 제작자, 연예인들간 뇌물수수 및 성상납에 관한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 검은 커넥션은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거대한 연예계에 보이지 않는 권력과 황금만능주의의 술수가 건재하고 있기에 그렇다. 신참내기 연예인들은 뇌물을 통해서라도, 성상납을 해서라도 스타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방송계에서의 생명은 바로 인기로 점철되기 때문이다. 뇌물과 성상납,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팽배해있는 그 검은 고리를 좇아봤다.

연예계 보이지 않는 권력과 황금만능주의 술수 건재…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지난 95년 방송계 뇌물 수수파동은 연예계가 얼마나 곪아 있었나 보여준 사건
방송가엔 “함부로 돈을 먹었다가는 체한다”는 웃지 못할 은어 나돌기도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예비리’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난 1995년 1월12일 경찰청은 연예계 비리를 수사하면서 PD, 매니저 등 13명을 출국 조치했다. 방송계의 뇌물수수 파동은 연예계 종사자들 및 연예인들에게 자성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 당시 경찰은 금품수수와 매춘 등 상당한 물증을 확보해 뇌물수수 사건이 얼마나 곪아 있었나를 여실히 알려주었다.

4~5년 주기로 뇌물수수 사건 발생
‘월드컵 주기’ ‘올림픽 주기’ 표현도

당시 섹스스캔들로 성상납을 한 탤런트는 총 9명. 9명은 대부분 방송사의 톱 탤런트들이었다. 지금도 검찰 측 파일엔 이들의 명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경찰 수사과는 연예계 비리와 관련, 매니저 K씨를 입건,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당시 경찰이 K씨를 풀어주는 대가로 대다수 많은 탤런트들의 성상납 사실을 알게 됐다는 신빙성 있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 사건은 섹스스캔들과 맞물려 은행거래내역을 추적하는 등 상당한 진척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붙잡힌 매니저에게 일부 PD들에게 승용차가 오간 사실, 금품을 전해주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 받았다. 이에 따라 성상납을 한 9명의 섹스리스트가 비밀리에 공개되기도 했다.
1995년 이후 PD들의 자성이 있었던지 한 건의 뇌물사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 11월26일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 연출가인 김재형 PD가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조연급 탤런트 2명에게 1612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것. 이에 서울지법 형사 9단독 이석웅 판사는 김재형 PD에 대해 징역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612만원을 선고했다.

이후에도 연예인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방송사 PD와 매니저들이 금품을 주고받는 ‘검은 유착’ 사건은 4~5년을 주기로 터졌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월드컵 주기’ 또는 ‘올림픽 주기’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방송계 역시 비리가 있을 때마다 ‘검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성명서 발표와 함께 윤리강령발표, 자정선언 등을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 PD들의 이름만 달라질 뿐 고위층을 향한 로비 형태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연예비리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일부 방송PD와 탤런트, 매니저간엔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공존하고 있다. 매니저는 자신의 소속연예인들을 PD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스타로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상납과 뇌물 및 촌지는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방송사 자사 직원 솜방망이 처벌
반복되는 사건의 또 다른 이유

이러한 공식은 PD들이 스타를 발굴해내는 직업이고 매니저는 경제적, 명예적인 면을 고려하려는 밸류가 생성되기에 그렇다. 방송사 연예담당 PD는 일을 통해 어차피 매니저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 매니저가 PD와 친하게 지내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인적자원을 쌓아서 유대감을 돈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가에는 “함부로 돈을 먹었다가는 체한다”는 웃지 못할 은어가 나돌기도 한다. 그만큼 PD와 친밀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수백명의 연예인들이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선택되는 연예인은 극소수. 그러다 보니 인맥과 검은 돈의 유착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연예비리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방송사의 자사 직원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방송계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선 무엇보다 방송사의 의지가 중요하다. 방송사는 매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비리로 치부하면서 자정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비리를 차단하고 방송사가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해당 비리 연예기획사의 퇴출과 함께 PD들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비리에 연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뒤 소리소문 없이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검찰 조사에서만 별 문제가 없다면 OK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방송사 자체 조사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PD를 퇴출시켜야 한다.

동시에 비리에 연루된 기획사에 대해 방송사 차원에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기획사들은 PD가 바뀔 때마다 이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PD를 길들여왔다. 연예기획사의 단맛에 빠진 PD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유리하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캐스팅을 해왔다.


수사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에
뒷거래는 당연한 행태로 인식

사실 일선 PD들을 비롯한 방송관계자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공식처럼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일선 제작진들은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방송비리’ 사건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되다 보면 진위 여부를 떠나 마치 PD집단 전체가 부도덕적으로 매도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PD들이 말뿐이 아닌 실천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타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PD들이 이런 것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연예비리가 되풀이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도 있다. 수사가 있을 때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뒷거래가 업계의 당연한 행태로 인식되는 등 도덕불감증이 만연해지고 오히려 뒷거래 없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많은 연예기획사가 있지만 이름만 대면 PD들이 경쟁적으로 출연을 시키고 싶어하는 스타급 연예인은 한정돼 있으며 신인급 연예인만 소속된 곳도 적지 않다.

신인을 방송에 출연시키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모든 연예기획사가 금품로비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부지런히 방송사를 돌아다니며 PD들을 만나 친분을 다지고 소속된 연예인을 홍보할 뿐이다.
하지만 로비를 통해 스타가 된 연예인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뒷거래 없이 일을 해온 매니지먼트사들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크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도 어려운 일을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는 이유로 쉽게 해결하는 업체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결국 돈이다’라는 생각에 자신을 위해 발품을 팔아준 매니저를 등지고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기획사로 옮기려는 연예인들이 생기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망한 신인들이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업계의 ‘상도의’가 깨지고 질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신인 발굴과 육성에 집중해온 회사들은 이들이 떠나면 존립기반마저 흔들게 되고 결국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예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뿐이다”라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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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