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금융개혁 무산, 파생의 지뢰밭을 걸어라!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10.20 10:06:13
  • 호수 1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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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융조직 개편이 무산됐다. 금융위 해체, 금감위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같은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불투명해졌다. 이 철회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후퇴가 아니다. 금융개혁의 문이 닫힌 것이며, 그 결과 금융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개혁이 좌절된 자리를 메우는 건 국민의 불안과 파생상품으로 뒤덮인 지뢰밭이다.

자동차는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식품은 성분 검사를 거쳐야 마트에 깔린다. 약은 임상실험을 마쳐야 약국 진열대에 오른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수천만원, 수억원이 들어가는 상품인데도 사전 검증이 없다.

이로 인해 복잡한 구조 속 위험은 가려지고, 화려한 광고와 판매자의 입담만 남는다. ‘투자자 책임’ 서류 끝에는 늘 같은 면책조항이 붙는다. 한국 금융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불완전판매는 관행이 됐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에서 4000여명이 8000억원을 날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2조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다. 피해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판매사는 수수료를 챙겼고, 감독기관은 사후 제재에 그쳤다. 금융사 임직원은 퇴직금을 챙겨 떠났고 국민의 노후 자금은 사라졌다. 이쯤 되면 감독의 무능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권과 감독기관, 정치권이 서로 얽힌 카르텔의 산물이다.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있듯, 금융에는 ‘전관 감독’이 있다. 금융사 임원이 감독기관으로, 감독기관 인사가 금융사로 옮겨다니며 서로를 보호한다. 심판과 선수가 같은 식탁에 앉아 파티를 즐기면서 제대로 휘슬을 불 리 없다. 감독은 독립적 감시가 아니라 담합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개혁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문제는 이 카르텔이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방치하는 주범이라는 점이다.

파생상품의 위험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은행이 발행하는 ELS 규모만 2023년 기준 70조원에 달한다. 변액보험 적립금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곱버스·인버스 같은 레버리지 ETF까지 합치면, 한국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은 이미 파생 구조에 얽혀 있다.

투자자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옵션과 스왑이 뒤섞인 복잡한 파생 구조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개인은 법적으로 장외파생 상품을 직접 거래할 수 없고 증권사나 선물사 계좌를 통한 선물, 옵션 거래도 상당 부분 제약이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포장해 내놓은 파생 연계 상품은 누구나 살 수 있다. “직접은 위험하니 금지, 포장해 팔면 괜찮다”는 이 자기모순은 감독기관이 작정하고 만든 싱크홀이다.

마약을 직접 투약하면 안 되지만 제약사가 농도를 조절해 만들면 괜찮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장외파생상품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B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장외파생 명목 잔액은 600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GDP의 7배에 해당한다. 한국이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지,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과 기업이 체결한 스왑 계약은 파편적으로만 보고된다.

감독 당국이 구조를 이해하거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리스크 관리는 말뿐이고, 현실은 방치한다.

2024년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2경원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가운데 통화선도와 이자율 스왑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조건으로 맺어졌는지는 블랙박스 속에 숨어 있다.

은행·기업·보험사 간에 체결된 수많은 스왑 계약은 보고조차 파편적으로만 이뤄지고, 감독 당국은 전체 그림을 파악하지 못한다. 숫자는 발표되지만, 진짜 위험은 통계 밖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 더 우려되는 건, 미국 리먼 사태 때처럼 자산 자체가 파생화·유동화되어 변질되는 경우다.

부동산이 CDO로, 대출이 MBS로 포장됐듯, 한국의 예금·채권·부동산 자산 일부도 이미 파생 연계 구조에 얽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자산이 실제론 그림자의 파생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금융감독 실패는 반복됐다. 독일의 와이어카드(Wirecard) 사태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스타 핀테크로 불리던 와이어카드는 결제와 전자금융 분야의 혁신 아이콘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회계장부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현금 20억유로가 있었다. 금융감독당국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시장의 경고를 무시했고, 오히려 와이어카드를 비판한 언론과 투자자들을 공격했다. 감독기관이 금융사의 방패로 전락하자, 수십만 투자자가 피해를 입고 독일 금융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감독이 눈을 감는 순간, 금융사는 방패 뒤에서 마음껏 부정을 키웠다.

미국도 극명한 예시를 보였다. 국가 부도 직전까지 치달았던 금융위기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불과 2년 전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은 작은 은행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금리 급등기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제대로 헤지(회피)하지 못한 구조적 리스크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감독 당국이 이미 위험 신호를 알고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적 압박과 업계 로비에 눌려 조치를 미루는 사이, 충격은 파산으로 이어졌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수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미국 은행 시스템 전체가 흔들렸다. 감독이 늑장을 부리면 작은 불씨가 곧 대형 화재로 번진다.

위험의 크기를 특정할 수 없는 특성상, 파생의 실패는 은행이나 증권사 하나 망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가 몰락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력을 가졌다. 사실 금융사가 위험을 키우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감독기관이 눈을 감는 순간, 그 위험이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감독기관이 금융사의 방패가 됐고, 미국에선 감독이 뒷짐을 지다 위기를 키웠다. 한국은 지금 어떤가. 개혁은 무산됐고, 파생상품 검증 시스템은 없다. 감독기관은 전관과 회전문 인사로 엮여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와이어카드의 독일과, SVB의 미국을 동시에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먹는 라면에도 나트륨 함량이 표시된다. 라면 한 그릇을 먹을 때도 건강과 식품 안전을 염두에 둔다는 얘기다. 금융상품은 자동차보다, 식품보다, 약품보다 위험하다. 그런데도 금융상품에는 성분표시조차 없다. 감독과 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금융개혁이 무산되면서 그 안전장치를 만들 기회마저 사라졌다.

금융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 기업의 운명, 국가 경제의 안정이 걸린 사회적 기반시설이다. 이제는 금융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상품에 성분과 안전표시 의무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 개편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면서 파생의 그림자는 더 어두운 곳으로 가라앉았다.

금융개혁의 문이 끝내 닫히면서 우리는 파생의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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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