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통합 수능 엇박자, 왜?

맘대로 과목 고르라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고교학점제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시행 중인 가운데, 2028학년도부터 개편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충돌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2028학년도 수능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과목을 요구하는 ‘통합형’ 체제를 예고하면서, 결국 ‘선택한 과목이 아닌 모든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처럼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2022년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2025학년도부터는 전면 도입됐다. 이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이수한 뒤, 2~3학년 동안 진로에 따라 심화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불리 논란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획일적인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다양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유도하고자 했다. 특히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과나 직업군에 맞춰 과목을 설계하고, 학교는 그 선택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수업 운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이후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이수하고 있다.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이다. 현재 고1 학생이 응시할 2028학년도 수능은 ‘과목 통합형’으로 개편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학, 사회, 과학 영역이 ‘통합형’으로 출제되며, 수험생이 실제 수강한 과목과 관계없이 동일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현행 수능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양분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영역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하고, 학생은 본인의 진로에 따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탐구 영역 또한 사회·과학 계열로 나뉘어, 수험생은 선택 과목 2개를 지정해 응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학생은 자신의 학업 성향과 진로 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2028학년도 ‘통합형 수능’은 수학과 탐구 영역 모두 기존 선택형 구조를 폐지하고,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문항을 푸는 방식으로 바뀐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합한 문항이 공통 시험으로 출제되며, 탐구는 기존의 17개 사회·과학 과목 대신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출제된다.

진로와 관계없이 선택
어차피 전 과목 공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더니 결국 수능 때문에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고1 학생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과목을 선택해 설계하고 있지만, 이들이 응시하게 될 수능은 선택한 과목과 관계없이 통합으로 묶여 출제될 예정이다. 즉,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선택한 과목과 무관하게 모든 응시자가 동일한 내용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통합형 수능을 도입한 배경에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방향성과 평가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공동 과목을 중심으로 구성돼왔고, 이에 따라 대입 평가도 계열 구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돼왔다.


