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케데헌’ 열풍 주역 이재

전 세계 사로잡은 천상의 목소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 공개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중이다. 이 열풍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골든(Golden)’을 만든 작곡가 겸 가수 이재다.

이재는 주인공 루미의 노래 목소리를 직접 맡고, 노래를 만들며 자신이 그려온 ‘K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골든’은 공개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8주간 1위를 기록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같은 기간 정상에 올랐다.

최단 기록
글로벌 톱10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는 발매 2주 만에 재생 수 3억회를 돌파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역대 최단 시간 기록으로 ‘글로벌 톱10’ 1위에 올랐다. 이재는 ‘골든’의 인기에 “하루 종일 울었다. 11살 때부터 꿈꾸던 일이었다. 어린 나에게 ‘우리가 해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작곡하고 직접 부른 ‘골든’은 작품 속 주인공 루미의 서사와 닮았다. 루미가 K팝 스타로서의 화려함과 인간으로서의 외로움 사이를 오가는 인물이라면, 이재 역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껴왔다.

이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의 직장 문제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던 그는 12세 때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했다. 당시 SM이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 대형 아이돌을 잇달아 데뷔시키던 시기였다.


이재는 외국 생활의 영향으로 발음이 유창했고, 영어 가창이 자연스러워 회사에서도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데뷔 직전까지 갔다가 수차례 무산됐다. 목소리가 낮고 톤이 어둡다는 이유였다. 당시 유행은 맑은 음색이었는데 이재는 낮은 톤을 가지고 있었다.

13세부터 22세까지 10년 가까이 연습생으로 지내며 수없이 테스트를 거쳤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연습생 동기 중에는 훗날 아이돌로 데뷔한 동료들도 있었다. 이재는 “어릴 땐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떨어질 때마다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엔 그게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결국 데뷔가 불발되며 이재는 연습생 생활을 정리하고 회사를 떠났다. 스스로를 “실패한 연습생”이라 부르며 음악을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음악산업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다. 아이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재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와서 새벽까지 비트를 만들었다. 하루에 12시간씩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작곡가로 방향을 틀었다.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연습생 시절 습관처럼 쌓아둔 녹음 메모와 멜로디들이 곡의 뼈대가 됐다.

이재는 “가수를 못했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음악이 나를 살렸다”고 회상했다. 작곡가로서 데뷔하게 된 건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EXID 정규 1집 수록곡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서다. 이 과정에서 하니의 솔로곡 ‘Hello’가 탄생했다.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해”
‘골든’ 인기 소감 밝혀

이재가 처음 주목받은 건 2019년이었다. 작곡가 앤드류 최를 만나 멘토로 삼아 지도받으며 SM 송캠프에 합류했다. 이때 탄생한 곡이 바로 레드벨벳의 ‘Psycho’였다. 해당 곡이 글로벌 히트를 하며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 골드 인증까지 받자, 이재는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작곡가로 떠올랐다.


‘Psycho’는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해외 팬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트와이스, 에스파, 엔믹스 등 다수의 K팝 그룹과 협업하며 작곡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무대에는 서지 못했지만,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제 음악이 세상에 나오는 게 큰 기쁨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지인의 추천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당시만 해도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애펄헌즈, 그리고 음악 스태프 몇 명뿐이었으며, 대본조차 완성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재는 “시작할 때 5명 정도밖에 없었다. 감독님과 함께 음악의 방향을 잡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다. 어릴 때 미국 친구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콘셉트 단계부터 주요 장면의 사운드를 구상했다. 루미, 미라, 조이 등 세 주인공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구분해 표현했다. 루미의 곡은 힘 있고 서정적이며, 미라의 곡은 전자적이고 절제된 리듬을, 조이의 곡은 밝고 통통 튀는 사운드를 중심으로 했다.

