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2012 대한민국 성희롱 보고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22:25
  • 댓글 0개

부장, 여직원에 "스트립쇼 어때?" 교장, 여교사에 "남녀의 성기는…"

[일요시사=사회팀] 교수가 여제자에게 '여행가자'고 말만 해도 성희롱일까. 농담과 성희롱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적으로 '성희롱이 성립하느냐'에 대한 판단은 국가인권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이 결정한다. 하지만 그 사례가 워낙 다양해 어디까지가 성희롱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를 통해 성희롱 실태를 살펴봤다.

현행법상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성적 언동이나 그밖에 요구에 따르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 법률에 명시되어 규제대상이 된 것은 1999년 12월30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2001년 11월25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여성부 소속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담당하던 성희롱 시정 업무를 이관받아 고용 및 업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관한 조사와 구제업무를 해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백서 발간

지난 12일 인권위가 발간한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총 1209건이 인권위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200건이 넘는 성희롱 진정이 접수되고 있으며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성희롱 진정자는 주로 20대와 평직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나이대별 진정자 비율은 20대가 36.3%로 가장 많았고, 30대(25.3%), 40대(12.6%)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진정자(가해자)와 진정자(피해자) 간 직위를 상호 비교해보면 중간관리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316건(27.4%), 고위관리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는 55건(4.8%), 대표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는 280건(24.3%)으로 중간관리자 이상이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전체의 80.2%를 차지해 권력관계에 의한 성희롱이 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권고 사건만을 놓고 볼 경우 피진정자가 대표자인 경우가 44건(35.2%)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개인 사업체 및 자영업 등 소규모 업체 경우 1인 사업주가 고용인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성희롱 발생 장소를 보면 사업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5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식 장소(19.6%), 학교 수업 등 교육 장소(4.2%), 출장(3.2%) 순으로 조사됐다.

기관별 성희롱 발생 비율을 보면 기업체가 618건(53.6%)으로 가장 많았고,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 등 학교가 123건(10.7%)으로 나타났다. 병원과 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은 97건(8.4%), 협회, 조합 등 단체는 83건(7.2%), 국가기관은 73건(6.3%), 공사 및 공단 등 공공기관은 60건(5.2%)이다.

성적 언동의 종류는 성적 농담 등 언어적 성희롱이 419건(36.4%)으로 가장 많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육체적 행위 389건(33.8%), 언어적 행위와 육체적 행위가 같이 발생한 경우가 238건(20.7%)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있는 육체적 성희롱의 경우 가장 중한 행위로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고소도 가능하다. 인권위를 거치지 않은 채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경우 인권위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성희롱 사건 발생장소 1위는 기업체
권력관계 있을 때 주로 발생 '말조심'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권고 이상 성희롱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권고란 성희롱 행위로 판단되어 그 소속 기관·단체 또는 감독 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진정인 A씨는 ㅇㅇ공단 주차관리부장인 피진정인 B씨가 자신과 동료 여직원을 지칭하면서 "젖탱이나 한 번씩 만져주면 된다"라고 발언해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B씨가 실제로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을 확인하고 B씨 소속 기관의 장인 ㅇㅇ공단 이사장에게 B씨를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사회복지법인 대표의 아르바이트생 성희롱 사례도 소개돼 있다. 진정인 C씨는 △△복지관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복지관장인 D씨의 요구로 수안보에 온천을 갔고 목욕을 마치자 D씨는 "호텔을 예약했다"며 "함께 들어가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D씨는 밤늦게 전화해 "보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해 성적 굴욕감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참고인들의 진술과 C씨가 제출한 이메일 자료 등을 종합해 D씨의 성적 발언을 확인하고 D씨는 C씨에게 4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가 주최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D씨는 "'호텔에서 쉬었다 가자'고 한 것은 성인에게 한 제안이므로 원하지 않으면 거절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D씨는 복지관 관장이고 C씨는 수습직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등 단순 남녀 사이의 제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호텔서 쉬었다 가자"
  권력관계면 성희롱

서울구치소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은 인권위가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난 경우다. 인권위는 2006년 2월 서울구치소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여성 수용자 E씨가 분류 심사 도중 교도관 F씨에게 성추행당했다고 구치소 측에 알린 후 같은 달 19일 자살을 시도하면서 인권위가 재조사를 맡은 것이다.

