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코너몰린 원세훈 국정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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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커녕 맨날 뒷북만 치다 날 샐라

[일요시사=사회팀]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된다. 정보기관은 알아도 모른 척, 해도 안 한 척 침묵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어찌된 영문인지 다 탄로 난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정원 수장부터가 정보 문외한이었던 것. 결국 국정원장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부딪혀 코너에 몰리는 신세가 됐다.

 

대선정국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터져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악성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진위가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여야 공방의 쟁점이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현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오피스텔을 방문해 "국정원 여직원이 국내정치 현안과 관련 인터넷 게시글 작성 및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한 것.

국정원 선거개입
경찰도 한패인가?

반면 국정원은 "명백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공간을 무단 진입해 정치적 댓글 활동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12일까지 현장 상황이 교착국면에 들어가자 우원식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컴퓨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인멸될 수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은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 인멸 전에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대치국면이 길어지자 현장에서는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2일에 걸친 현장상황은 <문재인TV>를 통해 새벽3시까지 생중계됐고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 12일 오전 국정원 대변인이 해당 오피스텔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지킨 지 15시간 만이었다. 대변인은 "민주당 측이 완력을 써서 폭언을 일삼고 가족들의 자택 출입을 막는 등 국가 공무원 감금행위를 저질렀다"며 "개인에 대한 불법 사찰 및 명예훼손이자 국정원을 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다. 경찰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자료, 오피스텔 내 CCTV 기록, 국정원 직원의 행적에 대해 탐문을 벌였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또한 해당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맞고발을 한 상태여서 '선거개입' 진위에 따른 논란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정원 발 여론조작 의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대선 핵심변수 떠올라
북 미사일 발사 '깜깜' 뻥 뚫린 대북 정보망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로켓 발사체가 장착됐고, 발사 상태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오늘 발사할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의 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 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로켓 발사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음 날 북한의 로켓 발사가 탐지되자 당혹스러워했다.


국정원은 11일은 물론 12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이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한·미 정보·국방 당국이 사실상 북한의 발사 동향 점검에 실패했고, 발사 당일까지도 북한이 로켓 발사체를 분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국정원은 뒤늦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시험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에서 "발사체가 통신위성, 첩보위성, 또는 관측위성인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발표대로 관측위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분리했지만
로켓은 발사대에?

국정원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발사체 중량은 100㎏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주장대로 관측위성 역할을 하려면 중량이 최소 500㎏은 돼야 한다. 100㎏이라면 위성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덧붙였다. 발사체가 무슨 용도인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국정원은 "(로켓 발사체를 분리했다는 정황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의 억측 보도"라면서 "로켓은 상시적으로 발사대에 장착돼 있었고 국정원은 그걸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사 시점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1·2·3단계 로켓까지 모두 분리해서 수리한다는 보도를 했다가 하룻밤 만에 모든 로켓을 조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위장술에 완전히 당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보도에 한·미 정보당국이 놀아나면서 완전히 상황을 오판한 것으로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수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서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북방한계선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 요청을 거부한 원 원장을 직권 남용 등의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서 의원은 최근 제기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화록 사본을 제출하도록 국정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제출을 거부하자 서 위원장은 원 원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국정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지닌 국회 정보위원장이 '비밀 열람권'을 거부했다며 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데 대해 새누리당이 단일화 파도를 넘기 위한 끈의 하나로 NLL 포기 발언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을 압박함으로써 야권이 대화록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NLL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통으로 엮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여야 정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는 것.

이와 관련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 정보위원장이 자기네 정부의 국정원장을 고발하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NLL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별별 소리를 다 하다가 이제는 자기편을 고발하는 자해 공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법에 따라 열람을 거부한 것을 법으로 고발하겠다는 발상도 황당무계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동네북 된 국정원장
고발당해도 조용

원 원장은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바람 잘 날이 드물었다. 특히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인사가 너무 자주 이뤄지고 인력을 무작위로 배치하는 통에 업무의 비전문성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것이다.

'원세훈식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을 흥신소보다도 못한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린 것. 원 원장 취임 이후 첩보작전이 잇따라 탄로 나면서 지난해 초에는 사퇴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2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들어갔던 세 명은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잠입해 노트북에 손을 대다 특사단원에게 들켜 달아났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고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인도네시아 측에 사과해야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북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간부 2명이 중국에서 보안기관에 체포돼 억류됐다. 그뿐만 아니다. 2010년 6월에는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무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리비아 정부로부터 추방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져 국교단절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국정원이 미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정원이 첩보활동을 벌이다 발각돼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원 원장 책임론이 부상했다. 국정원의 반복된 실책은 원 원장의 잘못된 인사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은 국정원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저렇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는데도 현 정권이 계속 저 자리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당시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국익을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을 대신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기능 마비·잦은 실수·업무 혼란
"'원따로' 이후 바람 잘 날 없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천안함, 리비아, 연평도, 특사단까지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한다"라며 원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원따로'는 원 원장의 별명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 별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처음 붙인 것으로 대구지방 음식으로 유명한 따로국밥과 그의 출신지인 TK를 엮어 지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별명처럼 '따로' 움직이기 때문일까.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야당 위원들이 불만이 많다. 한 야당 위원은 "원 원장은 정보위원들과 스킨십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원 원장은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보다 앞선 1973년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내무부 소속 사무관으로 초기 강원도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에서 일했다.

성동구청 도시정비국장과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총리실 지방행정담당관, 서울시 행정관리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02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그해 7월 서울시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던 그가 갑작스럽게 요직에 임명된 것은 당시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 놀랄 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행정1부시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청계천 복원사업과 시내버스 체제 개편, 상암DMC 등 이명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사업을 예산과 조직개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그의 핵심임무였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할 때까지 4년을 보좌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정책 분야 상임 특보를 맡았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2008년 행전안전부 장관에 올랐다. 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직원들에게 군기가 엄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상당했지만 당시 원 장관은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2월 그는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단행된 국정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내부인사 물갈이를 수 차례 시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정원 기능 마비와 정보요원들의 실수로 대변되는 '아마추어' 국정원이었다.

의아한 인사
예견된 실패

이 대통령이 원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라는 평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워낙 잡음이 끊이지 않다 보니 결국 자타가 공인하는 충성심을 가진 원 장관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보 문외한인 원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할 때부터 실패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국정원은 연간 1조원의 혈세를 쓰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오로지 'MB맨' 원 원장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사방팔방에서 두들겨 맞으며 코너에 몰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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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