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복마전 내막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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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쇄신안 "썩은내 진동"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직원들의 뇌물수수 혐의로 대대적인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한수원은 강도 높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허울뿐인 쇄신안이었다. 비리연루자만 처벌하고 비리업체들과는 거래를 계속해 왔던 것. 그것도 안전 관련 핵심 기술이었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국정감사 날 지경위는 한수원이 사고은폐, 납품비리, 잦은 원전고장 등으로 대국민 불신을 자처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수원 임직원들의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 관련 핵심 기술인 한국원전계측제어시스템(K-MMIS) 개발에 우리기술과 삼창기업 등 한수원의 납품비리업체들이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납품 비리업체들이 개발한 제품이 향후 신울진 1·2호기 등에 활용될 예정이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름만 바꾸면 OK?

지난 22일 국회 지식경제위 전정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의 납품비리 업체 중 하나인 우리기술은 국산화 MMIS 개발에 참여했고 두산중공업과 303억원 규모의 기자재 납품 수의계약을 맺었다. 두산중공업과 우리기술의 수의계약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특정기술을 소지한 자가 1인인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검찰의 수사결과 적발된 33개 비리업체에 대해 26곳만 부정당업자 제재결정을 내렸고, 7곳은 심의를 보류했다. 보류된 업체 중엔 우리기술도 포함돼 있었다.

한수원 측은 "우리기술 전무가 개인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지, 회사와는 상관없다"며 "추후 법률적 검토를 한 뒤 제재를 결정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7월 검찰의 수사 결과 원전계측제어시스템 개발공급업체인 우리기술은 적정가보다 2억원을 더 부풀린 13억5000만원의 견적을 제출했고 담당자인 계측제어팀장은 이를 묵인하고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부풀려진 견적이 표준 가격으로 인정됐고 우리기술은 다른 발전소에도 납품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는 원전 유지, 보수비용을 증가를 초래했다.


한수원은 또 제어계측장비업체인 삼창기업에 대해 비리업체라는 이유로 이달부터 6개월간 입찰 제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미 삼창기업의 원전사업부문은 지난해 8월 포스코ICT에 인수된 상태여서 사실상 '껍데기' 기업에 제재를 가한 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삼창기업을 인수한 포스코ICT가 삼창기업이 기존에 한수원과 체결한 모든 사업을 그대로 수행하는 데다가 포뉴텍으로 사명을 바꾼 채 제어계측정비와 관련된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이다. 포스코ICT 역시 K-MMIS개발에 관여했고, 두산중공업과 309억원 규모의 안전등급제어기(PLC) 납품계약도 맺었다.

전 의원은 "한수원은 비리업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등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원전 안전의 핵심기능인 MMIS개발에 비리업체가 관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MMIS 기술의 검토는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리연루자만 처벌…비리업체들과 계속 거래
개발 참여 제품 신울진에 활용 "안전성 우려"

한수원은 현행법상 특별한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리에 연루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의 품질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한수원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지난 22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고리원자력본부가 강진중공업, 유성산업 두 기업과 체결한 10건의 계약에서 41건의 위조 시험성적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한수원이 비리업체로 지정해 제재를 가한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0년 이후 72개 업체에 총 93건의 제재가 가해졌다. 이 중에는 올 초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적발된 업체들을 비롯해 불법하도급, 입찰 담합,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 등이 있었다.

위조 시험성적서로 이루어진 계약은 총 106억원 상당의 원전 부품 납품 건이며 해당 부품은 원자로의 수리와 펌프의 부품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 대표는 지난 7월 뇌물수수혐의로 울산지검에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를 보면 한수원 주변은 온통 비리 업체들로 둘러싸여 있었던 셈이다. 더구나 이들 업체는 원전의 운전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는 한수원에서 언제든지 비리사건과 안전문제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몇 년째 같은 계통에서 고장이 발생해 원전 정지가 계속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이후 원전 고장 41건 중 같은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해 가동이 정지된 사례는 총 12건으로, 각각 여자변압기 문제 4건, 원자로 냉각재 3건, 제어봉 고장에 의한 정지 5건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동정지는 매년 증가하고 있었는데 지난 2010년 연간 2회였던 고장정지가 2011년엔 7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 7회 가동이 중단되었다. 시험가동 중 정지된 4건을 포함하면 원전은 올해에만 벌써 11번이나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영광 5호기는 5회, 고리2호기는 6회나 가동이 중단돼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이 불안하다

정 의원은 "시험통과를 하지 않은 부품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엄격한 기준으로 업체 관리를 해야 하는 한수원이 앞장서서 뇌물을 받고 있어 협력업체들의 비리가 더욱 기승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원전 운영 노하우가 30년 이상 축적됐으면 고장 정지가 0건에 수렴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며 "원전 관리에는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원전계측제어시스템 : 원전의 운전상태를 감시, 제어하고 이상 상태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도록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원전의 두뇌와 신경조직'에 해당하는 핵심 설비.

※안전등급제어기 : 원자력발전소의 계측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발전소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제어봉 작동을 중지시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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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