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진실 안고 떠난 장제원 전 의원

권력 중심서 의혹 중심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거짓말 같은 죽음에 또 한 번 여론이 웅성이고 있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늘 권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씻을 수 없는 오명만 남긴 채 떠났다. 그는 보수 정치권의 전략, 윤핵관 권력, 정치적 계파 갈등과 직결됐고, 동시에 자녀의 반복적인 일탈, 거침없는 언사, 국회 내외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정치 인생은 권력의 중심서 시작해 의혹의 중심에서 생을 마감했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보수 정치권서 논란과 영향력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국회의원을 세 차례나 지냈고, 윤석열정부의 출범 과정에서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정치 중심부서 실무와 전략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며 예기치 못한 비극적 종결을 맞았다.

윤석열                                                                                                                                                    최측근

1967년 4월13일 부산서 태어난 장제원은 정치 가문서 성장했다. 부친 장성만은 박정희정권 시절 제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자 학교법인 동서학원 설립자로, 부산지역 정가와 교육계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서울로 유학해 여의도중학교와 여의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같은 대학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서학원 산하 대학인 경남정보대학 교수와 동서대학교 부총장 등으로 활동하며 교육 행정 분야서도 경력을 쌓았다.

그의 정치 진출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시작됐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그는 여당 후보로서 무난히 당선됐고, 정치권서 비교적 젊은 보수 신예로 주목받았다. 초선 의원 시절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했고, 상임위나 본회의서도 날 선 메시지와 직설적인 어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메시지 설계에 밝은 장제원은 이후 대변인, 전략기획 부총장 등 당내 역할을 맡으며 실무형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국회를 떠났지만, 정계 은퇴는 아니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복수의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하며 정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에 복당했고, 당내 중진들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 시기 그는 보수정당 내부 계파 재편 과정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을 오가며 노선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고, 여러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당 재편과 인재 등용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다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진급 의원 반열에 올랐으며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서 활동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시작한 2021년 무렵부터 장제원은 그와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형성해 나갔으며, 이는 향후 윤석열 대통령후보 캠프서 실무총괄을 맡게 되는 기반이 됐다.

2015년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피소                                                                                                        당시 찍은 영상 공개 후 극단적 선택

장제원이 윤석열 캠프서 맡았던 역할은 단순한 보좌를 넘었다. 그는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아 전반적인 메시지 기획, 조직 운영, 정책 조율을 관장했으며, 주요 미디어 대응 전략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대선 국면서 그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언론의 명명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고, 윤석열이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이를 수습하거나 반전시킬 메시지를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윤석열이 당선된 이후에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인수위 구성, 집무실 이전 결정, 청와대 용산 이전 등의 민감한 이슈를 조율했다.


하지만 권력 중심부의 활동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됐다. 2022년 당시 국민의 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의 공개적 갈등은 대표적인 예였다. 이 대표는 윤핵관 세력이 당무를 장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장제원은 이에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으나 실질적으로 당내 전략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비공식적 모임인 ‘민들레 모임’을 통해 당권 재편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정치 경력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장남 장용준(예명 노엘)의 반복된 범죄와 사회적 물의였다. 장용준은 201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이후 래퍼로 데뷔했으나 2020년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무면허 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에도 경찰관 폭행 및 추가 음주 운전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고, 재판서도 반복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장제원은 아들의 일탈에 대해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한때 당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윤핵관’                                                                                                                                                     핵심으로

그러나 이후 다시 정치 전면에 복귀하며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다. 장제원의 국회 내 활동 역시 논쟁의 중심이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검찰개혁 관련 논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있어 보수 진영의 강경 입장을 대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측과의 질의응답 과정서 고성이 오가거나 언론에 회자된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면서 언행 논란이 잦았다. 예컨대, 법무부 장관과의 질의 과정서 “국민이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 공방이 벌어졌고, 이는 여야 간 갈등의 소재로 부각됐다.

