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가 야인’ 조현문 유령 재단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29 11:53:22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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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키고 돈 안 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법률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바른과 소송에 휘말렸다.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는 데 일조한 바른의 업무 보수 미지급 관련해서다. 앞서 친형인 조현준 회장을 고발한 조 전 부사장이 효성가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 바른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른은 조 전 부사장이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10년 전부터 시작해 그룹 법률 자문을 맡았다. 조 전 부사장이 공익재단 단빛재단을 설립할 때도 함께했으나, 성공 보수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사이가 틀어진 꼴이다.

차남의 반란

앞서 바른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43억원 규모의 약정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지난 16일 1차례 진행됐다. 당시 바른은 “법률 업무에 대한 위임 약정을 맺고 일부 업무는 성공 조건을 성취시켰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행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그간 발생한 보수 4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바른이 제시한 업무 내용 및 진행 경과를 볼 때 그만큼의 금액을 청구할 정도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소송 제기 및 가압류 신청은 매우 황당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향후 객관적 사실과 법리를 바탕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법정서 반드시 진실을 가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타임 차지(시간제 보수) 내역을 봐도 실제 바른이 수행한 업무는 전체 위임 사무 중 사소한 부분”이라며 “성공 보수 및 추가 특별 보수는 지급조건 자체가 성취되지 않아 청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바른 측은 “기본 보수가 발생한 이유, 어떻게 성공 보수 조건을 성취했는지를 보여주려면 의뢰인이 변호사가 주고받은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원하지 않기에 제안했던 것”이라는 협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원래 업무 이외 다른 업무들이 많아져 추가 보수도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난 1월, 바른 측이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16억원 규모의 주식가압류 신청이 법원서 인용되면서 그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 9월에 설립했던 단빛재단은 현재까지도 홈페이지에 공익사업 관련 보도자료나 활동 내역이 단 한 줄도 게시되지 않고 있어 재단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세청 홈텍스에 따르면, 단빛재단 첫해의 사업연도 종료 연월은 지난해 12월로, 최초 공시일자는 지난달 29일이었다. 단빛재단의 결산서류 등 공시자료엔 기본순자산 471억1602만원, 보통순자산 545억6824만원, 부채 1916만원이 기재돼 총자산가액은 1017억원 규모에 달한다.

‘형제의 난’ 때부터 법률 자문
성공 보수 두고 틀어져 소송전

단빚재단의 설립은 과거 ‘효성 형제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형 조현준 효성 회장 간 촉발됐던 법정 다툼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에 나섰다. 조 회장도 협박으로 맞고소하는 등 법적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조 전 부사장이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다”며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선 “선친이 물려주신 장속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공익재산 설립을 약속했다. 그 약속으로 만든 재단이 바로 단빛재단이었다.

재단의 명칭은 아침 해의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초대 이사장엔 신희영 전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내정됐다. 조 명예회장이 남겼던 상속재산은 총 1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정됐다. 현행법상 조 전 부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절반인 500억원가량이었으나, 공익재단 설립으로 전액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단빛재단의 공익목적사업은 대한민국 외교 역량 강화 및 국가 안보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외교 관련 학술, 정책 개발, 연구 및 인력 양성 활동 지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인력 및 시설, 기타 비용으로 7억6332만원을 사용했으며, 기타 사업비용으로 2억7942만원이 들어가 총 10억4275만원의 사업비용이 발생했다.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은 지난달 30일, ‘2024년 단빛재단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에 따른 공시’뿐이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 의무를 피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형제의 난’을 계기로 가족들과 의절했다. 지난해 9월 상속재산을 통해 단빛재단을 설립할 때 공동상속인인 형제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있었으나, 이로써 형제간 화해를 이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해 3월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유족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고 신해철과 함께 밴드 ‘무한궤도’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신해철과는 유치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보성고등학교 동창이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무한궤도 멤버로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며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M.C The Max의 이수와 신시사이저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을 정도로 강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신해철이 의료사고로 사망했을 당시, 호주에 있던 조 전 부사장이 한달음에 달려와 통곡했다는 일화는 둘의 깊은 우정을 보여준다.

그는 2011년 효성그룹 신입사원 환영회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8개월째 조용한 단빛재단
‘500억원’ 상속세 감면용?

음악인의 삶을 뒤로한 조 전 부사장은 경영인의 길을 택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와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 로펌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부친 조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했지만, 그의 경영 참여는 순탄치 않았다.

2014년 효성중공업 부사장 재직 중 그는 친형인 조 회장을 포함한 그룹 임원 8명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며 재벌가에 전대미문의 파장을 일으켰다.

효성가 측은 조 명예회장이 아들들에게 각 계열사를 맡기고 성과에 따라 후계 구도를 정하려 했는데,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중공업의 성과가 부진하자 후계 구도서 멀어질 것을 우려해 그가 비리를 폭로한 것이라고 맞섰다.

형제 싸움은 법정 싸움으로 이어져, 조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에 의해 2020년 12월30일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 선고됐다.

지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의 강요·공갈 미수 혐의를 심리하는 13차 공판기일을 오는 30일에서 내달 6월13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는 202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고가 매입, 그리고 조 전 부사장에게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를 효성그룹에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조 회장 경영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복잡한 가족사를 겪어온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과의 ‘완전한 절연’을 약속했다. 그는 단빛재단을 설립하고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상장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834억원의 재단 운영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HS효성더클래스 3.48%, 효성티앤에스 14.13%, 효성토요타 20%,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10%, 신동진 10% 등 효성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들은 조 전 부사장이 과거 그룹에 몸담았을 때부터 소유했던 주식으로,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도 그 숫자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상한 재단

조 전 부사장 측은 언론을 통해 “애초에 약속한 내용은 상속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었고, 이는 모두 이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비상장주식도 정리할 계획이지만, 조 전 부사장이 제시한 가격을 다른 형제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지분 정리 의사는 확고하나 가격 협상 난항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현재 진행 중인 강요·공갈미수 혐의 재판을 의식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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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