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빈자들의 친구’ 프란치스코 발자취

평생 가난과 고통 함께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빈자들의 친구’이자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린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청빈과 포용, 평화를 외치며 가톨릭의 틀을 깨고 약자의 곁을 지켰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화려함을 거부하고 ‘Franciscus’라는 교황명만 남긴 채 떠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각)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한 그는 지난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며 청빈과 개혁, 그리고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케빈 페렐 교황청 궁무처장 추기경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전 7시35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며 그의 선종 소식을 전했다. 페렐 추기경은 “그는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과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했고,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추모 물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었다.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바티칸 보건위생국장은 교황이 뇌졸중으로 혼수 상태에 빠진 뒤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평생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아왔으며, 지난 2월 폐렴 진단 이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을 받았다. 38일간의 입원 끝에 3월 퇴원했지만, 건강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절대 안정이 필요했던 상황서도 교황은 신자들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았다. 부활절을 앞두고 로마 시내 교도소를 방문하고 미국 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으며, 선종 전날인 지난 20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이날 교황은 마지막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전 세계에)’를 전하며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전체 연설문을 통해 가자 지구 전쟁 등 세계 곳곳의 참상을 언급했다. 그의 육성으로 남긴 마지막 말은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여,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였다.

영국 신문 <더타임스>에 따르면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는 이번이 교황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당시 교황의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그가 심각한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대중 앞에 서려 했다고 전했다.

말하는 것도 힘들어했고, 얼굴엔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쳤지만, 그는 군중 속 아기들의 손을 잡고 축복을 건넸다. 퇴장하며 손을 흔든 인사는 그의 마지막 작별 인사로 남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청빈과 검소함 그 자체였다. 1936년 12월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시절 양말공장서 청소와 사무보조를 하며 가족을 도왔다. 오전에는 공장서 일하고 오후에는 식품화학을 공부하며 공업학교를 다녔다.

소박한 삶과 검소한 정신은 이 시절부터 그의 삶에 깊이 자리 잡았다.

원래 화학 기술자가 되려 했지만, 17세 때 산호세 플로레스 성당 고백실서 신의 부름을 받고 성직자의 길을 결심했다.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1980년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을 거쳐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아픈 몸 이끌고 마지막 연설
“행복한 부활절 기원” 인사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된 이후 그는 고급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고, 시내의 작은 아파트서 생활했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에도 자국 신도들에게 “로마로 오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함은 그의 교황명 선택서도 드러난다. 2013년 3월13일 그는 교황으로 선출되며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는데, 이는 ‘빈자들의 친구’로 불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서 따온 것이다. 전임 교황들이 사용하던 이름 대신, 가난한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즉위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한 삶은 계속됐다. 화려한 바티칸 교황 전용 숙소 대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했고, 금 십자가 대신 낡은 철제 십자가를 착용했다. 교황의 상징인 빨간 구두 대신 평범한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교황청서 무보수로 봉사하며 월급도 받지 않았다. 이는 예수회 성직자로서 평생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가난 서약’에 따른 것이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국빈 의전 차량 대신 기아의 ‘소울’을 타고 이동하며 검소함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보수적 전통이 강한 가톨릭계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2013년에는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에 “그들이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선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는가”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오랫동안 소외됐던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2014년 주교 시노드서 동성애와 이혼, 재혼을 포용하는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 실리지 못하자, 그는 “하느님은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여시고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인도하신다”고 말하며 교회의 열린 태도를 촉구했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했으며, 여성을 교황청 장관에 최초로 임명하고, 낙태 여성과 재혼자가 성체성사에 참여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등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이끌었다. 이 과정서 보수층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적 위선을 지적하고 신앙의 문을 ‘모든 이들’에게 열고자 했다. 그는 과학과 종교의 융합에도 앞장섰다. 2014년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 회의서 ‘빅뱅 이론’을 긍정하며, 통상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과학계와 종교계의 융화를 강조했다.

사회 정의와 인권을 강조한 교황은 정치적 사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2017년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추진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악을 선으로 극복하라”며 관용의 자세를 촉구하고 국수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반대했다.