“캐릭터의 감정이 곡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색을 정확히 그리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골든’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는데, 곡의 영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이재는 “치과에 가는 길에 트랙을 받았다. 듣자마자 너무 좋았다. 머릿속에서 곡이 바로 완성됐다. 집에 오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아 멜로디를 붙였다”고 했다.

당시 가사 속 ‘골든’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넣어달라는 감독의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부담이었지만 곡을 완성해가며 그 단어가 자신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골든’은 완벽함이 아니라, 빛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연습생 시절 그 빛을 잃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재는 주제곡 ‘골든’과 ‘Your Idol’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극 중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파트를 직접 녹음했다. 루미는 낮에는 세계적인 K팝 스타, 밤에는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로, 이재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감정을 이 캐릭터에 이입하며 몰입했다고 전했다.

‘골든’의 가사는 내면의 빛을 깨워 자격지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곡으로
전성기

물론 녹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음이 많았고, 루미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감독님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음역대라도, 캐릭터의 감정엔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결국 그 파트를 직접 부르게 됐다. 알았으면 (골든을) 그렇게 (어렵게) 안 썼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재는 “감독님이 제 목소리를 믿어줬다. 음악적 방향이 잘 맞았다. 루미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팝은 언어가 아니라 감정이다.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골든’의 후렴은 전 세계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특히 한국어 가사가 그대로 삽입된 후렴구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은 미국 싱얼롱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한국어로 따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재는 “그 순간 너무 벅찼다. 한국어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골든’은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골든의 인기는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곡의 고음 구간이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로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챌린지’가 유행했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S.E.S. 출신 바다를 비롯해 다비치 이해리, 마마무 솔라, 엔믹스 릴리, 아이브 안유진, 소향, 에일리, 권진아 등 여러 K팝 가수들이 잇따라 커버 영상을 올렸고, 팬들 역시 ‘#골든챌린지(GoldenChallenge)’ 해시태그를 달며 참여에 나섰다.

이처럼 실력파 가수들의 커버가 이어지면서 곡의 화제성은 더욱 커졌다. 커버 영상이 바이럴되자 스트리밍 수가 급상승했고, 미국 외 지역에서도 ‘골든’의 인지도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케데헌> OST 전곡이 동시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고, ‘골든’은 8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북미 지역에서는 1700개 극장에서 ‘싱얼롱 버전’ 상영이 진행됐고, 1000회차 전석이 매진됐다. 영화의 수익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OST가 빌보드 ‘핫100’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1958년 ‘더 칩멍크 송(The Chipmunk Song)’, 1993년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2014년 ‘해피(Happy)’, 2016년 ‘캔트 스톱 더 필링!(Can’t Stop the Feeling!)’, 2022년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에 이어 ‘골든’은 여섯 번째로 기록을 남겼다.

특히, 가상 걸그룹이 부른 노래가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음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가 곡 자체의 완성도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서사가 만들어낸 몰입감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너도나도
골든 챌린지

현지 언론은 “K팝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재는 골든의 인기에 “미국인들이 한국어 가사를 흥얼거리는 걸 보니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케이팝뿐 아니라 ‘K’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가 예술적 면모를 통해 골든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도 컸다. 이재의 과거 서사가 드러나면서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재는 할아버지의 예술적 DNA를 물려받아 대중문화를 접하면서 성장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무대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

신영균은 이재에게 늘 “노래도 연기다. 가사에 몰입해야 듣는 사람이 믿는다”고 말했다. 이재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신 게 내 음악 철학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젊을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럼에도 늘 열심히 하셨고, 그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도 ‘잘했어, 더 열심히 해라’라고 말씀하신다. 그 진심 어린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가족들은 <케데헌>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가족들이 정말 좋아한다. 방마다 <케데헌> 포스터가 붙어 있다”고 웃었다. 특히 어머니의 반응은 남달랐다. “엄마는 제 얼굴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사인을 받으셨다. 벨소리도 ‘골든’으로 바꾸셨다. 전화가 울리면 다 제 노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이재의 음악 활동을 지켜본 유일한 관객이었다. 연습생 시절에도 새벽 연습이 끝날 때마다 문자로 “할 수 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짧은 격려를 보냈다. 이재는 “엄마가 항상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할 수 있다’고 말해야 진짜 그렇게 된다’고 하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제 인생의 방향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가족은 이재가 오랜 시간 음악을 놓지 않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10년 넘는 연습생 생활과 데뷔 실패의 순간마다 그를 붙잡은 건 가족이었다. 그는 “가장 힘들 때, 가족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엄마는 언제나 제 편이었다.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도 ‘네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감사해했다.

