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앞장 선 연예인사단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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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아저씨도 '박빠' 현미 아줌마도 '박빠'

[일요시사=사회팀] 이번 대선은 유난히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도드라졌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를 출범시키는 등 연예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 누리스타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중장년층 가수, 탤런트 등이 합류했다. 이에 질세라 장외에선 '박근혜를 지지한다'며 유명인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 모두는 소위 말하는 '박빠'였다.

"이 세상 아니 지구상 어디를 봐도 우리 박근혜 후보만큼 불행한 분이 없다. 양친을 흉탄에 잃고 40년 세월을 동행하는 사람 없이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을 풀려 살아온 사람이다."

방송인 송해가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현 당선인) 지지연설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날 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무대에 오른 송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단 송해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를 뽑아 달라’는 연예인들의 지지유세가 잇따랐다. 가수 현철은 자신의 노래 가사를 바꿔 "기호 1번에∼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란 노래를 불렀고, 배우 송재호는 부산 유세에서 "부산 아입니까?"란 지역주의(?)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누리스타' 출범

이처럼 박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은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었다. 탤런트 송기윤은 일찍이 새누리당이 조직한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의 단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가수 현미와 김세레나는 나란히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려 유세 현장을 지켰다. 고 육영수 전기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탤런트 전원주와 선우용녀도 상임고문으로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개그맨 이용식과 심현섭은 대선 기간 자문위원의 역할을 수행했다. 심현섭의 아버지는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의원 겸 청와대 대통령실장까지 지낸 유명 정치인이다.


가수 이주노는 누리스타에 합류하면서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연예인이다. 이주노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활동 당시 사회 저항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이주노의 누리스타 자문위원 합류는 대선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애초 소극적인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예상과 달리 이주노는 지원 유세에 활발히 참여했다. 지난 15일 한 유세 현장에서 이주노는 "박근혜 후보가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정말 지킬 것만 공약하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기에 박근혜 후보를 많이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등 세몰이에 기여했다. 또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환영식에서는 지지자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박근혜 후보님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직접 축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친박' 행보를 보였다.

입담하면 빠질 수 없는 개그맨 중에서는 따로 특명을 받고 활동한 단원들이 있다. 이들은 박 후보를 따라다니지 않고 전국에서 열리는 지원 유세를 돕는 역할을 했다. 개그맨 이상운·김정렬·김종국·황기순·최형만 등은 청중들을 상대로 즐거움을 주는 임무를 맡았다.

은지원·현철·설운도·이순재·최불암·노주현 지원
이상운·김정렬·김종국·황기순 유세 현장 바람잡이

반면 박 후보를 해바라기처럼 따라다닌 연예인도 있다. 가수 설운도는 대전·충청·세종·전북·경기·서울로 이어지는 유세에 열렬히 동참했다. 후보 사전 연설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았던 설운도는 거의 매번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등 의상도 꼼꼼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 때는 "집안 살림은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 꼼꼼하게 살림 잘하는 박근혜를 이 나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말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한 유세 현장에서 '소양강 처녀'를 불렀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명 가수가 유세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기부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이다'란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현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은 "1절까지는 불러도 괜찮다"라는 해석을 내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눈길을 끈 연예인도 있었다. 방송인 쟈니윤은 지난 17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유세 당시 TV토론에 나온 세 후보를 비교하며 "문재인은 안철수만 바라보는 사람, 이정희는 북쪽만 바라보는 사람, 박근혜는 국민만 바라보는 후보"라면서 "문·안 두 분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께 문안드릴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탤런트 강만희는 도를 넘은 네거티브 공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지난 12일 대구 동성로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겨냥해 "제가 사극을 많이 하는데 사극에는 간신이 많이 나온다. 제가 보기에 안모씨는 간신이다. 간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여 버려야 한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어 "박근혜가 대통령이 안 되면 동성로 거리에서 여러분과 저희들이 할복해야 한다"는 연설로 또 한 번 빈축을 샀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누리스타에는 탤런트 심양홍·박윤배·김애경·정동남·김진태, 개그맨 한무·배영만, 체육인 유남규·최홍만 등이 속해 있었고,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선봉에 섰다.

'막말' 막장배우도

또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서는 이순재·최불암·노주현이 활동하며 지원사격을 펼쳤다. 이밖에도 방송인 허참, 탤런트 김혜선, 가수 박상민·현진영 등이 박 후보를 후방에서 도운 연예인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인연이 깊은 가수 김흥국은 물론이고 박 후보의 5촌 조카로 알려진 은지원도 유세장의 단골 인사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은지원은 첫 유세를 마친 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지원 유세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겨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수백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서진 역시 박 후보 지지유세에 나서 힘을 보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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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