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제적 극우화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10:22:58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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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르는 의도된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여론조사 지표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화의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성공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의도적 선택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8일부터 ‘중도 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집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극우·범죄 정당 영역에 가두고, 보수의 전통적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수고
쳐부수자”

실제로 이 대표는 “오른쪽이 다 비어있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 역할도 민주당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면서 “극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들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 성향 의원들도 “비상계엄엔 반대한다”고 전제한 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은근히 두둔해 왔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저엔 이들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국민의힘을 벗어난 일부 보수세력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등 대규모 집회 연단에 서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광화문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며 “모두 때려 부수고, 쳐부수자”고 연설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향을 극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극우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작업은 사회과학의 큰 난제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체로 동의하는 큰 틀의 몇몇 유형은 있다. “특정 성향이 주도하는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따라야 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운다”는 공통점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계엄 선포 과정서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해제 과정서 공고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부서 행위도 없었고,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다. 계엄선포안 작성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포고령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명분도 “전시사변 등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상·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선포해야 한다”는 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활동 금지와 의료인 근무 미복귀 시 처단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과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시도의 위헌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무력 동원은 정치의 영역서 마지막 극약 처방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현대 정치에선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족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치력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처럼 각종 절차와 실체적 요건을 버젓이 어긴 친위 쿠데타로는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일으켰던 장검의밤이 있다. 히틀러는 한밤중에 친위대와 경찰 등 무장병력을 이끌고 에른스트 룀과 돌격대를 습격해 숙청했다.


룀은 돌격대란 무력 기반이 있는 당내 경쟁자였다. 룀을 제거한 히틀러는 나치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권력을 굳혔다.

미국·유럽 극우 정당 세력 확장
이 중도보수론, 현실 모르는 착각?

절차적 민주주의가 굳건하지 않았던 193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했다. 절차를 일체 무시하고 폭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국외서 전개되면, 그게 바로 전쟁이다.

위헌·위법 논란을 크게 일으킨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한다면, 그 정당은 극우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타고 민주당의 외연을 보수로 확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실의 정치적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선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일부 백인들이 주도하는 대안 우파의 맹종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치당이 성장했던 배경이 경제대공황이었던 것처럼, 대안 우파도 세계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여파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대안 우파도 지난 2021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사당서 폭동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하원 기준 원내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1980년대부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 세를 확장했고, 지난 2002년엔 장 마리 르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연합이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였다. 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이중 국적자들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서 백인이 아닌 선수들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가, 프랑스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우승하면서 망신당했던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슬로건은 “지단이냐, 르펜이냐”이기도 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반이민·반난민을 구호로 내건 극우 정당이다. 강령 중 하나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일 정도로 강경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월 진행된 총선서 총 630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2당이다.

반이민·반난민 관련 주장이 지나치게 강경해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 적발된 쿠데타 모의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도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독일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집권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정당으로 키웠다.

오스트리아의 원내 1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창당 과정서부터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히틀러 찬양 등 극우 행각을 일삼았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세를 확장해 지난해 총선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빨아온
자양분

▲양극화된 경제 ▲정치적 올바름 ▲이민과 난민 등 주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서 극우 정당이 정계서 대두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극우 정당의 성장은 각종 위기와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의 부족한 정치력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 성장은 반이민·반난민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은 기존 관성대로 반공주의를 토대로 뭉치고 있고, 그 중심엔 일부 대형 교회가 있다. 광복 전후로 개신교가 흥했던 평안도서 북한 정권의 탄압 때문에 월남한 일부 교회의 목소리가 아직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 목소리들을 통합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0대 이하 남성들 사이서 형성되는 극우화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주도하는 국내 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국정에 반영해, 젊은 남성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정부와 민주당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크게 반발하면서 반공주의도 예민하게 의식한다. 이 중 극단적인 일부는 극우화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엄을 환영한다. 간첩들을 모두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탄핵 반대 집회서 연설까지 한 어느 30대 남성 뮤지컬 배우의 정치적 행적은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도 이들을 묶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믿는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선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연설을 한 것을 든다. 

지난 2023년 6월, 당시 도종환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 티베트 자치구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행사에 방문해 축사했고, 그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했던 것도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대선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은 민주당에 적대적인 노년층과 남성 청년층을 결집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40대와 50대를 포위한다는 취지의 전략이었다. 세대포위론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떠난 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는 논리로 일부 변형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힘도 친페미니즘·친중 정책을 강하게 구사했단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유명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도입했던 적이 있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을 도입했다.

나름대로
최적 선택

국민의힘 전주혜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변론 근거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젊은 남성들이 “검열 법률”이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발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고, 탄핵소추된 이후엔 워마드 등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남성 비하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 기반과 북한에 대한 관점 등 일부 영역 외에선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포괄 정당이란 사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단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당장 이슈가 된다 싶으면, 깊이 있는 고민과 검토 없이 우후죽순 설익은 정책을 쏟아낸다. 다수당이 되면 힘을 절제하지 못한단 공통점도 있다.

이런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극우화로 치달은 일부 여론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처럼,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사람의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이나 금융 분야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서 따라오는 정신적 고통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이다.

유럽과 미국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극우 세력의 특징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현실의 문제점을 특정 대상의 탓으로 몰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 여론을 자극한다. 이는 고스란히 극우 정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전 목사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정치적·사업적 자양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흐름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세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장관은 19.7%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다른 장관들이 국회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혼자서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 제기”라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쉬운 길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

국민의힘의 지지율서도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선호한 의견은 3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약 6.6% 뒤처진 37.6%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되는 여론조사 수치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는 존중하고, 추세를 한번 살펴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맹목적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 덕분에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역 카르텔의 왕으로 살아남으려면, 당권을 통해 공천받기 위해 노력할 뿐, 대선엔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 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으로 치달으면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하고 있단 추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쉽게 노선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서 확인할 수 있다. 중도층의 반감으로 인해 정권은 잃을 수 있지만 극우의 견고한 지지와 지역의 이권을 유지하면, 당권을 토대로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극우 지지세가 확인되고 있어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안 우파는 이미 낙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줬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은 훌륭한 참고 사례가 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극우와 좌파의 양면 공세로 인해 총리해임안까지 가결되는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난 순간 ‘현타’가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로 벌어지는 행동을 보수 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들의 ‘감정’을 돌려세울 수 있는 방법은 언급하지 못했다.

그들 믿음이
착각인 이유

국민의힘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극우화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야당이 될지라도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 우파가 접수한 미국 공화당처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아닌 척 진행되는 극우화는 훌륭한 참고 사례들로부터 비롯된, 그들 나름대로는 최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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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