이재는 “<케데헌>의 루미가 동료들과 함께 노래로 세상을 지켜내는 것처럼, 제게 가족은 그런 존재였다”고 표현했다.

이재는 ‘골든’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헌트릭스 멤버 레이 아미(조이 역), 오드리 누나(미라 역)와 함께 미국 토크쇼 지미 팰런 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무대에 올랐다. 세 사람은 방송에서 폭발적인 첫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미팰런쇼서 성공적 라이브
관객 기립 박수 이끌어내

이재는 지미 팰런 쇼 인터뷰에서 ‘골든’의 녹음 비화를 공개하며 뜻밖의 ‘귀신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녹음 중에 갑자기 스튜디오 볼륨이 조절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그 순간 키가 큰 남자 귀신을 봤다”고 말해 현장을 놀라게 했다.

이어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노래를 녹음할 때 귀신을 보면 그 곡은 꼭 성공한다’는 한국 미신이 있다고 하더라”며 “결국 정말 잘 됐다. 그래서 그 귀신에게 고맙다”고 웃었다. 이에 MC 지미 팰런은 “앞으로도 더 많은 귀신을 만나길 바란다”며 농담 섞인 응원을 건넸다.

이재는 최근 한국에도 내한해 기자간담회에서 골든 멤버들과의 후일담을 풀었다. 이재는 레이 아미와 오드리 누나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조이와 미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녹음할 때는 각자 따로 진행해서 실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일정이 겹쳐 세트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 영화 속 캐릭터와 너무 똑같았다”며 웃었다.

이재는 “이 프로젝트를 5년 넘게 함께 하며 캐릭터의 말투, 성격, 감정선까지 직접 연구했고, 가사도 캐릭터의 시점에서 썼다”며 “그래서 두 사람을 봤을 때 이미 조이와 미라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오드리는 정말 쿨했다. 옷차림부터 말투, 표정까지 전부 미라와 닮았다. 반면 레이는 조이처럼 밝고 에너지 넘쳤다. 녹음할 때도 조이처럼 말하고 노래해서 별도의 디렉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며 “세 사람이 함께할 때야말로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현실로 옮겨진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재는 두 동료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아마 레이와 오드리가 없었다면 ‘골든’을 완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목소리가 잠시 쉬었을 때 두 사람이 목에 좋은 걸 챙겨줬고, 녹음 전후에도 늘 따뜻하게 대해줬다. 현장에서도 정말 든든한 존재였다”며 “덕분에 지미 팰런 쇼 무대에서도 세 사람의 호흡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시너지는 음악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재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 결과였다”며 “세 사람이 함께한 무대가 ‘골든’의 메시지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는 ‘골든’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감을 전했다. 그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냥 작곡가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돼 낯설고 신기하다”며 “하지만 동시에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음악상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재는 “그래미상을 꼭 받고 싶다. OST 부문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이번 곡은 의도적으로 팝스럽게 만들었다. 헌트릭스가 마치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데뷔한 그룹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게 된다면 ‘오 마이 갓,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드디어 해냈어요. 한국 여러분 사랑합니다(I Did It, Korea I love you)’라고 말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희망적 가사
위로 멜로디

그는 ‘골든’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요즘 차트를 보면 멜로디가 뚜렷한 K팝이 많지 않다”며 “세상에 힘든 일이 많은 시기에 희망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것 같다. 아마 모두에게 필요한 노래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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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