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집 일본이 몰려온다①] ‘엔화’유입 기업 리스트

‘사무라이 칼’ 대한민국 심장부 겨누다

일본 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일본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국내 기업도 일본 자금을 언제라도 받아들일 태세다. 일본 역시 ‘엔고 현상’을 발판 삼아 현해탄을 건널 채비를 끝낸 모양새다. 한편에선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계 자본의 시장 장악 우려도 나온다. 3·1절을 맞아 현재 일본 자금이 유입되거나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국내 기업 현황을 분석해 봤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계 자금들이 강력한 엔화를 무기삼아 국내 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MB정부까지 나서 “지금이야 말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시점”이라며 일본 자금 유치를 부추기고 있다. ‘3월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본계 자금의 한국 철수설이 무색할 정도다.

검찰에 구속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는 반대로 “엔화의 초강세로 일본의 투기자본이 한국경제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계 자금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일본 자금의 막대한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돈’하면 가장 먼저 롯데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국롯데는 유통, 식품, 호텔, 금융, 중화학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본롯데는 롯데제과나 롯데리아 등 식품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이 일본롯데를,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롯데를 맡는 구도다.
외관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별도의 법인으로 보이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대부분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한국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아닌 일본롯데 경영자인 신동주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롯데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19.21%), 일본롯데물류(15.75%), 일본롯데데이터센터(10.48%), 일본롯데애드(9.47%), 롯데전자공업(8.66%), 일본광윤사(5.49%) 등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9.29%)을 비롯해 롯데제과(3.21%), 롯데캐피탈(27.33%), 롯데산업(36.82%), 롯데물산(29.62%), 롯데건설(47.5%), 롯데상사(30.5%), 롯데리아(20.2%), 롯데기공(17.38%), 호남석유화학(13.6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순환출자 정점에 일본계 회사인 호텔롯데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본 자금의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기업 인수 등 사업영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아이오이손해보험은 롯데손해보험에 28억엔(약 430억원·지분율 9.9%)을 투자했다. 최근 OB맥주 인수전에도 아사히맥주가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보일러 업계의 대명사 린나이코리아도 롯데그룹과 사정이 같다. 린나이재팬과 합작사인 린나이코리아는 강성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49%를 나머지 51%는 린나이재팬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린나이코리아가 IMF 외환위기 직후 린나이재팬으로부터 들여온 차입금 55억엔(한화 864억원)을 변제하지 못해 린나이재팬에 지분 97%까지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린나이는 경영권뿐만 아니라 일본 회사와 다름없는 브랜드가 된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CJ라이온도 일본 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CJ그룹은 2004년 8월 일본 라이온사에 1990년부터 꾸려온 생활용품부문을 매각했다. 일본 라이온사가 81%를, CJ개발이 19%를 갖고 있다. 라이온은 매출 3조원대로 일본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생활용품 전문기업이다.
한국야쿠르트도 외국인투자사로 분류된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일본의 기술과 자본으로 설립됐는데 당시 일본에서 유산균 종균을 공급받는 대가로 지분을 넘기는 합작 계약을 맺었다. 최대주주는 일본법인인 야쿠루토혼샤로 38.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해태음료는 아예 일본 업체다. 해태음료는 2000년 6월 해태그룹에서 분리돼 일본업체 5개사가 참여한 아사히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지분은 아사히맥주 41%, 마루베니 32.5%, 호텔롯데 19%, 미쓰이물산 5%, 덴쯔 2.5% 등 100%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의 지분 투자가 두드러진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이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지난 1월 포스코 베트남 법인의 지분 15%를 사들이기도 했다.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은 JFE스틸이 각각 12.98%, 14.88%를 갖고 있다.
KTF의 2대주주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로 10.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지분 54.25%로 KTF의 최대주주다.
KT는 5월 중 KTF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NTT도코모가 보유한 KTF 주식의 60%를 양도하는 방법으로 2억50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5년 만기)를 발행키로 했다.
NTT도코모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문제를 우려해서다. KT의 1대주주는 지분 6.59%를 보유한 국민연금.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KT-KTF 합병 시 NTT도코모의 지분은 2.1%로 낮아진다.
일본 자금은 국내 은행의 담까지 허물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가 줄을 잇고 있는 것.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자사주 0.5%를 매각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지분 2%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매각하기로 한 계약에 따라 오는 6월까지 나머지 1.5%도 차례로 매각할 계획이다.
앞서 2006년 10월 미즈호은행도 신한금융지주에 출자해 1.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지분은 20%에 달한다. 참고로 은행권 외국인 지분 현황은 지난해 말 현재 SC제일은행 100%, 외환은행 75.4%, 하나은행 67.8%, 국민은행 58.3%, 신한은행 54.1% 등이다.

