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한국관광 100선 ④남원

전통과 예술, 아날로그 감성이 버무려진 남원 봄 여행

새로운 책장을 넘기듯 봄기운이 깃든다. 시구의 표현을 빌려 제 오시는 봄처녀를 버선발로 맞으러 간 곳은 전라북도 남원이다. 남원에는 춘향전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아날로그 감성에 젖거나, 벚꽃길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예술부터 천문과학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남원 여행을 시작해보자.

남원 중심부를 흐르는 요천의 서쪽에는 광한루원, 동쪽에는 남원관광단지가 자리한다. 광한루 주변엔 여러 관광지와 식당, 카페, 숙박업소가 있어 남원 여행의 출발점이라 할만하다. 요천 강변을 따라 난 길은 3월 말, 4월 초 무렵 벚꽃이 만개해 터널을 이루면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에 가로등처럼 매달린 청사초롱은 밤이면 불을 밝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

광한루원과 남원관광단지 두 곳 모두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먼저 광한루에 올라보자. 문화유산 보호 차원서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하던 광한루 내부가 이제는 일반에게도 공개돼 누구나 누각에 올라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광한루에서 바라본 풍경은 삼신섬이 놓인 연못에 노니는 원앙 무리와 그 위를 가로지른 오작교가 그려진 너른 병풍처럼 동양적인 자연미를 풍긴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춘향전>의 공간적 배경이기 때문에 공원 내에는 춘향전과 관련한 볼거리들이 여럿 있다. 춘향 영정을 모신 춘향사당이 있고 커다란 그네도 설치돼있다. 월매집에 가면 춘향이 방과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나기 전날 밤에 춘향이의 치마에 변치 않는 사랑의 약속에 대한 글귀를 적는 장면이 재현돼있다.

광한루원의 야경도 놓칠 수 없다. 6시 이후에는 입장료가 무료여서 잠시 들러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광한루와 완월정이다. ‘달을 가지고 놀다’라는 뜻을 지닌 완월정 모습은 이름대로 달과 잘 어울린다. 조명을 받아 연못에 반영된 누각의 모습과 주변 색색의 조명이 연출하는 풍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요천벚꽃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면 남원관광단지를 만난다. 입구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먼저 만난 곳이 심수관도예전시관이다. 이곳에서 일본에 뿌리내린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심수관은 정유재란 당시인 1598년,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심당길의 12대손인 심수관 이후 대대로 이어진 도공을 일컫는 이름이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일본으로 납치된 43명의 조선 도공은 큐슈의 사쓰마번의 통제하에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도자기는 사쓰마 도자기의 뿌리가 되며 지금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로 꼽히는 사쓰마야키가 됐다. 심수관도예전시관에서는 12대부터 15대 심수관이 만든 도자기 13점과 함께 사쓰마 도자기와 심수관에 관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부터 천문과학까지
다양한 이야기 남원의 봄

남원관광단지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춘향테마파크는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춘향뎐>을 촬영하기 위한 세트장으로 지어졌다. 5개 테마로 구성된 전시물을 따라가면 춘향전 이야기의 흐름대로 둘러볼 수 있다. 첫 번째 테마 ‘만남의 장’에서는 사랑의 자물쇠에 들러보자. 포근하게 안긴 듯 자리 잡은 남원 시가지와 그 앞을 흐르는 요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포토 스폿으로 손색이 없지만,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춘향과 몽룡이 재회했을 때 정표의 상징물로 쓰인 옥지환 조형물을 지나면 ‘맹약의 장’이다. 이곳에서는 맹약의 단을 만날 수 있는데 손을 넣으면 사랑가가 흘러나온다. 연인이라면 지나치지 말고 두 사람의 사랑을 다져보자.

‘사랑과 이별의 장’에는 월매집과 부용당이 있다. 부용당은 영화 <춘향뎐>서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장소다. 관아가 있는 ‘시련의 장’에는 신관 사또가 부임하는 장면과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며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재현돼있다. 전통문화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게광장이 마련된 ‘축제의 장’이 마지막 테마다.

춘향전의 도시라고만 생각한 남원에서 만난 다소 의외의 여행지가 남원항공우주천문대다. 춘향테마파크와 이웃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실내 테마파크라 해도 좋을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드론 비행 체험장에는 드론 조종 시뮬레이터와 실제 드론이 준비돼있다. 드론 조종에 미숙하더라도 안전하다.

