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 세계 접수한 헌트릭스

‘케데헌’ K팝 역사 새로 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 세계에 또 다시 K팝 열풍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랐다. 골든은 공개 후 불과 7주 만에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빌보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발표한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 2위에서 한 단계 상승해 8월16일자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7주 동안 1위를 지켜온 알렉스 워런(Alex Warren)의 ‘오디너리(Ordinary)’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여성 보컬
최초 1위

‘핫100’은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에어플레이), 음원 판매량을 종합해 미국 내 한 주간 가장 인기 있는 곡을 집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차트다. ‘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곡이다.

‘골든’은 지난달 초 81위로 차트에 첫 진입했다. 이후 2주 차에 23위, 3주 차에 6위, 4주 차에 4위, 5·6주 차에 2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발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상에 오른 셈이다. 빌보드 측은 “작품 흥행과 입소문이 맞물려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집계 기간 동안 ‘골든’은 전주 대비 9% 증가한 3170만회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라디오 방송 청취자 노출 횟수는 71% 늘어난 840만회로 집계됐다. 음원 판매량도 35% 증가해 7000건에 달했다. 세 부문 모두에서 고른 상승세를 보이며 경쟁 곡을 제쳤다.

특히 스트리밍과 라디오 지표가 동시에 급상승해 비영어권 곡으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1위 달성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핫100’ 1위를 기록한 K팝 곡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와 멤버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 정국의 ‘세븐’까지 8곡이었다. ‘골든’은 1위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 아홉 번째 K팝 곡이다.

여성 보컬이 부른 K팝 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보드는 “‘골든’이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4년 만에 세 명 이상이 부른 여성 보컬 곡으로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골든’은 빌보드 1위에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북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두 메인 싱글 차트를 동시에 제패한 K팝 곡은 ‘골든’이 처음이다. 음악 시장 규모와 취향 차이로 양대 차트 동시 1위는 매우 드문 경우다.

오피셜 싱글 차트는 영국 내 스트리밍, 다운로드, 피지컬 판매량을 종합해 집계한다. 이곳에서 정상에 오른 K팝은 과거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기록한 1위, 블랙핑크가 앨범 차트에서 거둔 1위 등이 있었으나, 빌보드 ‘핫100’과 동시 1위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댄스 팝 장르로 제작된 ‘골든’은 직선적인 멜로디 라인과 시원하게 뻗는 고음, 군무를 염두에 둔 리듬이 특징이다. 가사는 ‘내 안의 빛을 깨운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후렴의 청량한 보컬과 경쾌한 비트가 어우러져 여름 시즌 특유의 시원함을 준다. 올여름 K팝 시장에서 에 띄는 서머송이 없었다는 점도 ‘골든’의 인기에 힘을 보탰다.

빌보드 핫100 1위···미·영 차트 접수
이재·오드리 누나·레이 아미가 불러

골든의 인기는 SNS를 통해 더욱 빠르게 퍼졌다. 곡의 고음 구간은 가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기에 일종의 ‘챌린지’처럼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S.E.S. 출신 바다, 다비치 이해리, 마마무 솔라, 엔믹스 릴리, 아이브 안유진, 소향, 에일리, 권진아 등 K팝 가수들이 수많은 커버 영상을 올렸고, 팬들도 ‘골든 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커버 영상을 올렸다.

실력 있는 가수들의 챌린지는 곡의 화제성을 배가시켰다. 커버 영상이 바이럴되면서 스트리밍 수치와 라디오 요청량이 동시에 늘었고, 미국 외 지역에서도 곡의 인지도가 급속히 확산됐다.

애니메이션 곡이 ‘핫100’ 정상에 오른 사례는 흔치 않다. 1958년 ‘더 칩멍크 송(The Chipmunk Song)’, 1993년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2014년 ‘해피(Happy)’, 2016년 ‘캔트 스톱 더 필링!(Can’t Stop the Feeling!)’, 2022년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가 있었고, 이번에 ‘골든’이 여섯 번째로 기록을 남겼다.

