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이번 대선은 유난히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도드라졌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를 출범시키는 등 연예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 누리스타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중장년층 가수, 탤런트 등이 합류했다. 이에 질세라 장외에선 '박근혜를 지지한다'며 유명인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 모두는 소위 말하는 '박빠'였다.
"이 세상 아니 지구상 어디를 봐도 우리 박근혜 후보만큼 불행한 분이 없다. 양친을 흉탄에 잃고 40년 세월을 동행하는 사람 없이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을 풀려 살아온 사람이다."
방송인 송해가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현 당선인) 지지연설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날 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무대에 오른 송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단 송해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를 뽑아 달라’는 연예인들의 지지유세가 잇따랐다. 가수 현철은 자신의 노래 가사를 바꿔 "기호 1번에∼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란 노래를 불렀고, 배우 송재호는 부산 유세에서 "부산 아입니까?"란 지역주의(?)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누리스타' 출범
이처럼 박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은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었다. 탤런트 송기윤은 일찍이 새누리당이 조직한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의 단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가수 현미와 김세레나는 나란히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려 유세 현장을 지켰다. 고 육영수 전기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탤런트 전원주와 선우용녀도 상임고문으로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개그맨 이용식과 심현섭은 대선 기간 자문위원의 역할을 수행했다. 심현섭의 아버지는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의원 겸 청와대 대통령실장까지 지낸 유명 정치인이다.
가수 이주노는 누리스타에 합류하면서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연예인이다. 이주노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활동 당시 사회 저항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이주노의 누리스타 자문위원 합류는 대선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애초 소극적인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예상과 달리 이주노는 지원 유세에 활발히 참여했다. 지난 15일 한 유세 현장에서 이주노는 "박근혜 후보가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정말 지킬 것만 공약하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기에 박근혜 후보를 많이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등 세몰이에 기여했다. 또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환영식에서는 지지자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박근혜 후보님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직접 축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친박' 행보를 보였다.
입담하면 빠질 수 없는 개그맨 중에서는 따로 특명을 받고 활동한 단원들이 있다. 이들은 박 후보를 따라다니지 않고 전국에서 열리는 지원 유세를 돕는 역할을 했다. 개그맨 이상운·김정렬·김종국·황기순·최형만 등은 청중들을 상대로 즐거움을 주는 임무를 맡았다.
은지원·현철·설운도·이순재·최불암·노주현 지원
이상운·김정렬·김종국·황기순 유세 현장 바람잡이
반면 박 후보를 해바라기처럼 따라다닌 연예인도 있다. 가수 설운도는 대전·충청·세종·전북·경기·서울로 이어지는 유세에 열렬히 동참했다. 후보 사전 연설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았던 설운도는 거의 매번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등 의상도 꼼꼼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 때는 "집안 살림은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 꼼꼼하게 살림 잘하는 박근혜를 이 나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말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한 유세 현장에서 '소양강 처녀'를 불렀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명 가수가 유세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기부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이다'란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현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은 "1절까지는 불러도 괜찮다"라는 해석을 내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눈길을 끈 연예인도 있었다. 방송인 쟈니윤은 지난 17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유세 당시 TV토론에 나온 세 후보를 비교하며 "문재인은 안철수만 바라보는 사람, 이정희는 북쪽만 바라보는 사람, 박근혜는 국민만 바라보는 후보"라면서 "문·안 두 분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께 문안드릴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탤런트 강만희는 도를 넘은 네거티브 공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지난 12일 대구 동성로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겨냥해 "제가 사극을 많이 하는데 사극에는 간신이 많이 나온다. 제가 보기에 안모씨는 간신이다. 간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여 버려야 한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어 "박근혜가 대통령이 안 되면 동성로 거리에서 여러분과 저희들이 할복해야 한다"는 연설로 또 한 번 빈축을 샀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누리스타에는 탤런트 심양홍·박윤배·김애경·정동남·김진태, 개그맨 한무·배영만, 체육인 유남규·최홍만 등이 속해 있었고,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선봉에 섰다.
'막말' 막장배우도
또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서는 이순재·최불암·노주현이 활동하며 지원사격을 펼쳤다. 이밖에도 방송인 허참, 탤런트 김혜선, 가수 박상민·현진영 등이 박 후보를 후방에서 도운 연예인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인연이 깊은 가수 김흥국은 물론이고 박 후보의 5촌 조카로 알려진 은지원도 유세장의 단골 인사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은지원은 첫 유세를 마친 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지원 유세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겨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수백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서진 역시 박 후보 지지유세에 나서 힘을 보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