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람 잡는’ 무자비 살균 고발

“살충제, 식당 공중에 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코로나19 이후 전국에는 많은 방역업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살균소독제는 물론 살충제의 주의 사항조차 보지 않고 방역 업무를 진행하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일요시사>는 대구의 한 방역업체가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간 살균소독제를 사용하거나 식당서 살충제를 공중에 뿌리는 등의 행태를 취재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이 쓴 약품보다 비싼 약품을 썼다며 계약자들을 기만하기도 했다.

대구의 한 방역업체가 살균제와 살충제를 마구잡이로 살포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꼽히는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간 제품을 이용해 요양원과 식당에 연무식, 분무식으로 방역을 한 것이다. 질병관리청과 환경부 모두 해당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회사는 제품의 사용법 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무식
분무식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대구 북구의 방역업체 H사는 요양원과 각종 식당에 방역 업무와 살충·살균 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이른바 뿌레라는 기계를 이용해 연무 및 분무 형식으로 방역을 진행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사용한 제품에 있다. H사가 사용한 제품은 ▲맥시포스(바퀴벌레약) ▲닥터솔루션 살균소독제 ▲와우클린 레몬아쿠아(방향제) ▲스트라타젬(쥐약) ▲잡스프로(바퀴벌레약) ▲하데스 산제(살충제) ▲마우스올킬 블록(쥐약) ▲페스트델타 유제 ▲롱다운플러스(데타메트린 살충제) 등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닥터솔루션 살균소독제’다. 닥터솔루션 살균소독제는 제4급 암모늄 화합물(염화-n-알킬디메틸에틸벤질암모늄·염화알킬벤질디메틸암모늄)이 첨가돼있다. 4급 암모늄 화합물은 가습기살균제에도 사용됐을 만큼 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과학원은 지난 2021년 4급 암모늄 물질의 흡입 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실험은 4급 암모늄 물질을 실험용 쥐에 단회 흡입 노출 후 발현되는 독성을 관찰하기 위해 실시됐다.

일부 실험용 쥐의 폐에서는 부종, 충혈, 염증세포가 발생했고, 후두, 비인두 조직서도 궤양·자가 융해 등이 발견됐다. 실험 보고서에는 0.193ppm 농도서 4시간 이상 노출된 쥐들은 모두 사망했다고 적혀있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 코로나 당시 바이러스 사멸 유효농도를 500ppm~1만ppm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환경부 최소 농도인 500ppm에 비해 수천배가 약한 소량의 농도만으로도 치명적이라는 것이 실험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인체 유해성 실험 결과에도 사용
식기·조리 도구 있는데 마구 살포

닥터솔루션에 나와있는 적정비율은 200배 희석해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2L짜리 빈 페트병에 수돗물을 거의 가득 담고 10㎖가량 닥터솔루션을 첨가하면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장 희석 농도 역시 실험 쥐가 사망한 0.193ppm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H사는 이 같은 닥터솔수션으로 요양원과 식당에 방역을 진행했다. 이번 방역 방법 역시 연무형, 분무형이었다.

앞서의 실험보고서가 언론에 나온 이후 환경부는 “해당 물질의 경우 애초에 분사용이 아니라 모두 표면을 닦는 용으로만 허가되고 승인된 상황”이라며 “방역 현장서 공기 중 분사를 한 사례가 발견된 만큼 환경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소독업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H사는 닥터클린존 외에도 델타메트린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롱다운플러스 살충제의 사용법도 무시했다. 롱다운플러스는 많은 방역업체들이 사용하는 빈대, 바퀴벌레 등 각종 해충 퇴치 혹은 박멸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사용 방법은 분무, 연무, 연막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식기나 인체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이 제품에 적혀있다. 하지만 H사는 이런 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만난 H사 전 직원 A씨에 따르면, H사는 식당 방역을 진행할 때 식당 오픈 1~2시간 전에 작업을 시작해 공중에 해당 제품을 희석해 분무 및 연무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동물 실험
결과는…

