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5.27 07:54:49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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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없어 굶어 죽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은 <일요시사>에 “작품 제작이 없어 삶의 희망도 없어진다”는 배우들의 최근 호소를 전했다. 이어 영화업계 인력을 쓰고 버리는 글로벌 OTT의 현황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에 “새 인력 양성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은 “영화업계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지난해부터 미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배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배우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오래전엔 대형 기획사서 연습생 관리 등 가수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시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했고, 케이팝의 신인 개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저도 오디션 시스템이 선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쟁 위주로 흘러 안타까웠다.

이후 영화 배급사로 이직했는데, 배우는 매니지먼트 시장서 가수보다 훨씬 열악했다. 가수와 달리, 배우 소속사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으며, 제작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고, 열악한 사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찾다가 미국 영화배우조합을 일부 참고해서 만들었다.

-배우는 개인사업자인데, 어떻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었나?


▲처음엔 막무가내로 노조 설립 신고를 하러 갔다. 노동청에선 “어떻게 노조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사례를 언급했고, 다른 영화단체들로부터 연대 서명을 받았다. 이어 조합원들의 경력을 증명하고, 출연 계약서 복사본을 제출했다. 설립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영화 흥행·제작이 부진하다. 배우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엔 드라마 촬영 일정과 방영 일정이 거의 비슷하게 잡혔다. 그래서 출연료는 월 단위로 지급했다. 반대로 영화는 약 1~3년 정도 기간을 잡고 제작된다. 그런데 OTT가 등장한 이후엔 영화 제작 일정이 대부분 3년으로 고정됐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엔 사전 제작된 작품이 많아서 어렵단 느낌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영화계의 매출과 제작 편수가 감소했다. 내년엔 개봉할 한국 영화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코로나 여파 이후
개봉작 거의 없어”

-배우들의 최근 경제적 상황은?

▲배우들은 출연 계약을 스스로 하지 않고, 소속사가 대행한다. 출연료 지급 방식도 제각각이다. 영화는 출연료 지급 기준이 있고, 촬영 전에 출연료가 지급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쪽대본이 완성될 때마다 촬영하니, 방송 약 한 달 후 출연료가 지급된다. 방송계의 옛 표준 계약서에도 방영 이후 1개월이 지나 지급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방영되지 않거나 편집돼 출연 분량이 사라지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정부의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에도 물가 상승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 과정서 절감할 수 있는 건 인건비밖에 없다.

-배우들이 조합에 주로 원하는 것은?

▲제게 상담하러 오는 배우들은 경제적인 것보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로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작품 제작이 없어 삶의 희망도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도 정책 토론회서 “배우에 대한 금전적 지원보다 기회 제공을 더 많이 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오랫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고 이선균 배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업계서 제일 안타까워 했던 것은 “이런 배우가 등장하기까진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배우들에 대한 인격적 처우 등은 과거와 달라진 게 있나?

▲배우들은 유명 배우·단역배우·보조출연자로 구분된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가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제작사와 직접 계약한 것인지,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를 통한 것인지로 구분한다. 보조출연자는 과거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지난 2004년 보조출연자 자매를 성폭행했던 가해자들은 아직도 업계서 근무하고 있다. 이미 카르텔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조합이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역과 보조출연자의 경계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촬영장서 똑같이 고생하고 있고, 비중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업계 카르텔 형성”
“OTT 폐해에 관심 가져주길”

예전엔 보조출연자로 시작해 인기 배우가 된 사례들이 있었다. 기업형 매니지먼트가 안착한 이후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치워졌다.

-조합이 가장 중점을 두는 제도가 있다면?

▲배우 매니지먼트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유명 배우들은 9:1로 계약해서, 소속사가 1을 가지고 간다. 이래선 소속사 운영이 안 된다. OTT가 도입된 이후 콘텐츠 시장이 너무 좋아져서, 유명 배우를 데리고 콘텐츠 제작을 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갔다. 그래서 배우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

그런데 시장이 죽으면서 어려워졌다. 작품 수가 줄어들었지만, 배우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계약이 풀린 많은 배우들이 새 회사를 찾지 못했다. 그들은 매니저 없이 일하기 어려워 “우리도 공제조합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시가 필요하고, 전자계약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촬영장서 계약서를 쓰거나, 출연료를 안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의 출연료 체계를 회차당 지급서 시간당 지급으로 바꿔서 일정을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글로벌 OTT는 영화업계가 지금까지 키워온 인력을 데려가서 써먹고 버리는 구조를 취한다. 그들은 유명 감독·배우와 작업하지만, 신인 감독·배우는 발굴하지 않는다. 이용만 당한 채 다음 세대가 사라진다. 약 10~20년 후 업계를 이끌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려면, 연극·뮤지컬·독립영화 등 제작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에 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정당한 노동의 권리에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K-POP 산업이 발전한 결정적 계기는 정당한 보상이었다. 음악은 가수·작사가·작곡가·연주가들이 모두 실연권·저작권을 인정받아 분배받는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보상 체계가 적절하지 못해 동기 부여가 어렵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출연한 영화·드라마가 재방송되면 보상을 해야 한다. 활동에 대한 금전적 지원보다 정당한 보상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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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