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보이그룹 최초 커밍아웃 배인

당당히 흔든 무지개 깃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때 성 정체성에 대해 숨죽였던 아이돌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밝혀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당당히 나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두가 이성애자임을 전제하고 침묵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외치며 목소리를 낸다.

그룹 저스트비(JUST B)의 멤버 배인이 커밍아웃을 하며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저스트비는 2021년 데뷔한 6인 보이그룹이다. 지난 3월 디지털 앨범 ‘저스트 오드’를 발매했으며, 현재는 월드투어 중에 있다. 지난 4월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저스트비 월드투어 ‘저스트 오드(JUST ODD)’ 공연 무대에서 배인은 “나는 LGBTQ 커뮤니티의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성소수자임을 밝혔다.

“LGBTQ
일원이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약어로서 성소수자를 의미한다. 이 발언과 함께 배인은 성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고, 미국 팝스타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열창하며 무대를 이어갔다. 팬들은 그의 용기 있는 고백에 환호로 응답했다.

‘본 디스 웨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성별, 인종,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와 포용을 상징하는 노래로 알려져있다. 콘서트 이후 배인의 커밍아웃이 각종 SNS와 팬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배인의 커밍아웃은 K팝 남자 아이돌 중 최초다. 앞서 걸그룹 와썹 출신 지애가 양성애자임을, 하이브의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 멤버 라라가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 있으나, 한국 국적의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인은 이후 SNS를 통해 “게이로서 LGBTQ 커뮤니티의 일원임이 자랑스럽다”고 다시 한번 밝히며, “레이디 가가는 내게 다르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내가 나 자신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이며 진심을 전했다.

커밍아웃 이후 배인은 홍석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인은 홍석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선배님의 따뜻한 응원과 마음 깊은 조언을 기사로 접하고 큰 울림을 느꼈다”며 “선배님께서 25년 전 누구보다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주셨기에 저도 지금 이 자리에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가는 길에도 두려움이 있지만, 선배님이 등대처럼 앞에서 빛을 밝혀준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저도 선배님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홍석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메시지를 공개하며 “축하하고 응원할게”라고 화답했다.

저스트비 월드투어 미국서 중 깜짝 고백
“나는 자랑스러운 성소수자” 뜨거운 환호

한국서 ‘동성애자’라고 하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홍석천이다. 당시 보수적이던 한국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예계에서 성소수자 연예인이 당당히 커밍아웃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홍석천의 노력이 있었다.

홍석천은 2000년 커밍아웃 이후 방송 활동이 중단됐고, 약 2년간 공백기를 겪었다. 당시 그는 방송 녹화 중 성소수자임을 밝혔고, 이후 <여성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이후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며 불나방처럼 달려들었고, 가족과 주변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일간스포츠>는 “홍석천, 나는 호모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내보냈다. 홍석천은 시드니 올림픽 응원단으로 출국하던 중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며 커밍아웃이 일파만파 퍼졌다. 그는 “기자들이 호텔 방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숨겨놓고 접근해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홍석천은 현재 방송에서 당당히 스스로 성소수자의 아이콘임을 밝히며 밝은 모습으로 당당히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지만, 이 자리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홍석천은 과거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해, 2000년 커밍아웃 당시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그 때가 서른이었다. 사람들이 왜 잘 나가는데 굳이 커밍아웃을 하냐고 했고, 저를 협박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숨기고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3년 사귄 친구와 이별한 뒤, 평생 진실되게 살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석천
그때는…

이어 “커밍아웃을 결심했을 때, 서울에 와서 나와 같은 친구들을 찾으려 탑골공원까지 비를 맞으며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며 학창시절부터 느껴온 다른 정체성에 대한 고립감을 털어놓았다.

홍석천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다르다는 걸 느꼈고, “내가 잘못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길이 보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대학 시절에는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인과 스킨십이 없었다. 나름 노력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밍아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다. 홍석천은 ‘숨기며 사는 삶’에 대한 절망감과 진실된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간절함 속에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커밍아웃을 했지만, 당시 프로그램 담당 PD가 제 미래를 걱정해 방송분을 편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통해 소문이 퍼졌고, 한 기자가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후 한 월간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이 알려졌다.

가족들과의 갈등도 깊었다. 홍석천은 “부모님은 커밍아웃 사실을 듣고 너무 놀라셨고, 같이 농약을 먹고 죽자고 하셨다. 그 시절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지금보다 심했기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누나들에게는 3년 전에 먼저 고백했지만, 큰 누나는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홍석천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던 순간도 밝혔다. 그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누나와 싸우고 자살하려고 했었다. 죽기 전에 전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세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장례식에도 오지 않겠다는 전 애인의 말이 웃기게 들리면서 다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멤버들에게
2년 전 고백

이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이 맛있는 걸 두고 왜 죽으려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았다고 회상했다.

