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 세계 접수한 헌트릭스

‘케데헌’ K팝 역사 새로 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 세계에 또 다시 K팝 열풍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랐다. 골든은 공개 후 불과 7주 만에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빌보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발표한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 2위에서 한 단계 상승해 8월16일자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7주 동안 1위를 지켜온 알렉스 워런(Alex Warren)의 ‘오디너리(Ordinary)’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여성 보컬
최초 1위

‘핫100’은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에어플레이), 음원 판매량을 종합해 미국 내 한 주간 가장 인기 있는 곡을 집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차트다. ‘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곡이다.

‘골든’은 지난달 초 81위로 차트에 첫 진입했다. 이후 2주 차에 23위, 3주 차에 6위, 4주 차에 4위, 5·6주 차에 2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발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상에 오른 셈이다. 빌보드 측은 “작품 흥행과 입소문이 맞물려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집계 기간 동안 ‘골든’은 전주 대비 9% 증가한 3170만회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라디오 방송 청취자 노출 횟수는 71% 늘어난 840만회로 집계됐다. 음원 판매량도 35% 증가해 7000건에 달했다. 세 부문 모두에서 고른 상승세를 보이며 경쟁 곡을 제쳤다.


특히 스트리밍과 라디오 지표가 동시에 급상승해 비영어권 곡으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1위 달성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핫100’ 1위를 기록한 K팝 곡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와 멤버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 정국의 ‘세븐’까지 8곡이었다. ‘골든’은 1위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 아홉 번째 K팝 곡이다.

여성 보컬이 부른 K팝 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보드는 “‘골든’이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4년 만에 세 명 이상이 부른 여성 보컬 곡으로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골든’은 빌보드 1위에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북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두 메인 싱글 차트를 동시에 제패한 K팝 곡은 ‘골든’이 처음이다. 음악 시장 규모와 취향 차이로 양대 차트 동시 1위는 매우 드문 경우다.

오피셜 싱글 차트는 영국 내 스트리밍, 다운로드, 피지컬 판매량을 종합해 집계한다. 이곳에서 정상에 오른 K팝은 과거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기록한 1위, 블랙핑크가 앨범 차트에서 거둔 1위 등이 있었으나, 빌보드 ‘핫100’과 동시 1위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댄스 팝 장르로 제작된 ‘골든’은 직선적인 멜로디 라인과 시원하게 뻗는 고음, 군무를 염두에 둔 리듬이 특징이다. 가사는 ‘내 안의 빛을 깨운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후렴의 청량한 보컬과 경쾌한 비트가 어우러져 여름 시즌 특유의 시원함을 준다. 올여름 K팝 시장에서 에 띄는 서머송이 없었다는 점도 ‘골든’의 인기에 힘을 보탰다.

빌보드 핫100 1위···미·영 차트 접수
이재·오드리 누나·레이 아미가 불러


골든의 인기는 SNS를 통해 더욱 빠르게 퍼졌다. 곡의 고음 구간은 가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기에 일종의 ‘챌린지’처럼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S.E.S. 출신 바다, 다비치 이해리, 마마무 솔라, 엔믹스 릴리, 아이브 안유진, 소향, 에일리, 권진아 등 K팝 가수들이 수많은 커버 영상을 올렸고, 팬들도 ‘골든 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커버 영상을 올렸다.

실력 있는 가수들의 챌린지는 곡의 화제성을 배가시켰다. 커버 영상이 바이럴되면서 스트리밍 수치와 라디오 요청량이 동시에 늘었고, 미국 외 지역에서도 곡의 인지도가 급속히 확산됐다.

애니메이션 곡이 ‘핫100’ 정상에 오른 사례는 흔치 않다. 1958년 ‘더 칩멍크 송(The Chipmunk Song)’, 1993년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2014년 ‘해피(Happy)’, 2016년 ‘캔트 스톱 더 필링!(Can’t Stop the Feeling!)’, 2022년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가 있었고, 이번에 ‘골든’이 여섯 번째로 기록을 남겼다.