2023년 이후 윤석열정부의 중반기로 접어들며 그의 공식적인 정치 활동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국회 주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비공식 라인서 조율자 역할을 했고, 일부 언론은 그가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 차기 지도 체제 논의, 공천 권력의 이동 과정서 다시 그의 이름이 거론되며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그를 둘러싼 상황은 급변했다. 과거 부산디지털대학교 부총장 재직 시절인 2015년, 당시 수행비서 A씨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A씨는 언론 보도서 성폭행 당시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장제원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와 함께, 피해자 A씨의 휴대전화 촬영 장면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내용은 장제원 측의 ‘호텔에 간 적 없다’는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A씨는 사건 직후 곧바로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 과정서 남성의 DNA가 검출되는 등 신체 증거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혐의 입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오명을                                                                                                                                                    남기다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장제원은 서울 강동구 자택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는 자필로 보이는 유서가 남겨 있었고, 경찰은 타살 정황이나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사망 직후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에 들어갔고,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제원은 사망 당일에도 측근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주변에 “혼자 있고 싶다”는 심경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 측은 지난 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사정상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망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는 일부에선 “만우절(4월1일) 거짓말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부친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후 장용준은 팬들과 소통하는 오픈 채팅방에 “이걸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싶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쓰는 글인데 그래도 걱정들 많이 하는 거 같아서 이렇게 쓴다”며 “당연히 어떻게 괜찮겠냐만 내 걱정은 너무 하지들 말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감히 어떻게 헤아리겠느냐, 이런 말도 안 해도 괜찮다. 잘 보내드리고 오겠다”며 “다행히 이것저것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해본 탓에 남들 때문에 내가 무너지거나 할 일 없으니 너무 염려들 말아라”라고도 했다.


비보에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빈소를 찾는 등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그의 사망은 정치권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안겼다. 장제원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으나 애도 표명은 엇갈렸다. 내부에서는 애도의 분위기와 함께 혼란스러운 반응이 뒤섞였다.

윤캠프 실무 총괄                                                                                                                                      민감한 이슈 조율                                                                                                                                      위기 때마다 수습

일부 의원들은 SNS를 통해 “너무 안타깝고 믿기 어렵다”며 애도하는 한편, 장제원의 죽음으로 인해 수사가 종결된 것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 수도 있었으련만. 모욕과 수모를 견딘다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라며 “하나님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으신다. 이제 다른 세상서 모든 걸 내려놓고 평온하시길 기도한다”고 적었다.

홍 시장과 장제원은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당 대표와 수석대변인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으며, 2020년 총선 당시 탈당한 홍 시장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등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또,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장제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윤핵관’으로 불리자, 일부 비판 여론에 대해 홍 시장이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감싸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장제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고 미어진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 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제원의 빈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

정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대통령께서 비보를 접하시고 전화로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어젯밤에도 두 차례나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장제원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온 힘을 다해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분위기가 달랐다. 정의당은 공식 논평서 “사건의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피해자의 진술과 고소는 여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진실을 밝힐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성폭력 고발 사건에서 피의자의 사망이 ‘사건의 종결’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엇갈린                                                                                                                                                    분위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고인과 저도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분이 2차적으로 또 피해를 입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장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추모하겠다는 분도 있는데, 아주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의 특성상 저는 고인을 조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서 유일의 야당 의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피해자가 실체를 밝힐 기회를 잃은 것도 안타깝다”며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사고뭉치 아들 장용준은?

장제원 전 의원의 아들이자 래퍼로 활동 중인 장용준(예명 노엘)은 대중에게 음악보다 사건사고로 더 익숙한 이름이 됐다.

2017년 <고등래퍼> 출연 당시 미성년자 신분으로 흡연·음주 사진이 유출되며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반복되는 범죄와 무책임한 태도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 방송 출연으로 주목받은 장용준은 방송 종료 직후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진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프로그램서 하차했고, 장제원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9월, 장용준은 서울 마포구서 음주 상태로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현장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지인에게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고, 아버지 장제원의 신분을 언급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던 사실이 확인됐고, 장용준은 음주 운전,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장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차 사과했고, “성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냉담했다.

특히 그가 2008년 국회서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한 전력이 재조명되며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장용준의 일탈은 단순한 연예계 논란을 넘어 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쳤다.

장 의원은 과거 공직자 자녀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기에, ‘내로남불’ 논란은 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녀 문제를 두고 도의적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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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