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불명예 퇴진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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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부리려다…제 꾀에 넘어간 총장님

[일요시사=사회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번 사태를 두고 '검란' '내홍' '사상 초유'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내세우는 검찰 조직 내에서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의 정면충돌이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중수부 폐지'를 내건 개혁안에 반기를 들었던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한 전 총장이 보복성 감찰을 지시하자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일선 검사들이 자신의 수장을 내쫓아 버린 꼴이 됐다.

지난 29일 한상대 전 검찰총장(53·연수원 13기)과 최재경 대검중수부장(50·17기)은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8층 검찰총장실 앞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검 소속 직원 10여 명은 총장실 앞에 대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일부 검찰 간부들은 총장실과 차장검사실 등을 분주히 오갔다. 이날 오전 9시께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53·14기)를 필두로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부장검사 전원이 총장실을 찾았다.

이들 참모진은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 소식이 발표된 28일 오후 전국 각 검찰청에서 검찰총장사퇴요구가 빗발쳐 나오자 한 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기 위해 온 것. 이들은 '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일선 검찰청에 집단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해야 했다.

검찰총장 vs 중수부장
중수부 폐지 놓고 갈등

뒤이어 9시40분께 대검 소속 기획관과 단장 및 과장 등 부장검사급 중간간부들이 총장실에 도착했다. 이들은 "명예롭게 퇴진해 달라"며 용퇴를 건의했다. 그러자 한 전 총장은 "그런 얘기할 거면 너희들도 같이 사퇴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무너져가는 막장 검찰의 단면을 보여주는 웃지 못 할 한 장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전 총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소속 형사부장들을 주축으로 대표단을 꾸려 한 전 총장을 방문할 움직임이 일었다. 검사들의 의견이 '총장 퇴진 불가피' 쪽으로 모이면서 이날 정오까지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검란이 일어날 조짐도 나타났다. 사태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한 전 총장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전 총장은 다음날인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회의실에서 사퇴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분간 짧은 사퇴의 변을 남기고 물러났다.

한 전 총장은 "저는 오늘 검찰총장 직에서 사퇴합니다. 먼저 최근 검찰에서 부장검사 억대 뇌물 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 드린 것에 대하여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단상에서 나와 허리를 숙였다.

이어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며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전 총장의 사퇴 기자회견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한 전 총장은 애초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조건부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고 한 전 총장에게 개혁안 발표 중단을 촉구하는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표명만 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쓴 뒤 기자에게 속마음을 드러낸 문자를 보내 물의를 일으킨 서울남부지검 소속 윤대해 검사에 대한 논란도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데 있어 부담으로 작용됐다. 이로써 검찰의 자체 개혁은 일단 무산됐다.


중수부 폐지 두고 내홍…중수부장과 정면충돌
"제발 나가주세요" 검찰 초유 집단항명 사태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충돌한 사상 초유의 사태의 주요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검찰 개혁안'을 둘러싼 의견충돌에 있었다. 최 중수부장은 한 전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한 전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통해 MB정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연명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 전 총장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동부지검 전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 여론 조작 논란을 부른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의 문자까지 대형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한 전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전 총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봐주기 위해 법정 최저형인 4년으로 내리도록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 전 총장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를 생각해냈다. 코너에 몰리자 위기 돌파 수단으로 '중수부 폐지 카드'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을 꺼내 든 것이다. 또 한 전 총장은 의견충돌을 빚어온 최 중수부장에 대해 그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트집 잡아 감찰까지 지시했다. 현직 대검 중수부장이 감찰을 받는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 판단은 '무리수'가 되어 오히려 총장 생명을 단축시킨 꼴이 됐다.

대검이 한 전 총장의 지시를 받고 최 중수부장 감찰에 들어간 표면적 이유는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공보업무를 맡았던 최 중수부장에게 향후 언론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최 중수부장이 문자로 조언했는데 이것이 검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중수부장 향해
보복성 감찰조사

