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체제, ISS '반대 권고‘에 제동?

5% 지분 국민연금 선택에 촉각
주총 앞둔 ‘경영권 분쟁’ 분수령

[일요시사 취재2팀] 강주모 기자 =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는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ISS는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명확히 반대를 권고했다. 사유는 이번 주총의 본질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며, 반복된 지배구조 왜곡과 통제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 핵심은 ‘실적이 아닌 거버넌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최근의 실적 개선이나 주가 상승과는 별개로, 현재 고려아연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의 자금과 지배구조를 남용하는 ‘거버넌스 실패’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의 사유화(고가 자사주 매입 후 저가 유상증자 시도) ▲불투명한 상호주 형성(해외 자회사 SMC 등을 동원한 의결권 제한 논란) ▲가족 특혜 및 보수 체계(비등기 명예회장에게 대표이사급 퇴직금 지급)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영진이 글로벌 기준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익 편취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 발생했던 회사의 실질적 손실 및 리스크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실례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배당가능 이익이 고갈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온 중간배당 중단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 실질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점 ▲하바나1호 펀드를 통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이그니오홀디스 고가 매입 논란 등 이사회의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행된 대규모 투자들이 회사의 재무적‧법적 리스크를 키운 점 등이 지적됐다.

게다가 개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지출된 법률 및 컨설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주들이 누려야 할 가치를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이 ‘사적 지배’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회복하느냐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의 표심에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5%(지난 2월 기준)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변동 내역에 따르면, 101만1484주를 보유 중이다(지난해 10월1일 기준).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의 지분율 차이가 불과 1%p 내외의 초박빙 구도인 만큼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향방이 판가름 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ISS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 기조에 발맞춰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경우, 약 13.3%에 달하는 소액주주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고려아연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과 배당 정책에 실망해 왔으며, 국민연금의 결정은 이들에게 ‘공정한 시장’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재명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의 주식을 갖고 있으니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직접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잡혀야 한다”며 시장 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척결 의지를 강조했던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는 이번 고려아연 주총의 향방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해 온 최윤범 회장 체제를 국민연금이 묵인한다면,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주주 충실 의무’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7월3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대주주의 힘이 약해지는 반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 회장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974년, 영풍 창업주인 장병희 초대 회장과 최윤범 회장의 조부 최기호 고려아연 초대 사장이 공동 창업해 장씨 가문이 지주회사 역할을,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구조로 출발했다.

이후 2020년대 들어 두 가문의 경영권 및 투자 전략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제련, 글로벌 투자 등 대규모 투자 확대를 추진했던 반면, 영풍 측은 투자 규모가 과도하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며 최 회장의 경영 독주 등을 문제 삼았다.

4년 후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을 잡으면서 최윤범 VS 영풍·MBK 구도로 재편돼 현재까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재개에서 이번 분쟁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고려아연이 세계 1위의 아연 생산 기업인 데다 재벌 가문의 공동 경영 붕괴 사례인 점, 상법 개정에 따른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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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