특히, 가상 걸그룹의 노래가 ‘핫100’ 정상에 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음악 업계에서는 ‘골든’의 성공은 곡 자체의 완성도와 영화 속 캐릭터의 서사에서 나온 시너지가 어우러지며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의 높은 완성도는 실제 노래를 부른 3인방의 영향이 컸다. 골든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EJAE), 가수 오드리 누나(Audrey Nuna), 레이 아미(Ray Ami)가 불렀다. 이 세 명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빌보드는 “헌트릭스의 실제 가수인 이재와 레이 아미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고, 오드리 누나는 뉴저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골든’의 주역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건 루미 역을 맡은 이재다. 이재는 곡의 작사·작곡과 보컬을 모두 담당하며, 작품 속 음악적 정체성을 완성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아이돌 데뷔를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인생의 전환점은 홀로 작업하던 그에게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손을 내밀어 EXID 정규 1집 수록곡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하니의 솔로곡 ‘Hello’가 탄생했다.

이후 그는 작곡가 앤드류 최를 만나 멘토로 삼아 지도받으며 SM 송캠프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탄생한 곡이 바로 레드벨벳의 ‘Psycho’였다. 해당 곡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 골드 인증까지 받자, 이재는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작곡가로 떠올랐다.

줄줄이
챌린지

이후 대형 기획사와의 협업이 이어졌고, 다양한 K팝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KBS 드라마 <99억의 여자> OST 작업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드라마 음악으로 확장했다. 이후 당시 제작 초기 단계였던 운명의 작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합류하게 된다.


이재는 주제곡 ‘골든’과 ‘Your Idol’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극 중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파트를 직접 녹음했다. 루미는 낮에는 세계적인 K팝 스타, 밤에는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로, 이재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감정을 이 캐릭터에 이입하며 몰입했다고 전했다.

‘골든’의 가사는 내면의 빛을 깨워 자격지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재는 이 곡에 대해 “어머니가 늘 ‘말이 씨가 된다’고 하셨다. ‘할 수 있다’는 노래를 계속 부르면 언젠가 현실이 될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골든’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가수로서도 세계 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이재의 과거 서사가 드러나면서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재는 할아버지의 예술적 DNA를 물려받아 대중문화를 접하면서 성장했다. 이재는 K팝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 레드벨벳과의 협업, 그리고 신인 그룹의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작곡·프로듀싱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가수라는 꿈에 대한 열망은 놓지 못했다. <케데헌>은 이런 이재의 꿈을 이뤄준 작품이다.

이재와 함께 ‘골든’을 완성한 또 다른 목소리는 오드리 누나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R&B, 힙합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사운드로 미국 음악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아티스트다. 특유의 세련된 음색은 ‘골든’의 후렴 부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한 명인 레이 아미는 서울 태생의 보컬리스트로, ‘골든’에서 랩과 일부 보컬을 맡았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성장한 한국계 아티스트로, 싱어송라이터와 래퍼로서 활동하며 독특한 보이스 톤과 강약을 오가는 랩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골든’에서는 후렴 전후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랩 파트를 소화하며,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골든’의 세 목소리는 각기 다른 배경과 색깔을 지녔지만, 곡 안에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재의 파워풀한 보컬 위에 오드리 누나의 감각적인 보컬이 색을 더하고, 레이 아미의 톡톡 튀는 강렬한 랩이 곡의 골격을 단단히 했다. 이런 삼중주가 영화 속 헌트릭스의 서사와 맞물리면서, 더 호소력 있는 곡을 완성해냈다.

<케데헌>은 화려한 무대 뒤, 또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케이팝 아이돌의 사투를 그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다. 겉으로는 화려한 아이돌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인간의 혼을 노리는 악령과 맞서 싸우는 비밀 조직의 일원이다.

영화는 헌트릭스의 콘서트 장면에서 시작해, 이후에는 무대 위 퍼포먼스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보여준다.

눈물 나는
루미 서사

헌트릭스는 세 명의 멤버로 구성돼있으며, 각자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무대에서의 노래와 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악령의 힘을 봉인하는 의식의 일부다. 헌트릭스의 노래가 듣는 이의 감정과 공명하면 ‘혼문(魂門)’이 생성되는데, 이 문이 완성되면 악령을 봉인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이 설정은 음악과 판타지를 결합한 영화의 핵심 장치이자,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이들이 맞서는 주적은 ‘사자 보이즈’다. 헌트릭스와 마찬가지로 5인조 아이돌 그룹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정체는 저승에 속한 악령들이다. 원래는 다른 악귀들과 함께 헌터들에게 연전연패하던 세력 중 하나였으나, 전략을 바꿔 헌트릭스와 같은 형식의 ‘아이돌 그룹’으로 위장 활동을 시작했다.