문제는 롱다운플러스 주의 사항에는 절대로 식기나 조리 도구에 닿지 않게 사용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작업 시 조리 도구나 식기의 노출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한 예로 A씨가 어느 한 식당의 방역 지시를 받고 도착해서 살펴보니, 작업 전 식기를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두지도 않았으며 화구나 프라이팬도 밖에 나와 있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하수구와 주방 바닥 쪽에 살충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보고하자 회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후 H사 사장 B씨와 전무 C씨가 직접 식당에 가서 공중에 살충제를 살포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사항에 대해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소와 질병관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건소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질병관리청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되는 소독은 사람의 건강과 자연에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해 안전하게 실시해야 한다”며 “델타메트린의 주의 사항은 ▲분무 시에는 분무자 이외에는 모든 사람을 대피시켜야 한다 ▲제품을 사용할 때는 음식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 ▲사용 전에 식기류, 음식, 어항, 물탱크 등에 약제가 들어가지 않도록 덮개를 덮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한다 ▲조리 기구에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등으로 H사의 살균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회사와 계약한 식당이 여러 곳이 있지만 살충제 살포 작업에 대비해 모든 식기구를 치우거나 조리 도구를 덮어두는 식당은 많이 없다”며 “자신은 추후에 해당 가게서 음식을 먹은 손님들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약품(롱다운플러스)도 낮은 농도로 희석하고 바닥과 하수구 위주로 작업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약품 묻은
식기로 식사

그러면서 “롱다운플러스가 조류와 포유류에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든 살충제라고 하더라도 작업을 마치고 환기나 세척할 시간도 없이 바로 오픈하는 식당 전체 방역을 지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롱다운플러스 제작사인 국보싸이언스도 “주요 원재인 데카메트린은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살충제로 인축에는 거의 해가 없이 냉혈동물에게만 약해가 있는 원료로 소개돼있다”면서도 “살충작업을 할 때 마스크, 장갑, 보안경 등 피부와 호흡기를 보호할 장비 착용은 필수며 섭취할 경우 재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약품을 희석해 사용하더라도 약품이 묻은 식기와 조리 도구를 사용하거나 작업을 한 후 바로 손님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1조에는 공동주택, 숙박업소 등 여러 사람이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소독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 대상은 ▲객실 수 20실 이상의 숙박업소 ▲연면적 300㎡ 이상의 식품접객업소 ▲시내버스 ·농어촌버스·마을버스·시외버스·전세버스 ▲장의 자동차 ▲항공기와 공항시설 ▲여객선 및 대합실 ▲철도 차량과 역사 및 역 시설 ▲대형마트·백화점·전통시장 ▲종합병원·병원·요양원·치과병원 및 한방병원 등은 4월에서 9월까지는 달마다 한 번, 10월부터 3월까지는 2개월마다 1번의 소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제품 주의 사항 ‘나 몰라라’
요양원에 허위증명서 발급도

H사도 요양원 소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H사는 요양원 살충·살균·살서 계약을 한 뒤 작업을 진행하면서 살균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24년 8월 H사가 한 요양원에 보낸 소독증명서에는 H사가 해당 작업으로 닥터솔루션 5통과 포충기 패드 3개 교체, 쿠마펜펠렛(살서제)를 투약했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H사는 당시 요양원서 닥터솔루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롱다운플러스를 사용했다. 살균소독을 진행했다고 하면서 살충 작업만 진행한 셈이다.

위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약품 모두 무색의 투명한 액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살충 및 살균 작업은 분무식이나 연무식으로 진행돼 어느 약품을 사용한 지 전혀 모를 수밖에 없다.

현재 롱다운플러스는 2만9000원의 가격을, 닥터솔루션은 1만1000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롱다운플러스는 최대 400배의 희석농도를, 닥터솔루션은 최대 200배의 희석농도를 가져야 효과가 있다. 게다가 닥터솔루션에는 병원 등에서 사용할 때는 100배의 희석농도를 지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소독증명서에 따르면 H사는 닥터솔루션을 요양원 지하1층에서 2L, 1층에서 1.5L, 2층에서 1.5L를 사용했다. 이를 롱다운플러스의 권장 희석농도로 계산하면 지하1층에서 500㎖, 1층과 2층에서 750㎖만 사용하면 된다. 롱다운플러스와 닥터솔루션 모두 1L 단위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롱다운플러스를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인 셈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2항은 같은 법 제54조 1항에 따른 소독의 기준과 방법에 따르지 않고 소독을 실시하거나 같은 조 2항을 위반해 소독 실시 사항을 기록·보존하지 않은 경우, 영업소의 폐쇄를 명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H사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도 지역 방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소에 신고한 상황이다.

“환경부
인증 제품”

H사는 닥터솔루션 사용 여부와 살충제 공중 살포 모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H사 관계자는 “닥터솔루션은 환경부가 인증한 제품이며 수많은 방역업체서 사용하고 있다”며 “4급 암모늄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회사는 제품 권장 농도보다 적게 약품을 사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살충제 작업을 진행할 때 식기나 조리 도구에 대한 관리를 식당에 부탁하고 있으며 작업을 진행한 후 식기와 조리 도구 세척을 권장하고 있다”며 “허위로 소독증명서를 발부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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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