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어제 팔렸습니다." "빼먹었는데 사고 이력이 있네요." "더 좋은 물건으로 보여 드릴게요."
중고차 시장에서 값싼 '미끼매물'에 대한 딜러들의 주된 변명이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같은 '고전적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판매자들은 가격을 낮추지 않은 채 성능을 '뻥튀기'하는 유인책을 쓰고 있다. 중고차 구매자가 미끼매물에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정리해봤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서모(30)씨는 지난 9월 중고차 딜러의 '미끼매물' 수법에 깜빡 속고 말았다. 취업 2년차 서씨는 중고차 구입을 계획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다 00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했다. 차량 구석구석 사진정보는 물론이고 '무사고'임을 증명하는 점검 내역에 성능상태점검기록도 게재돼 있었다. 서씨는 중고차 딜러 차모(42)씨에게 전화를 해 매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천에 있는 00중고차매매단지를 방문했다.
신차 시장 2배 규모
하지만 서씨가 마음에 꼭 든 매물은 해당 매매단지에 없었다. 딜러는 통화할 때와는 달리 다른 매물만 계속 소개했다. 서씨는 어찌 된 영문이냐고 화를 냈지만 딜러는 "죄송하다. 매물은 어제 팔렸다"고 둘러댔다. 대신 오늘 갓 들어온 좋은 매물을 특별히 소개해주겠다며 종용했다. 나중에 해당 매매단지에 확인 결과 공식 딜러로 등록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최근 중고차업계 통계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의 약 60% 이상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중고차 거래 대수가 300만(15조원)을 넘어서며 신차 시장의 2배 규모로 급성장한 것이다.
중고차 매매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시작된다. 차량정비, 차량검사, 등록업무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중고차매매 온라인사이트 이용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미끼매물' 피해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고차 관련 피해신고는 2009년 256건, 2010년 459건, 2011년 510건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미끼매물은 온라인상에서 가격, 연식, 옵션, 사고유무 등 중고차 가격과 관련된 정보를 조작해 구매자를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품질도 좋고 값이 싼 상품을 찾는 구매자들의 입장에서는 사기성 매물을 솎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구매자가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은 수도권 매장을 방문할 경우 시간적·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또 미끼매물의 경우 인터넷에 광고한 사업자와 실제 중개 현장에 나타난 사업자가 달라 사실상 조사 및 처벌이 어려운 만큼 구매자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전적 수법 알려지자 '성능 뻥튀기'로 유인
등록증·성능기록 확인…카히스토리 조회 필수
미끼매물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싼 가격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보통 미끼매물은 정상적인 가격보다 싼값으로 소개된다. 게다가 차량의 상태는 무사고에다 주행거리가 짧으며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되어 있다.
매물 사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미끼매물은 주로 이미 팔리고 없는 중고차의 사진을 가져다 쓴다. 따라서 계절에 맞지 않는 배경의 사진이 올라와 있거나 사진과 설명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적혀 있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차량등록증과 성능상태점검기록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중고차를 거래할 때 딜러가 구매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차량 종합 정보다. 여기엔 차명, 연식, 주행거리 등의 기본정보부터 사고유무, 결함 및 수리 위치, 정비 상태 등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고이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카히스토리'를 조회해 중복으로 점검하는 게 좋다. 카히스토리는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보험회사들의 사고내역을 종합적으로 조회해 차량의 사고유무 및 용도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전손, 침수, 도난 등의 특수한 사고이력도 확인이 가능하다. 사고이력은 보험개발원 사이트에서 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내면 조회할 수 있다. 보험 처리한 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차량의 상태와 사고수리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서류를 요구했으나 딜러가 "나중에 보내주겠다." "직접 와서 확인해 달라."고 한다거나 서류에 기재된 정보가 서로 다를 경우 미끼매물이거나 대포차일 가능성이 크므로 거래하지 않는 게 좋다.
조심했음에도 인터넷에서 확인한 매물이 매매단지에 없다면 미련을 버리고 다른 중고차 딜러를 찾아야 한다. 미끼매물 자체가 구매자를 속이기 위한 것이니만큼 이러한 딜러에게 중고차를 구매하면 십중팔구 비싸게 차를 사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중고차를 구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알면 안 속는다
지난해 말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이 입법 시행되면서 온라인 중고차 광고 시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의무 고지 사항이 강화됐다.
현재 구매자에게 반드시 고지되어야 할 내용은 ▲ 중고차 자동차등록번호·주요제원 및 선택사양정보 ▲중고차 압류, 저당 및 세금 미납정보 ▲중고차 상태 성능점검기록부 ▲ 중고차 제시신고번호 및 해당 자동차매매사업조합명, 전화번호 ▲ 중고차 판매사원의 사원증번호 및 소속 자동차매매업 상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다.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