‘사자 보이즈’라는 이름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사자(死者)’는 죽은 자, ‘저승사자’는 혼을 인도하는 존재를 뜻한다. 사자 보이즈의 로고는 작중 무대에서 갈기가 벗겨지고, 뾰족한 뿔이 드러나는 사자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며, 가까이서 보면 날개 달린 악마의 형상이 숨겨져 있다.

영화 속에서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의 팬덤 일부를 빼앗으며 세력을 빠르게 확장한다.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연기하며 팬들을 사로잡지만, 무대 뒤에서는 받은 꽃다발을 바로 버리는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헌트릭스의 노래가 혼문을 생성하는 데 반해, 사자 보이즈의 노래는 이미 열린 혼문에 균열을 내어 봉인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두 그룹의 음악이 서로 정반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이 대립 구도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헌트릭스는 월드투어라는 명목 아래 세계 각지를 돌며 악령들을 사냥하고, 사자 보이즈는 그 뒤를 쫓아다니며 혼문을 파괴한다. 중반부 목욕탕 장면에서는 물귀신 형태의 악귀들이 출몰하자 헌트릭스가 전투에 나서고,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와 결투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리더 루미와 사자 보이즈의 진우가 짧지만 격렬한 격투를 벌이며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후반부, ‘황금혼문’의 완성을 둘러싸고 긴박감이 고조된다. 황금혼문은 모든 악령의 힘을 봉인하거나, 반대로 개방해 세상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는 결정적 관문이다. 헌트릭스는 이를 완성해 봉인하려 하고, 사자 보이즈와 그 배후 세력은 이를 파괴하려 한다.

남산타워 아래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결전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이 장면에서 두 그룹은 각자 공연을 하듯 노래와 춤을 펼치지만, 그 안에 치열한 전투가 숨겨져 있다. 루미와 진우가 다시 맞붙고, 다른 멤버들 역시 짝을 이뤄 싸우지만,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밀려났다.

영화 실제 장소들 새 관광 명소로
‘성지순례 코스’ 해외 팬들 북적

이처럼 <케데헌>은 K-POP 특유의 감성과 영화적 판타지를 결합해, 독특한 전개를 보여준다. 세계 각지를 돌며 펼치는 퍼포먼스와 액션, 그 안에 숨은 전투 장면들이 리듬감 있게 이어지고, 두 그룹의 라이벌 구도가 긴장감을 유지한다.

<케데헌>의 제작진은 작품의 콘셉트와 제목에 걸맞은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사운드트랙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K-POP을 기반으로 구성됐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업계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했다.

작곡, 프로듀싱에는 테디를 비롯한 더블랙레이블(The Black Label) 소속 제작진이 이름을 올렸고, 린드그렌(Lindgren), 스티븐 커크(Stephen Kirk), 제나 앤드루스(Jenna Andrews) 등 해외 작곡가들도 힘을 보탰다.

오리지널 보컬곡은 총 8곡으로, 골든은 공개 직후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음악적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안 에이센드래스(Ian Eisendrath)가 전반적인 편곡과 사운드 조율을 담당했고, 트와이스의 ‘Strategy’,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조커스의 ‘오솔길’ 등 기존 인기곡도 장면에 맞춰 삽입됐다.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브라질 출신 영화음악가 마르셀루 자르부스(Marcelo Zarvos)가 맡았다. 자르부스는 서사 전개에 맞춰 전투 장면에는 박진감 있는 리듬을, 무대 장면에는 화려한 편곡을 더해 K-POP 공연의 에너지를 극대화했다.

제작진은 음악이 서사와 세계관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가 되도록 설계했다. 헌트릭스의 무대는 악령 봉인 의식이자 팬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사운드트랙의 모든 곡은 해당 장면의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를 반영해 제작됐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들은 개봉 직후부터 국내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작중 헌트릭스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강남 K-POP 스퀘어 전광판, 사자 보이즈의 퍼포먼스 무대로 사용된 명동길, 루미와 진우의 데이트 장면이 연출된 북촌한옥마을과 낙산공원 등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또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와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남산서울타워는 해외 팬들에게 ‘성지순례 코스’로 불리며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포함되기까지 했다.

한국 공간과
콘텐츠 결합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케데헌>이 “K팝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한국의 실제 공간을 결합한 콘텐츠”라는 점을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스토리와 음악이 함께 얽힌 장소가 관객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줬고,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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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