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서울 조선에 재력가라고 불리던 한 남성이 있었습니다.
재산은 총 6000억원(현재의 원화 가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청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이었습니다.
일본에 붙어 친일파로서 자신의 재산을 몇 배로 늘리며 대대손손 부유함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이 청년은 자신이 짊어진 무게가 크다는 것을 알고 스승이었던 독립운동가 오세창 선생에게서 올바른 사용에 대한 답을 얻습니다.
“우리는 꼭 독립하네.”
“어느 나라든 문화가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고.”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네.”
“일제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네.”
이 이야기를 듣고 누가 봐도 낡아빠진 골동품을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사들였습니다.
이걸 본 사람들은 그런 그를 바보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일제강점기 한 해에 수만점의 문화재가 도굴되어 해외로 팔려 나가던 우리의 암흑기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조선 최고의 재력가 청년 전형필의 문화재 수집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골동품부터 시작해 반 강제적으로 해외로 팔려나갈 문화재를 제시된 금액이 얼마가 됐든 몇 배의 금액으로 사들였습니다.
회화, 도자, 동예, 불상, 전적 등 무수히 많은 문화재를 전 재산을 내어 수집했습니다.
그중 영국인 문화재 수집가에게 유출될 뻔한 고려청자 20여점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청년이 그 어떤 것들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문화재 하나가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책 한권.
바로 훈민정음.
제시된 금액이 문화재의 가치와 맞지 않다며 10배의 금액을 쥐어주며 사들였습니다.
이 청년은 6000억의 상속자로, 조선 최고의 부자인 전형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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