청빈의 상징
개혁 아이콘

2014년 한국 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그는 유족으로부터 받은 노란 리본을 달았고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태도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민은 종종 그를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했다. 그러나 교황은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같이 공유한다. 이것은 공산주의가 아닌 순수한 기독교 상태”라고 일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는 약자 보호와 평화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성 논쟁서 벗어나 현대 사회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소 수감자의 발을 씻어주고, 이혼·재혼 신자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다가가는 등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세계 곳곳서 평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1년에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무장 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부터 교황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촉구했다.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한 호소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강론서도 “가자 지구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가난한 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사 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특정 교구장이 자동으로 추기경이 되는 관행을 깨고, 가톨릭 교세가 강하지 않은 지역서도 추기경을 임명했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 역시 이 같은 개혁 인사의 일환이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14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으며, 이후 방북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그의 두 번째 방한이 기대됐으나, 이번 선종으로 차기 교황에게 넘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년간 건강악화로 고통받았다. 2021년 결장 협착증 수술, 2023년 탈장 수술을 받았으며, 오른쪽 무릎 악화로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존했다.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한 탓에 겨울철이면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임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나는 건강하다. 그저 늙었을 뿐”이라며 교황직을 끝까지 수행했다.

대한민국과
특별한 인연

그의 유언은 청빈함의 상징이었다. 교황청이 공개한 유언에 따르면 그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안장되길 원했다. 비문에는 ‘프란치스코(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겨지길 바랐다.

유언 작성일은 2022년 6월29일로, 교황은 도면까지 첨부해 묘소 위치를 지정했다. 장례 비용도 후원금을 통해 미리 마련해뒀다.

그는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치되기를 요청한다”고 남겼다. 교황은 평생 복된 성모 마리아께 자신을 맡겨왔다며, 이곳에 안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진행됐다. 통상 교황의 장례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서 거행되지만, 그는 장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도록 전례서를 직접 개정했다. 시신을 삼중관이 아닌 목관 하나에 안치하고, 선종 확인도 개인 예배당서 진행하도록 했다.

일반 대중의 조문을 받도록 했으며,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까지 변경했다.

교황의 공식 장례 예식은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안치하면서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이 아닌 장소에 묻히는 드문 사례로 남게 됐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마지막 교황은 1669년 클레멘트 9세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잇따라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미국 신문 <워싱턴포트스>(<WP>)에 따르면 그의 죽음으로 가톨릭 교회가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WP>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죽음으로 가톨릭 교회의 한 시대가 마무리됐다”고 평가하며, 그의 대의명분이 서구 사회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혐오와 민족주의가 다시 득세하는 시대에, 신앙의 문을 모든 이들에게 열고자 했던 영적 지도자였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분열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차이를 드러낸 채 새로운 길 앞에 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톨릭 보수·진보 ‘내전 10년’
‘콘클라베’ 앞두고 다시 갈림길

오스트리아 수녀 브리기테 탈하머는 성베드로 광장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정의, 사람들의 존엄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도덕적 목소리였다”며 “이제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WP>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실질’보다는 ‘스타일’과 ‘어조’의 변화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동성애와 사제 결혼 등에 대한 가톨릭 교리의 근본적 변화는 이루지 않았지만, 교회의 태도와 방향성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가톨릭 교회는 차기 교황 선출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콘클라베는 선종일로부터 15~20일 내에 열릴 예정이며, 이번 선거는 가톨릭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콘클라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5명으로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교황청 주요 직책을 맡아온 추기경들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명망 높은 인물들이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확한 후계자는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의외의 인물이 선출되거나, 표가 갈려 선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황청 출입 전문기자 마르코 폴리티는 “이번 교황 선거는 다른 때보다 새 교황이 콘클라베 전이 아니라, 콘클라베 과정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교회는 극보수주의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맞서 10년 넘게 ‘내전’을 겪은 끝에 이 선거를 맞이했다”며 “이번에는 유력 후보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는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다. 그는 차기 교황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보좌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유 추기경은 교황의 선종 직후 “그분의 죽음서 희망과 부활을 봤다”며 “평화롭길 바라셨던 교황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추모했다.

그는 교황이 한국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애정을 가졌음을 강조하며, 교황의 발자취를 잇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유산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넘어선다. 그는 약자의 대변자였고, 사회 정의와 평화를 외쳤으며, 종교와 과학의 융합을 시도한 인물이었다. ‘빈자들의 친구’ ‘개혁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처럼, 그의 발자취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됐다.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세계인의 가슴에 남아 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 “악을 선으로 극복하라” “모든 이들, 모든 이들, 모든 이들”등 모두에게 신앙의 문을 열겠다는 그의 다짐은 가톨릭 교회를 넘어 전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걸음은 멈췄지만, 그가 남긴 가치와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이제 그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지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 보수와 진보, 전통과 개혁 사이서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다음 교황
5월 결정

그의 마지막 유언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려함을 거부하고 단순함을 택했다. 바티칸 중심이 아닌, 자신이 사랑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교황명만 남긴 채 영면에 들었다. 이는 그가 평생 강조해 온 겸손과 청빈의 상징이자, 모든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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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