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제적 극우화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10:22:58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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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르는 의도된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여론조사 지표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의도적 선택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8일부터 ‘중도 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집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극우·범죄 정당 영역에 가두고, 보수의 전통적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수고
쳐부수자”

실제로 이 대표는 “오른쪽이 다 비어있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역할도 민주당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면서 “극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들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 성향 의원들도 “비상계엄엔 반대한다”고 전제한 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은근히 두둔해 왔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저엔 이들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국민의힘을 벗어난 일부 보수세력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등 대규모 집회 연단에 서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광화문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수고, 쳐부수자”고 연설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극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극우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작업은 사회과학의 큰 난제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체로 동의하는 큰 틀의 몇몇 유형은 있다. “특정 성향이 주도하는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따라야 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운다”는 공통점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계엄 선포 과정서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해제 과정서 공고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부서 행위도 없었고,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 계엄선포안 작성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포고령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명분도 “전시사변 등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상·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선포해야 한다”는 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활동 금지와 의료인 근무 미복귀 시 처단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과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시도의 위헌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무력 동원은 정치의 영역서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현대 정치에선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족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치력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처럼 각종 절차와 실체적 요건을 버젓이 어긴 친위 쿠데타로는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장검의밤이 있다. 히틀러는 한밤중에 친위대와 경찰 등 무장병력을 이끌고 에른스트 룀과 돌격대를 습격해 숙청했다.

룀은 돌격대란 무력 기반이 있는 당내 경쟁자였다. 룀을 제거한 히틀러는 나치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권력을 굳혔다.

미국·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장
이 중도보수론, 현실 모르는 착각?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하지 않았던 193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했다. 절차를 일체 무시하고 폭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국외서 전개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위헌·위법 논란을 크게 일으킨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한다면, 그 정당은 극우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타고 민주당의 외연을 보수로 확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의 정치적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선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일부 백인들이 주도하는 대안 우파의 맹종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치당이 성장했던 배경이 경제대공황이었던 것처럼, 대안 우파도 세계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여파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대안 우파도 지난 2021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사당서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하원 기준 원내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1980년대부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세를 확장했고, 지난 2002년엔 장 마리 르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연합이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였다. 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이중 국적자들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서 백인이 아닌 선수들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가, 프랑스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우승하면서 망신당했던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슬로건은 “지단이냐, 르펜이냐”이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반이민·반난민을 구호로 내건 극우 정당이다. 강령 중 하나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일 정도로 강경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월 진행된 총선서 총 630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2당이다.

반이민·반난민 관련 주장이 지나치게 강경해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 적발된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도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독일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집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정당으로 키웠다.

오스트리아의 원내 1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창당 과정서부터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히틀러 찬양 등 극우 행각을 일삼았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세를 확장해 지난해 총선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빨아온
자양분

▲양극화된 경제 ▲정치적 올바름 ▲이민과 난민 등 주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서 극우 정당이 정계서 대두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극우 정당의 성장은 각종 위기와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의 부족한 정치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 성장은 반이민·반난민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관성대로 반공주의를 토대로 뭉치고 있고, 그 중심엔 일부 대형 교회가 있다. 광복 전후로 개신교가 흥했던 평안도서 북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월남한 일부 교회의 목소리가 아직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 목소리들을 통합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0대 이하 남성들 사이서 형성되는 극우화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도하는 국내 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국정에 반영해, 젊은 남성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정부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크게 반발하면서 반공주의도 예민하게 의식한다. 이 중 극단적인 일부는 극우화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엄을 환영한다. 간첩들을 모두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탄핵 반대 집회서 연설까지 한 어느 30대 남성 뮤지컬 배우의 정치적 행적은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도 이들을 묶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믿는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선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든다. 

지난 2023년 6월, 당시 도종환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 티베트 자치구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행사에 방문해 축사했고, 그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했던 것도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대선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은 민주당에 적대적인 노년층과 남성 청년층을 결집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40대와 50대를 포위한다는 취지의 전략이었다. 세대포위론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논리로 일부 변형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힘도 친페미니즘·친중 정책을 강하게 구사했단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유명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도입했던 적이 있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을 도입했다.

나름대로
최적 선택

국민의힘 전주혜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변론 근거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젊은 남성들이 “검열 법률”이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발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고, 탄핵소추된 이후엔 워마드 등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남성 비하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 기반과 북한에 대한 관점 등 일부 영역 외에선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포괄 정당이란 사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단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당장 이슈가 된다 싶으면, 깊이 있는 고민과 검토 없이 우후죽순 설익은 정책을 쏟아낸다. 다수당이 되면 힘을 절제하지 못한단 공통점도 있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극우화로 치달은 일부 여론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처럼,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사람의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서 따라오는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이다.

유럽과 미국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극우 세력의 특징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현실의 문제점을 특정 대상의 탓으로 몰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 여론을 자극한다. 이는 고스란히 극우 정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 목사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정치적·사업적 자양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흐름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세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장관은 19.7%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다른 장관들이 국회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혼자서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 제기”라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쉬운 길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

국민의힘의 지지율서도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선호한 의견은 3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약 6.6% 뒤처진 37.6%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는 존중하고, 추세를 한번 살펴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맹목적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역 카르텔의 왕으로 살아남으려면, 당권을 통해 공천받기 위해 노력할 뿐, 대선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 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으로 치달으면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하고 있단 추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쉽게 노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서 확인할 수 있다. 중도층의 반감으로 인해 정권은 잃을 수 있지만 극우의 견고한 지지와 지역의 이권을 유지하면, 당권을 토대로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극우 지지세가 확인되고 있어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안 우파는 이미 낙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은 훌륭한 참고 사례가 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와 좌파의 양면 공세로 인해 총리해임안까지 가결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난 순간 ‘현타’가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로 벌어지는 행동을 보수 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들의 ‘감정’을 돌려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언급하지 못했다.

그들 믿음이
착각인 이유

국민의힘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극우화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야당이 될지라도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 우파가 접수한 미국 공화당처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아닌 척 진행되는 극우화는 훌륭한 참고 사례들로부터 비롯된, 그들 나름대로는 최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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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