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예지 맹폭’ 이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2.01 09:44:03
  • 호수 1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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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전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계이자 여성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국민의힘의 주된 의견과 정면으로 대립한 전례가 많았다. 박 대변인과 그를 감싼 국민의힘 지도부가 진짜 겨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지난달 12일 유튜브 방송 ‘감동란 TV’에 출연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이례적으로 비례대표제로 재선에 성공했다. 김 의원의 재선에 대해선 “지역구를 관리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공천”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장애인이라서?

박 대변인은 이날 “장애인에 너무 많은 할당을 한 게 문제”라며 “김 의원은 스스로 주체성을 갖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튜버 감동란은 김 의원에 대해 욕설을 하면서 “여성·장애인인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박 대변인은 다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하는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발의했던 장기이식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놓고도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본인의 의사가 강하면, 가족의 반대와 관계없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면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된다”는 등 음모론이 퍼지자 철회했던 적이 있다.


박 대변인은 “장기 적출 일당에 잡혀가 장기를 적출당해도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정인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킨 후 가족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세트 법안 발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닷새 후에 박 대변인을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선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같은날 박 대변인을 엄중 경고했을 뿐, 당 차원의 징계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당 내부의 일에 언론이 지나칠 정도로 과다하게 반응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국민의힘이 노력하는 여러 일 중 굳이 자그마한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오랫동안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민영 “김은 한의 액세서리”
송언석 “자그마한 내부적 일”

박 대변인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22년 주도적으로 개최했던 ‘국민의힘 토론배틀: 2022 나는 국대다’에서 우승한 후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임명돼 정계에 입문했다. 박 대변인은 정계 입문 초기엔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직후 대통령실 청년 대변인으로 발탁돼 “친윤(친 윤석열)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 상병)에 모두 찬성했다. 지난해 12월7일엔 국민의힘의 당론에 따라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약 5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구설에 오른 적도 없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묘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친한계는 당 주류와 갈등하고 있고,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론에 연이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진보 진영도 김 의원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는다. 김 의원도 진보 언론과 자주 인터뷰한다.

국민의힘의 지지층을 확장하는 선봉이 될 수도 있지만, 강경 보수의 관점에선 ‘내부의 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전략으로 원외 강경 보수 정당과의 연대를 거론하는 등 강경 보수와의 밀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엔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박 대변인의 김 의원 비난 중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발언이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을 비난하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머리가 꽃밭”이라며 “한 전 대표가 당 대표실에 들어갈 때마다 김 의원을 에스코트하면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이 김 의원을 비난한 진의”라고 보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친한계 일원으로 평가받으면서 활발하게 방송에 출연하는 국민의힘 송영훈 전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송 전 대변인 탈락과 박 대변인의 김 의원 비난은 결국 한 전 대표에 관한 관심으로 모이고 있다.

조국의 한 패싱 속 ‘조 대 한’ 관심
이준석 “한 호남 출마 국힘 반대 못해”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게 “대장동 일당을 편드는 전직 교수인 조 대표는 대장동 사건 불법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나와 야수답게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내게 토론하자면서 징징거리는 글을 쓸 시간에 수사받을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같은 취지의 토론을 장 대표에게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응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까지 참여하는 3자 토론 형태를 제안했다. 3자 토론 성립 여하를 떠나 주요 정당 수뇌부가 한 전 대표를 따돌리는 형태의 구도가 만들어졌단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전 대표의 입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내년 지방선거·재보궐선거 출마 여부는 여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지역은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 부산 북갑이다.

전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서 출마하면 부산 북갑에선 재보궐선거가 진행된다.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다.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이후 부산 북갑에서 꾸준히 50% 이상을 득표했다. 하지만 민주당·국민의힘이 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을 성립시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호남·인천 등 험지 출마를 자청하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막지 않을 것”이라면서 스스로 지난해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제 당선은 하나의 모델이 돼야 하니, 한 전 대표도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조롱과 극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 활동과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 취소 절차 승소 드라마의 주인공·전설이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 전 대표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이 박 대변인을 고소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좁아지는 입지 속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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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