특히, 가상 걸그룹의 노래가 ‘핫100’ 정상에 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음악 업계에서는 ‘골든’의 성공은 곡 자체의 완성도와 영화 속 캐릭터의 서사에서 나온 시너지가 어우러지며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의 높은 완성도는 실제 노래를 부른 3인방의 영향이 컸다. 골든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EJAE), 가수 오드리 누나(Audrey Nuna), 레이 아미(Ray Ami)가 불렀다. 이 세 명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빌보드는 “헌트릭스의 실제 가수인 이재와 레이 아미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고, 오드리 누나는 뉴저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골든’의 주역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건 루미 역을 맡은 이재다. 이재는 곡의 작사·작곡과 보컬을 모두 담당하며, 작품 속 음악적 정체성을 완성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아이돌 데뷔를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인생의 전환점은 홀로 작업하던 그에게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손을 내밀어 EXID 정규 1집 수록곡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하니의 솔로곡 ‘Hello’가 탄생했다.

이후 그는 작곡가 앤드류 최를 만나 멘토로 삼아 지도받으며 SM 송캠프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탄생한 곡이 바로 레드벨벳의 ‘Psycho’였다. 해당 곡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 골드 인증까지 받자, 이재는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작곡가로 떠올랐다.

줄줄이
챌린지

이후 대형 기획사와의 협업이 이어졌고, 다양한 K팝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KBS 드라마 <99억의 여자> OST 작업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드라마 음악으로 확장했다. 이후 당시 제작 초기 단계였던 운명의 작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합류하게 된다.

이재는 주제곡 ‘골든’과 ‘Your Idol’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극 중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파트를 직접 녹음했다. 루미는 낮에는 세계적인 K팝 스타, 밤에는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로, 이재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감정을 이 캐릭터에 이입하며 몰입했다고 전했다.

‘골든’의 가사는 내면의 빛을 깨워 자격지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재는 이 곡에 대해 “어머니가 늘 ‘말이 씨가 된다’고 하셨다. ‘할 수 있다’는 노래를 계속 부르면 언젠가 현실이 될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골든’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가수로서도 세계 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이재의 과거 서사가 드러나면서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재는 할아버지의 예술적 DNA를 물려받아 대중문화를 접하면서 성장했다. 이재는 K팝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 레드벨벳과의 협업, 그리고 신인 그룹의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작곡·프로듀싱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가수라는 꿈에 대한 열망은 놓지 못했다. <케데헌>은 이런 이재의 꿈을 이뤄준 작품이다.

이재와 함께 ‘골든’을 완성한 또 다른 목소리는 오드리 누나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R&B, 힙합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사운드로 미국 음악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아티스트다. 특유의 세련된 음색은 ‘골든’의 후렴 부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한 명인 레이 아미는 서울 태생의 보컬리스트로, ‘골든’에서 랩과 일부 보컬을 맡았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성장한 한국계 아티스트로, 싱어송라이터와 래퍼로서 활동하며 독특한 보이스 톤과 강약을 오가는 랩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골든’에서는 후렴 전후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랩 파트를 소화하며,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골든’의 세 목소리는 각기 다른 배경과 색깔을 지녔지만, 곡 안에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재의 파워풀한 보컬 위에 오드리 누나의 감각적인 보컬이 색을 더하고, 레이 아미의 톡톡 튀는 강렬한 랩이 곡의 골격을 단단히 했다. 이런 삼중주가 영화 속 헌트릭스의 서사와 맞물리면서, 더 호소력 있는 곡을 완성해냈다.

<케데헌>은 화려한 무대 뒤, 또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케이팝 아이돌의 사투를 그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다. 겉으로는 화려한 아이돌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인간의 혼을 노리는 악령과 맞서 싸우는 비밀 조직의 일원이다.

영화는 헌트릭스의 콘서트 장면에서 시작해, 이후에는 무대 위 퍼포먼스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보여준다.

눈물 나는
루미 서사

헌트릭스는 세 명의 멤버로 구성돼있으며, 각자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무대에서의 노래와 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악령의 힘을 봉인하는 의식의 일부다. 헌트릭스의 노래가 듣는 이의 감정과 공명하면 ‘혼문(魂門)’이 생성되는데, 이 문이 완성되면 악령을 봉인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이 설정은 음악과 판타지를 결합한 영화의 핵심 장치이자,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이들이 맞서는 주적은 ‘사자 보이즈’다. 헌트릭스와 마찬가지로 5인조 아이돌 그룹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정체는 저승에 속한 악령들이다. 원래는 다른 악귀들과 함께 헌터들에게 연전연패하던 세력 중 하나였으나, 전략을 바꿔 헌트릭스와 같은 형식의 ‘아이돌 그룹’으로 위장 활동을 시작했다.