앞서 법원은 F씨가 피해자 E씨의 손을 잡고 위로한 적은 있으나 이를 성적 괴롭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성적 괴롭힘이 아니라 '처지 비관'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F씨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정도는 심각했고 경찰 조사에서 은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폐된 분류 심사실에서 F씨는 E씨를 껴안는가 하면 관복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드러난 것. 또한 이러한 성추행은 E씨뿐만 아니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적 있는 여러 여성 수용자들에게도 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구치소 측이 이를 알면서도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정황을 발견하고 이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 서울지방교정청 관련자들을 징계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또 가해 교도관인 F씨를 강제 추행 치상 혐의 등으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

백서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도 소개돼 있었다. 진정인 G씨는 본인의 강제추행 사건 담당 경찰인 피진정인 H씨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고 G씨가 여성 경찰관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처녀도 아닌데 가슴 한 번 만진 거 가지고 무슨 여형사냐"라고 말해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H씨는 "G씨의 나이가 40세인데 가슴 한 번 만진 것은 본인이 조사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고 진술했고 인권위는 H씨가 인정한 발언도 충분히 성적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H씨가 G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슴을 오른손으로 만졌다는데 어느 정도 어떻게 만지던가요?"라고 질문한 것은 강제추행 사건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내용으로 보고 문제 삼지 않았다. 인권위는 H씨 소속 경찰서장에게 소속 경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 피해자 조사 방법과 관련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백서에는 기업체에 의한 다양한 성희롱 사례가 소개돼 있었다. 건수가 많은 만큼 성희롱 수위도 강했다.

한 기업체는 퇴폐 영업 술집에서 회식하며 여직원을 불러 성희롱을 자행하다 덜미가 잡혔다. 소속 부서의 상급자인 I씨 등은 회식이란 명분으로 알몸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 J씨를 동석시키고 J씨에게 쇼를 본 소감을 물었다. J씨는 이 일로 말미암은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I씨 등은 "J씨를 회식 자리에 동석시키고 소감을 물은 것은 J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에서 행한 것이 아니라 젊은 직원과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담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I씨 등이 부적절한 곳을 회식 장소로 선택했고 회식하는 동안 먼저 집에 가겠다는 J씨를 만류한 후 J씨에게 스트립쇼를 본 소감을 물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만든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회식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있느냐, 성관계 경험이 있느냐, 모텔에 가봤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야기하는 것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I씨 등은 J씨에게 손해 배상금 200만원을 지급할 것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간접적 성적 언동도
성희롱 될 수 있어

성희롱은 직접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가해지는 성적 언동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 성적 언동 당시 당사자가 면전에 없어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성적 언동도 성희롱이 되는 것.


주유소에서 일하던 K씨는 주유소의 선임직원인 L씨가 직장 동료에게 K씨를 두고 "콜라에다 약을 타서 어떻게 해보지 왜 그냥 보냈느냐?" "그 여자는 내 것이니까 건들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전해 듣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이후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한 성적 언동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규제 대상인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인권위는 "법률이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제재하는 것은 성차별적 편견이나 권력관계에 근거해 직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진 성적 언동이 피해자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고용 관계에 있어 위축되거나 배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며 "직장 동료나 상하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대화는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더라도 근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직장 내에서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언동을 하는 것은 비록 해당 여성이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할지라도 성희롱의 범주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L씨가 말한 내용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표현으로 사회 통념이나 합리적 여성의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언동이 당사자인 K씨에게 전달되었다면 당사자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스트립쇼 보며 여직원에게 "어땠어?"
입으로 전해져도 성희롱 될 수 있어

신체 특징을 비유한 농담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 M씨는 퇴근 후 식사 자리에서 옷에 음식물이 묻을지 몰라 앞치마를 달라고 하자 상사인 N씨는 "너는 가슴이 작아서 음식물이 묻지도 않을 텐데"라는 발언을 해 M씨는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 발언은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굴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N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음담패설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O(남)씨는 교장인 P(남)씨가 학교 전체 교직원이 워크숍에 가는 버스 안에서 약 3시간 동안 마이크를 잡고 미리 종이에 준비해온 음담패설(여자와 무의 공통점, 수험생과 신혼부부의 공통점, 책과 여자의 공통점 등)을 장시간 낭독해 O씨는 자신과 특히 여교직원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 및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P씨가 20여 명의 교사가 탑승한 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해온 음담패설을 장시간에 걸쳐 공개적으로 낭독하였고 그 내용이 남성 및 여성의 성기를 빗대어 표현해 누가 들어도 성관계를 연상할 만한 내용이다"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비유하거나 한자 풀이를 빙자해 여성 및 남성의 성기를 직접 언급하는 등 피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남성 부하직원이 여성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진정인 Q(남)씨는 회사 사장인 피진정인 R(여)씨가 사무실이나 차 안에서 팔짱을 끼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거의 매일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하는가 하면 Q씨의 집 앞까지 와서 만나자고 하는 등의 언동을 반복해 정신적 고통을 느끼다 퇴사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여사장이 부하직원
성희롱한 경우도…

인권위는 참고인들 모두 Q씨가 R씨에게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을 고려해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기혼인 여성 고용주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혼 남성 부하 직원을 상대로 팔짱을 끼거나 '사랑한다'는 등의 언동을 하는 것은 보통의 남성이라면 충분히 성적 굴욕감을 느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P씨는 Q씨에게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특별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백서에는 성희롱 피해 구제 절차 및 사례뿐 아니라 성희롱 관련 법제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이 담겨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전국 대학 및 공공도서관, 관련 단체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현재 인권위 사이트(http://www.humanrights.go.kr)에 게시돼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