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정경석 변호사가 밝힌 ‘사이버 레커’ 추적기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0.27 12:45:06
  • 호수 1555호
  • 댓글 0개

“허위 사실로 돈 버는 세상”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경석 변호사는 미국 사법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해 사이버 레커 탈덕수용소·뻑가의 신원을 파악했다. 정 변호사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허위 사실 유포·확산을 초기에 막을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석 변호사(법무법인 리우)는 아이브 장원영·BJ 과즙세연을 대리해 이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이버 레커 탈덕수용소·뻑가의 신원을 파악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지난달 <사이버 렉카 전쟁>을 출간한 정 변호사는 “명예훼손·공갈 등 범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기술 발달로 인해 더 지능화됐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사이버 렉카 전쟁>을 출간한 계기는?

▲원래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관한 책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익명 유튜버의 신원을 파악한 최초의 사례다. 그래서 신원을 파악했던 법적 절차 관련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후 진행된 관련 사건과의 관계도 정리하고 싶었다.

-법을 어긴 구글(유튜브 포함) 이용자 신원 파악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네이버·카카오 운영 주체는 국내 사업자라서 법원의 사실 조회·문서 제출 명령을 통해 이용자의 가입 당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구글은 미국 사업자다. 국내 법원 문서를 해외로 보낼 수 없다. 고소해도 수사권이 미치지 않고, 표현의 자유 등 이유로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남은 방법은 우리나라·미국 모두 가입한 헤이그 증거 협약을 통해 국가 간 사법 공조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보를 받더라도 끝내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채 실패한 사례들이 많다. 그래서 미국 법원에 직접 디스커버리를 신청해서 얻은 명령을 통해 구글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이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국내 통신사·지방자치단체의 조회를 거쳐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뻑가, 미 법원 설득 믿고 의견서 제출”
“디스커버리 도입되면 대체 수단 확대”

-유튜버 뻑가는 미국 법원에 미국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미국 법원에 자신의 계정 정보 공개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없다. 그래서 허위 사실이 아니면 표현의 자유가 보호된다. 하지만 실체 판단은 미국이 아닌 한국 법원이 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 수정헌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뻑가는 “미국 법원을 설득하면, 자신의 신상 정보가 한국에선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 법원도 “미국과 한국에서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는 서로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저희는 미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구글이 준 정보를 토대로 뻑가를 특정했다. 그러자 뻑가는 “위법하게 개인 정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법원에 계속 이의 신청을 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미국 법원이 판단했던 것은 개인 정보 제공 여부였다.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어떤 제도인가?

▲미국 사법제도엔 본안 심리(Trial) 전에 진행하는 다양한 변론준비절차(Pre-trial)가 있다. 우리 법원의 준비절차와 달리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절차를 진행한다. 미국에선 변호사와의 대면 조사를 의미하는 선서 증언(Deposition)과 소환·문서 제출 명령(Subpoena)이 사전에 진행된다.

이게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구성한다. 저희는 소환·문서 제출 명령을 이용했다.

두 제도는 한국인이 이용할 수 없어서 원칙적으로는 헤이그 증거 협약에 따라 증거 조사를 맡겨야 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 제1782조엔 외국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미국 법원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지원하는 ‘해외에서 진행 중인 법적 절차(Foreign Proceeding)’가 규정돼있다. 이를 통해 소환장을 받아 보낸 후 정보를 확보했다.

-유튜브 법률지원팀은 영상 삭제 불가 통지를 하면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제3자 소환’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인이 제3자 소환의 의미를 금방 파악할 수 있겠는가?

▲제3자 소환은 ‘Subpoena’를 번역한 표현이다. 이렇게 번역하면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법조인도 이해하기 어렵다. 저는 정보공개 명령이라고 번역했다. 재판 진행 전 증거를 조사하기 위해 문서 제출 명령을 하거나 증인신문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선 저커버그와 분쟁 상대방이 재판 진행 전에 공방하는 묘사가 나온다. 이게 선서 증언이다.

“점점 더 지능화…조기 차단 필요”
“법원 통해 신원 파악할 수 있어야”

-우리 사법부도 디스커버리 제도를 연구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장점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증인신문·증거 수집을 할 수 있게 되면, 재판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당사자·변호인의 참여도 활발해진다. 미국에선 소송 준비 절차 진행 중 디스커버리를 통해 해결되는 사례가 많다. 디스커버리 절차에 드는 시간·노력·비용 등 때문에 합의를 하는 것이다.

양측이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실체적 진실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 합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체적 분쟁 해결 수단이 더 활성화될 수도 있다.

-사이버 레커들은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주장이 대중의 호응을 얻어 많은 부를 얻는 비결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주장이 가짜 뉴스와 연관돼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란 큰 가치가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가짜 뉴스 근절이 조화할 수 있는 부분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 같다. 최근엔 과거와 달리 허위 사실 유포·조롱·경멸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이버 레커들은 “인터넷에 이미 유포된 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 이런 내용을 진실로 믿는다. 이어 악플 등이 생산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유튜버 쯔양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명예훼손·공갈 등 사이버 레커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국가적 문제가 된 것 같다. 이들의 범죄를 막는 데 필요한 제도적 보완점이 있다면?

▲공갈·협박은 기존 법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한 유튜버는 처벌을 받았고,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제가 취급했던 것은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모욕·업무방해 등을 저지른 익명 유튜버의 신원 파악이었다. 이들이 유포하는 허위 사실은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씻을 수 없는 낙인으로 남는다.

특히 인터넷에선 정보 확산이 더 빠르다. 아울러 사생활 공개 관련 공갈도 과거보다 지능화됐다. 이젠 가상화폐를 통해 금품을 받는 등 드러나지 않는 수단을 활용한다. 최근엔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힘든 내용도 퍼지고 있다. 이런 내용이 퍼지면, 사람들은 가짜도 진짜라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허위 사실 유포·확산을 초기에 막을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피해자의 신고가 있으면 빨리 유포를 차단하거나, 국내 법원을 통해 익명 유포자의 신원을 더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