탑승형 VR 체험장에서는 패러글라이딩VR이나 플라잉젯VR을 타고 하늘을 날아 보거나 자이로VR을 타고 역동적인 스릴을 느껴볼 수 있다. 천장이 돔 형태인 둥근 천체투영실에서는 일반 영화와 4D 영화를 통해 우주인이 되어 달과 화성을 탐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의 하이라이트는 주관측실이다. 낮에는 태양 관측, 밤에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른 키보다 큰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이나 달의 표면, 토성의 고리 등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남원다움관은 남원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입구엔 남원의 옛 시내버스와 만화가 신문수의 그림, 캐릭터 조형물이 서 있다. 1970~1980년대 다방과 만화방을 재현한 공간은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행복사진관서 남원 네컷 사진을 찍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가상 공간서 근현대 남원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인력거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명지각 사랑채

명지각 사랑채는 한옥호텔 명지각 1956의 카페 공간이다. 1956년 건축 당시 보기 힘든 물결무늬 형태의 서양식 목기둥을 보존한 인테리어는 최신의 카페 장비와 조화를 이룬다. 명지각 1956은 일제강점기에 ‘명지여관’으로 시작해 1956년 남원 최초의 호텔, 이후 한정식 식당을 거쳐 한옥 호텔로 재탄생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드리운 뜰과 한옥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치유한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화가 김병종이 고향 남원에 자신의 작품과 자료, 도서를 기증해 건립됐다. 콘크리트를 노출해 네모난 상자를 이어 붙여 만든 것 같은 건물 외관은 여느 조각품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시즌에 따라 전시작품을 교체하며 전시회가 열려 여러 번 찾아도 매번 새롭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한루원→심수관도예전시관→춘향테마파크→남원항공우주천문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심수관도예전시관→춘향테마파크→남원항공우주천문대→광한루원→명지각 사랑채
-둘째 날 남원다움관→화인당→조갑녀살풀이명무관→남원시어린이과학체험관→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남원시 문화관광: www.namwon.go.kr/tour/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https://nkam.modoo.at
-남원항공우주천문대: www.instagram.com/namwonspaceobservatory/

문의 전화
-광한루원: 063)625-4861
-남원관광단지: 063)632-1330(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심수관도예전시관: 063)620-6835
-남원항공우주천문대: 063)620-8986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 063)620-5660
-남원다움관: 063)620-5671
-명지각 사랑채: 010)9677-9490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서 KTX, ITX-마음,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남원역까지 이동. 남원역 정류장서 남원시내버스 시간표에 표시된 터미널 방향 버스(07:05~20:30)를 타고 남문로사가·삼진약국 정류장서 하차, 광한루원 북문까지 도보 약 6분 또는 삽다리사가 정류장서 하차해 남원관광단지까지 도보 약 13분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 남원공용버스터미널까지 이동. 남원공용버스터미널서 광한루원 북문까지 도보 약 22분 또는 남원관광단지까지 도보 약 17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02)6282-0114, 남원공용버스터미널 063)633-0807, 남원여객 063)631-3116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남원IC 진출→남원교차로서 직진 방향 약 900m→회전교차로서 요천로 방향으로 우회전 후 약 3㎞ 직진→광한루원 주차장

숙박 정보
-남원예촌by켄싱턴: 광한북로 17, 063)636-8001, https://kensington.co.kr/hnw/
-명지각 1956: 고샘길 57, 010)9677-9490, www.stayfolio.com/findstay/myeongjigak/
-더스위트호텔 남원: 주천면 원천로 217, 063)630-7100, www.suites.co.kr/Namwon/Ko

식당 정보
-서남만찬(돌솥오징어볶음): 역재1길 9, 063)634-1670
-장수면옥(물냉면, 시레기국밥): 시청동로 24-8, 063)636-1773
-현식당(추어탕): 의총로 8, 063)626-5163

주변 볼거리
제95회 춘향제 2025년 4월30일~5월6일, 광한루원 일원, www.chunhyang.org, 2025 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 2025년 10월16일~19일 남원종합스포츠타운 일원, www.nwexpo.net, 남원 화인당, 남원향토박물관, 바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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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