또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과목별 난이도 차이와 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험을 봐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고자 선택형 구조를 없애고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문항을 출제하는 ‘공통형’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합 수능도 기존의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특정 과목을 선택한 학생에게 상대적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능 수학에서 고난도 문항은 단순한 계산 능력보다는 개념 응용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제진이 어떤 개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학원가와 입시 분석 기관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이나 기하에서 자주 다루는 개념이 고난도 문항에 포함될 경우,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형 수능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해당 과목을 학습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8년부터 충돌 우려
“결국 한쪽으로 쏠릴 것”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맞춰 공정한 평가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특정 계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문항을 균형 있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계의 예측은 실제 학교 현장의 과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때문에 수능에 유리하지 않은 과목을 선택하려는 동기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입시 현실에서는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과목 중심으로 선택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그동안 수능에서 출제한 고난도 문항에서 주로 활용됐던 개념은 ‘미적분’과 ‘기하’였기 때문에 이 과목들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 출제 경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수능 범위에 포함되는 과목을 별도로 학습해야 하는 구조는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모순된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학 입시에서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해 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진로와 관계없는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직 진로를 구체화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선택 과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수능과 무관한 과목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고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설 컨설팅에 의존해 시간표와 선택과목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일부 교육 업체에서는 고교학점제 시간표 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백만원을 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사교육 의존은 곧 정보 격차와 계층 격차로 이어진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가정에서는 선택과목 설계, 수능 대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제도 도입 당시의 ‘형평성 강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함께 내신 평가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변별력이 낮아지는 만큼, 대학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수능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은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 점수가 제공되기 때문에 미세한 점수 차이까지 변별이 가능하다. 반면, 5등급 내신 체계는 등급 간격이 넓어져 교과 성적의 세밀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결국 각 대학에서는 수능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형평성 강화?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선택권이 대학 입시에서도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수능 체계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역량, 학습 환경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이며, 결국 특정 과목에 선택이 쏠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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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국민의힘은 또 내홍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당내 친한계와 안철수 의원의 걸음도 바빠졌다. 전씨는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의 떠오르는 별이 된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한길씨가 입당한 날은 지난달 9일이고,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안 반대 반발 이어져 정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시·도당으로 입당하므로, 시·도당에서 확인 후 먼저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있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친윤계(친 윤석열)와 대립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를 즉각 출당하라”며 “극단적 정치 세력과 절연하는 게 국민 보수를 재건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제 친길계(친 전한길)를 만들 거냐”며 “친길 당 대표·친길 원내대표를 탄생시켜, 당을 내란당·계엄당·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적을 이어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개인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런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전씨를 초청한 토론회를 열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던 바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입당을 놓고 호들갑 떨 것 없다”며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의견을 바꿨다. 그는 “전씨에 대한 여러 의견을 경청·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을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소속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당원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당원 자격 심사는 입당 신청 후 7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기간이 이미 지났고, 시·도당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치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전 입당하자 김 환영…삼각동맹 급 탄생? 이재명의 중도보수 전략 돕는 1등 공신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중 1명인 김용민씨가 지난 2017년 2월 입당하자, 신속하게 제명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김씨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을 통해 입당원서를 제출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됐다. 이를 파악한 경기도당은 “김씨가 당을 조롱할 목적으로 입당했다”고 판단한 후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김씨를 입당 후 8시간 만에 제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전씨는 입당 후 순식간에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설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씨는 지난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후보가 없으면, 내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상 전씨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만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30일부터 2일 동안이고, 전씨는 다음 달 10일부터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전씨의 입당 목적은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를 통해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당 목적임을 공표했다. 그는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진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 구속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우리가 국민의힘을 차지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손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대규모 강경 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전·손 목사 집회 양대 축 전씨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 목사와 전씨가 함께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수십만 규모의 ‘우파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팬)’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전한길TV 시청자 10만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만명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의 추종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자로 알려진 전 목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전 목사가 이들의 활약으로부터 자극받아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국민의힘의 외부 행보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이미 전씨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전씨의 입당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 환영하고, 다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를 일컬어 “강한 우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거대한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이들이 각각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엔 최소 수만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김건희 여사·채 상병·내란)을 방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응할 수단이라고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이 장외 집회엔 두 목사와 전씨가 동원하는 인파로 채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세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명분과 실리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친한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전씨의 입당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친윤계가 이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난 21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전씨의 입당 절차엔 하자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린 대화를 하는,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전 목사의 지원을 받은 김 전 장관이 손 목사와 전씨의 지원까지 얻으면,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씨의 입당은 ▲언더 찐윤 ▲김 전 장관 ▲손 목사 등을 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주도하기 위한 삼각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쌍권을 쌍전으로? 물론 김 전 장관과 친윤계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시도 이후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던 과정과 같이 조직이 필요하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를 망친 원흉”이란 비난을 듣고 있고, 대선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친윤계 의원 중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당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으로선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쌍권을 ‘쌍전(전광훈·전한길)’으로 교체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대중 동원 능력이 없는 쌍권과 달리, 쌍전은 대중 동원 능력까지 갖췄다. 언더 찐윤의 새 얼굴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극우 정당 득세 과정과 똑같아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은 전통적인 기득권과 대중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할 포퓰리스트가 결합해 득세한다. 독일의 나치당도 독일 전통 귀족 융커와 대중선동에 능한 아돌프 히틀러가 “배후에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만든 유대인·공산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고, 장마리 르펜이란 선동가가 창당해 차근차근 키운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언더 찐윤 ▲보수 성향의 전통 지지 기반 ▲대중 선동에 능한 쌍전의 결합 등도 위 사례들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들의 결합이 국민의힘의 비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18일 선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후 3연속 총선 패배 극우 10만명 입당이 해결책?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극우로 규정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작가 박권일씨는 <한겨레21> 기고 칼럼들을 통해 이 의원을 “극우 엘리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 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이 의원과 같은 극우 정치인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이 의원은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해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드는 극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경 페미니즘 세력과 격렬하게 다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의원의 행보를 매개로 “이 의원은 극우 정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국민의힘에서 각종 극단주의 세력과 다퉜던 이 의원이 왜 극우 정치인이냐”고 반발한다. 이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과 맞물려 판단해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한 데 묶어 극우로 규정한 후, 민주당이 전통적인 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진영의 외연도 함께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컬트 정당으로 어떻게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전날인 19일엔 안 의원을 만났다. 당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반 극우연대’ 논의를 위한 만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조와 언더 찐윤의 부각은 3연속 총선 참패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던 지난 2016년 이후 진행된 3번의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의석도 나날이 줄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수도권 참패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 수도권 기반 정치인의 힘이 약해졌고,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조용히 기득권을 누리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으로 조직화했다. 이들과 다퉈왔던 친한계 의원들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들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선언을 했던 지난 2월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겉으로만 비판할 뿐 체포 저지를 시도하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상황이 일어난 이후였다. 점점 짙어지는 극우화 징조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으로선 국민의힘이 현실적 자정 능력을 사실상 잃었음을 파악한 후 “자신 있게 동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영남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지리적 차원의 전략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이념적 차원의 전략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김 전 장관·언더 찐윤과 손잡고,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의 동진 전략이 성공한다면, 쌍권과 쌍전이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