또, 홍석천은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도 커밍아웃 이후 겪었던 심리적 부담과 불면증에 대해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SNS를 통해 동료 LGBTQ+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하루에 100건 넘는 연락을 받기도 했고,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까지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짧게 답장하거나 답장 속도가 느리면 “저는 살 의미가 없어요”라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심리적 고통을 털어놨다. 당시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는 이를 듣고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가 아니면 상담을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천은 가족들에게서 진정한 인정을 받지 못한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커밍아웃 후 15년이 지나도 부모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인정받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부모님이 “선 한번 볼래?”라고 물었고, 홍석천이 “누가 저 같은 사람한테 딸을 주겠냐”고 하자 “네가 어디가 어때서?”라며 화를 냈던 일을 꺼냈다.


홍석천은 이때 “나는 아직도 가족들에게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구나”라는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홍석천은 지난 25일 <엑스포츠>와의 인터뷰서 “연예계 후배 중 커밍아웃 사례가 나온 건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자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본인을 ‘게이 선배’라고 칭하며 “배인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커밍아웃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지 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석천은 “커밍아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 이후 버텨내는 시간은 더 큰 용기를 요구한다”며 “나 역시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전국민의 99%가 등을 돌린 듯한 상황을 겪었지만, 끝내 버텨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보석함>에 배인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빛·길이 되어준 선배”
홍석천에 감사 메시지

홍석천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다 못 나눌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배인과 나의 커밍아웃에는 25년의 간극이 있지만, 개인이 감내해야 할 무게는 여전히 비슷하다”며 “다만 사회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기에, 본인 스스로를 단단히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배인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배인은 영국 패션매거진 <Dazed>와의 인터뷰서 “처음에는 커밍아웃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고민하는 동안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내 삶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커밍아웃은 감정이 가장 진솔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할 용기가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저스트비 멤버들과 소속사에는 이미 2년 전 커밍아웃을 했으며, 멤버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솔직한 고백을 나눴다고도 밝혔다. 베인은 처음에 멤버 지오누에게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후 멤버들이 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9년 지기 친구 지민이 “동성애자냐”고 물으며, “만약 그렇다면 굳이 숨길 필요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인은 당시 멤버들에게 커밍아웃 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민의 말에 용기를 내 고백했다.

배인은 “멤버들은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차분하고 따뜻하게 저를 맞아줬고,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여 줬다”며 “내 앞에서 놀란 기색을 감추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이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회사 대표도 “앞으로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배인은 커밍아웃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K팝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그저 내 진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배인은 앨범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 “저스트비의 솔직하고 대담한 앨범 ‘저스트 오드’는 우리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솔로 무대에서 ‘Born This Way’를 선택한 이유도 그 메시지와 진심이 닿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인은 “팬들의 사랑이 진짜 나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줬다. 마지막 LA 공연에서 커밍아웃을 결심한 것도 그런 믿음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용기의 원천
팬들의 사랑

한편, 소속사 블루닷엔터테인먼트는 “개인 사생활”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공연 직후 같은 그룹 저스트비의 멤버 시우는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병희 멋지더라. 용기에 박수. 나도 무대 뒤에서 지켜보는데 눈물 나오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많이 어렵고 힘들었던 걸 아니까 더 눈물 났다. 병희 이미 안아줬지, 너무 행복한 투어였다”고 덧붙였다.

팀 내 멤버들의 지지는 배인이 더욱 큰 용기를 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인은 “내 커밍아웃은 나 혼자만의 결단이 아니었다. 함께 해준 이들의 믿음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아이돌 양성애 고백

과거 커밍아웃은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아이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아이돌들이 용기 있게 커밍아웃을 선언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걸그룹 와썹 출신 지애는 2021년 SNS를 통해 양성애자임을 고백했다.

그는 “나는 남자와 여자를 사랑한다”며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생겨 행복하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멤버 라라가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다.

라라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가족에게 먼저 커밍아웃했음을 전했고, 유색 인종으로서 느꼈던 이중의 부담감도 털어놨다.

그는 “삶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팬들의 지지에 감사하다”며 “내 성 정체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라라는 과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성 정체성이 데뷔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두려웠던 심경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성소수자 아이돌들이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연예계 내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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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