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검찰이 한 재력가의 뒤를 캐고 있다. 회삿돈을 빼돌려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 은밀히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단서만 잡으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태세다. 이 과정에서 내연녀 등 재력가의 비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A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회장은 지방에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검은돈'을 만든 의혹을 받고 있다. 하청업체 등을 통해 단가 후려치기, 납품가 부풀리기, 리베이트 등의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문난 배포
검찰은 A회장이 빼돌린 돈을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미 업계엔 ▲거액을 횡령했다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 ▲정치권에 뒷돈을 제공했다 등 A회장의 비리 소문이 파다했다.
이를 접한 검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 은밀히 자료 검토 작업에 나섰다. 특히 제보가 검찰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제보자가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과 함께 회사 내부의 자료 등 관련 서류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에 따르면 A회장의 비리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아직 내사 단계라 비자금이 있다 없다 말할 시점이 아니다. 수사 여부도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내용을 공개하면 해당 기업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다만 A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나 단서를 잡으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A회장의 공금 횡령 정황은 회사 매출을 보면 어느 정도 감지가 된다. 그동안 매년 흑자를 내며 아무런 탈 없이 잘 나가다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꾸준히 해마다 100억∼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2009년의 경우 3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런데 2010년 갑자기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매출은 오히려 늘어 의문을 더한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전체적인 지출 내역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임직원 급여와 판매촉진비 명목의 비용이 크게 늘었다. 또 접대비와 광고선전비, 지급수수료, 용역비 등의 지출도 증가했다. 특히 지분법손실, 잡손실 등 영업외 비용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여기에 회사 측은 "과거 과대계상한 금액이 있다"며 오류수정 부분을 순손실로 반영하면서 마이너스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 회삿돈 빼돌려 '검은돈' 조성 내사
"임신" 고의접근 내연녀에 속아 거액 뜯겨
회사 측은 검찰 내사를 전혀 모르는 눈치다. 검찰의 수사 움직임이 없다고 판단, 낭설로 결론을 내린 회사 관계자의 입에선 당연히 격앙된 말투가 흘러나왔다. 이 관계자는 "검찰 내사설은 사실무근이다. 물론 비자금 조성 부분도 사실이 아니다. 검찰에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어디서 이런 헛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검찰이 뒤를 캐고 있는 A회장은 관련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업가다. 서울 강남 일대의 땅부자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부친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아 '회장'직함을 거저 얻었다. A회장의 형제들도 모두 한 몫씩 챙겨 일찌감치 분가해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업가들이다.
사실 A회장은 어린 시절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보냈고 현재도 강남의 '큰손'으로 지내고 있는 만큼 배포가 큰 인물로 유명하다. 평소 씀씀이가 시원시원해 '통큰 회장님'으로 정평이 나 있다. 거지가 그에게 구걸하면 적어도 수표 한장은 받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업계 안팎에 나돌 정도.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흥청망청 돈을 뿌리는 걸 좋아하는 모 그룹 ○○○ 회장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이를 알 수 있는 A회장과 관련된 소문 한 토막. 구설 메이커인 A회장은 돈 뿐만 아니라 여자 문제로 뒷말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내연녀 스캔들'이 압권이다. 내용은 이렇다.
A회장은 부인과 자녀를 둔 어엿한 가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몰래 이른바 '세컨드'인 내연녀를 만났다. 한동안 잘 지냈던 두 사람의 밀애가 깨진 것은 내연녀가 임신을 하면서다. 내연녀는 뱃속 아이를 빌미로 A회장에게 돈을 요구했다. 금액은 10억원. 낙태하는 조건이었다.
구설 메이커
A회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은행에서 거액을 인출하거나 이체할 경우 증거가 남을 것으로 우려해 비서를 통해 비밀금고에 보관하던 빳빳한 현금을 내연녀에 전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연녀는 돈을 뜯어내기 위해 고의로 접근한 '꽃뱀'이었고, 내연녀의 임신 사실도 거짓말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식으로 여자들에게 이리저리 뜯긴 돈이 엄청나다고 한다.
A회장은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A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 정치권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A회장을 둘러싼 추잡한 소문들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게 뻔하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