한 전 총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이 문제를 보고받자마자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또 이준호 감찰본부장에게 긴급 브리핑을 열도록 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토록 했다. 통상 감찰조사는 결과가 나온 뒤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총장이 제 뜻과 다른 최 중수부장을 솎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감찰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 전 총장은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최 중수부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듣고도 직권으로 감찰본부에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겉으론 김 특임검사가 최 중수부장의 감찰을 의뢰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면서 정작 한 전 총장 자신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모양새를 띠도록 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한 전 총장이 본인의 임기를 연명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고 최 중수부장까지 찍어 내리려 하자 일선 검사들까지 나서 한 전 총장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던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의 잇따른 추문 이후 총장 진퇴 문제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것이 감찰 조사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문제 될 행동을 일체 한 바 없으므로 이번 감찰조사를 승복할 수 없고 향후 부당한 조처에는 굴복하지 않고 적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한 전 총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다만 한 전 총장이 사퇴하기로 결정하자 최 중수부장 역시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감찰 문제가 종결되면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중수부 폐지 문제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하명 수사, 표적 수사를 일삼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그때마다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중수부 폐지를 필사적으로 반대해왔다. 검찰은 중수부가 폐지되면 수사권이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검찰 수장이 직접 중수부 폐지를 언급하고 나서니 한 전 총장은 검찰 내부에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것. 그런 한 전 총장이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조사 지시까지 내리자 전국 일선 검사들까지 들고일어나 사퇴까지 이른 것이다.

MB정권 승승장구
레임덕 맞자 찬밥

한 전 총장은 1959년 1월28일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제23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3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임용된 후 법무부 법무실장·검찰국장, 서울고검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하며 '독립기념관 부실시공 화재사건' '부산 항운노조 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을 시작으로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법무심의관을 거쳤다. 특수와 공안 분야 경험이 다소 적은 편이지만, 검찰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빅4' 중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치면서 '대기만성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것이 참여정부 당시 걸림돌로 작용해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3년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뒤 참여정부동안 지방을 전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다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고려대 출신으로 검찰 내 고대 인맥의 좌장격인 한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대망의 검찰총장 자리까지 꿰찼다.

물론 그가 검찰총장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7월 검찰총장으로 내정될 당시 한 총장에 대해 스폰서, 군 면제, 논문표절,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저런 비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계속 나오자 검찰 내부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임명을 반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한 전 총장 임명을 밀어붙였고 당시 다수의석을 한나라당도 이에 동조해 지난해 8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MB정부 들어 승승장구 "퇴임대비용 인사"
BBK·내곡동…의혹 모두 잠재운 '소방수'

당시 검찰과 정가에서는 '퇴임대비용 인사'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정권 말 레임덕이 오면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줄줄이 터질 것을 예견하고 대비한 카드라는 것.

실제로 한 전 총장은 이 대통령과 보통 사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과 한 전 총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또 한 전 총장의 장인 박정기 전 한국전력 사장은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과 같은 TK 출신이자 육사 14기 동기로 절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장이 각종 의혹의 당사자임에도 MB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특수 관계 덕분이라는 게 당시 검찰 안팎의 중론이었다.

취임 후 한 전 총장은 'MB 지키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전 의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국철 SLS회장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도 정작 몸통으로 지목된 이 전 의원에 대해선 서면조사만 했다. 또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건에 대한 봐주기 식 수사를 주도했다.

한 전 총장의 MB 지키기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귀국하자 당시 한상대 검사장은 수사를 맡았다. 그리고 수사 착수 2개월 만에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청장이 갖는 무게감에 비하면 김이 빠지는 수사였다. 그림 로비를 통한 인사 청탁 혐의, 미국 체류 기간에 국내 주정 업체 3, 4곳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 전부였다.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었던 이 전 의원 등 여권 거물급 인사에 대한 연임 로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이 대통령 관련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은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시절 대기업 3곳으로부터 수억 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긴 것도 '대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 전 청장 수사는 철저히 개인 비리 차원, 그것도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미군 산하 오산 미군비행장을 통해 귀국해 역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옵셔널벤처스(옛 BBK투자자문) 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명박·에리카 김의 빅딜설'이 나왔다. 에리카 김씨가 BBK 의혹의 잔재를 눈감아주는 대신 검찰이 그의 비위를 눈감아 줬다는 내용의 의혹이었다.

BBK 소방수
초특급 승진

이처럼 이 대통령의 'BBK 의혹'은 한 전 총장에 의해 잠재워졌다.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두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은 한 전 총장은 중앙지검 부임 5개월 만에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그는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년3개월 만에 검찰총장 자리를 물러났다.

검찰 내부에서의 한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업무 전반을 잘 파악하고 후배들을 다룰 줄 알아 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 한편 "총장 취임 이후 너무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대검과 일선 지검에서 선후배 갈등이 커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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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