‘사자 보이즈’라는 이름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사자(死者)’는 죽은 자, ‘저승사자’는 혼을 인도하는 존재를 뜻한다. 사자 보이즈의 로고는 작중 무대에서 갈기가 벗겨지고, 뾰족한 뿔이 드러나는 사자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며, 가까이서 보면 날개 달린 악마의 형상이 숨겨져 있다.

영화 속에서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의 팬덤 일부를 빼앗으며 세력을 빠르게 확장한다.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연기하며 팬들을 사로잡지만, 무대 뒤에서는 받은 꽃다발을 바로 버리는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헌트릭스의 노래가 혼문을 생성하는 데 반해, 사자 보이즈의 노래는 이미 열린 혼문에 균열을 내어 봉인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두 그룹의 음악이 서로 정반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이 대립 구도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헌트릭스는 월드투어라는 명목 아래 세계 각지를 돌며 악령들을 사냥하고, 사자 보이즈는 그 뒤를 쫓아다니며 혼문을 파괴한다. 중반부 목욕탕 장면에서는 물귀신 형태의 악귀들이 출몰하자 헌트릭스가 전투에 나서고,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와 결투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리더 루미와 사자 보이즈의 진우가 짧지만 격렬한 격투를 벌이며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후반부, ‘황금혼문’의 완성을 둘러싸고 긴박감이 고조된다. 황금혼문은 모든 악령의 힘을 봉인하거나, 반대로 개방해 세상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는 결정적 관문이다. 헌트릭스는 이를 완성해 봉인하려 하고, 사자 보이즈와 그 배후 세력은 이를 파괴하려 한다.

남산타워 아래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결전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이 장면에서 두 그룹은 각자 공연을 하듯 노래와 춤을 펼치지만, 그 안에 치열한 전투가 숨겨져 있다. 루미와 진우가 다시 맞붙고, 다른 멤버들 역시 짝을 이뤄 싸우지만,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밀려났다.

영화 실제 장소들 새 관광 명소로
‘성지순례 코스’ 해외 팬들 북적

이처럼 <케데헌>은 K-POP 특유의 감성과 영화적 판타지를 결합해, 독특한 전개를 보여준다. 세계 각지를 돌며 펼치는 퍼포먼스와 액션, 그 안에 숨은 전투 장면들이 리듬감 있게 이어지고, 두 그룹의 라이벌 구도가 긴장감을 유지한다.

<케데헌>의 제작진은 작품의 콘셉트와 제목에 걸맞은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사운드트랙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K-POP을 기반으로 구성됐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업계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다.

작곡, 프로듀싱에는 테디를 비롯한 더블랙레이블(The Black Label) 소속 제작진이 이름을 올렸고, 린드그렌(Lindgren), 스티븐 커크(Stephen Kirk), 제나 앤드루스(Jenna Andrews) 등 해외 작곡가들도 힘을 보탰다.

오리지널 보컬곡은 총 8곡으로, 골든은 공개 직후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음악적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안 에이센드래스(Ian Eisendrath)가 전반적인 편곡과 사운드 조율을 담당했고, 트와이스의 ‘Strategy’,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조커스의 ‘오솔길’ 등 기존 인기곡도 장면에 맞춰 삽입됐다.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브라질 출신 영화음악가 마르셀루 자르부스(Marcelo Zarvos)가 맡았다. 자르부스는 서사 전개에 맞춰 전투 장면에는 박진감 있는 리듬을, 무대 장면에는 화려한 편곡을 더해 K-POP 공연의 에너지를 극대화했다.

제작진은 음악이 서사와 세계관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가 되도록 설계했다. 헌트릭스의 무대는 악령 봉인 의식이자 팬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사운드트랙의 모든 곡은 해당 장면의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를 반영해 제작됐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들은 개봉 직후부터 국내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작중 헌트릭스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강남 K-POP 스퀘어 전광판, 사자 보이즈의 퍼포먼스 무대로 사용된 명동길, 루미와 진우의 데이트 장면이 연출된 북촌한옥마을과 낙산공원 등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또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와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남산서울타워는 해외 팬들에게 ‘성지순례 코스’로 불리며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포함되기까지 했다.

한국 공간과
콘텐츠 결합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케데헌>이 “K팝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한국의 실제 공간을 결합한 콘텐츠”라는 점을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스토리와 음악이 함께 얽힌 장소가 관객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줬고,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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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