‘엔고’ 일본계 자본 현해탄 건너 국내 투자 본격화
MB정부 베팅 독려…미네르바 ‘노란토끼’공격 경고
 
     
일본계 자금은 대기업은 물론 코스닥업체와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냥’에 나서고 있다. 국내 일부 업체들은 일본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까지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역업체인 마루베니는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조립라인 제조업체인 우신시스템의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 지난달 6.8%로 지분을 늘렸다. 업계에선 마루베니가 10%대까지 지분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 랜드그룹의 계열사인 K&K쇼난매니지먼트 대표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IT업체인 펜타마이크로의 지분 10.53%를 사들였다. 경영 참여가 지분 취득 목적이다.
삼영전자공업은 케미콘사와 스팍스인터내셔널이 각각 1, 2대주주로 일본계 지분만 무려 50%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애리아파이낸스, JAFCO인베스트먼트 등 일본계 펀드가 몇몇 코스닥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일본업체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들은 일본도 불경기이지만 엔화 강세 등 지금과 같은 한국 투자 시기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경기가 호전된 이후 요사이 취득한 지분만 팔아도 수익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 자본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머드급 매물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1월 한화그룹의 포기로 결국 수포로 돌아간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최대 관심사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외국인에게 파는 방안을 추진하는 탓이다. 일본 업체들의 시원한 베팅이 예상되지만 노조 반발 등 비판 여론이 불 보듯 뻔하다.
하루하루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C&그룹도 일부 계열사의 해외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C&중공업은 최근 그룹 계열사 지급보증 문제로 법원에 파산 신청이 들어가 회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쌍용건설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M&A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쌍용건설의 재매각은 경기침체로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역시 해외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진로의 경우 한때 일본 자금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진로 측은 ‘진로에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확대되자 즉각 진화작업에 나섰고 급기야 신문 지면에 ‘일본 자본이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란 문구와 함께 주주 현황과 보유지분을 공개하는 해명성 광고까지 실어야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일본’에 민감하다는 반증이다.M&A 한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들의 M&A형 투자는 44억26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보다 78.2%나 늘었는데 상당수가 일본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도 경기가 풀릴 때까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모조리 일본의 재물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사채시장 일본계 장악 실태
실적 ‘짱’서비스 ‘꽝’


‘말 많고 탈 많은’ 국내 사채시장은 이미 일본계 자본이 장악한 지 오래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계가 소규모 영세업체 위주인 토종계를 압도, 사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2006∼2007년)간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 중 외감대상(자산 70억원 이상)인 14개 업체들이 2년간 평균 636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총 4036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일본계 대부업체는 2006년 591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7113억원을 대출, 1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07년에도 681억원의 자본금으로 1조4127억원을 대출, 25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챙겼다. 이 같은 이익은 평균 자본금의 6.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금 대비 이익 배율이 0.9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중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2개 업체가 대표적인 일본계 업체다. 러시앤캐시는 2006년 111억원의 자본금으로 3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54억원의 자본금으로 1300억원의 당기순익을 챙겼다. 2년 동안 총 133억원의 자본금만으로 12.2배에 달하는 1623억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산와머니도 지난 2년 동안 평균 200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17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8.9배의 이익률을 세웠다. 반면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대부업 불편·피해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대부업체는 산와머니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어 웰컴, KJI, 러시앤캐시 등의 순이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6월말 현재 각 시·도에 등록하고 있는 등록 대부업체수는 1만8384개다. 무등록 대부업체 등을 합쳐 총 대부시장 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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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