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상으로 몰린 소금상 풀스토리

선뜻 화물 받았다가 징역 10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섣부른 선의가 한순간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사업을 도와줬던 지인의 짐을 맡아주겠다고 했다가 마약 밀수업자로 몰려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정황도, 마약인 점을 인지하지 못한 정황도 있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평범하게 살던 A씨가 한순간에 마약 밀수업자가 됐다. 호형호제하던 지인들은 A씨의 진술을 모두 부인하거나 위증했고 수사기관과 재판부도 A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요시사>는 A씨의 재판 과정서 이상한 점을 짚어봤다.

파키스탄
다녀온 후

지난 2023년 7월 인천지방검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향정이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19일 멕시코서 미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던 중 필로폰 2827.34㎏을 몰래 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그는 풍선 속에 숨긴 필로폰을 국제 특송 화물로 인천공항에 들여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검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인의 물건을 맡아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은 A씨가 소금 사업을 위해 파키스탄에 간 일부터 시작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2월경 지인인 B씨로부터 암염(핑크솔트)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B씨와 그의 지인인 C씨와 함께 파키스탄을 방문하게 된다.

A씨는 파키스탄서 싸쿠라는 가이드를 만나게 된다. 싸쿠는 A씨 일행에게 암염 사업지를 비롯한 현지 사정 등을 친절하게 안내했으며 A씨는 이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암염 사업은 실패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한 무역업체 취업 후 평범하게 살던 A씨는 B씨로부터 수원서 만나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 2022년 9월3일 B씨와 C씨와 만났다. 이 자리서 C씨는 갑자기 “싸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싸쿠가 10월에 한국에 가려고 하는데 짐이 많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으며 아이들이 먹을 사탕과 초콜릿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신(C씨)은 그때 한국에 있지 않고 아이들도 없어서 거절했다.

이틀 후 A씨는 한 통의 영어로된 이메일을 받게 된다. 해당 이메일을 번역한 결과 싸쿠가 짐을 미리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만남서 C씨가 말한 바와 일치한 것이다. A씨는 싸쿠의 친절에 보답하는 차원서, 이틀 전 수원 회동 때 전해 들은 내용과 일치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안부와 함께 주소를 알려 주는 답신을 보냈다.

집으로 온 사탕과 초콜릿
그 안에 필로폰 넣어 발송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A씨가 받은 이메일은 싸쿠로부터 온 것이 아닌 신원 불명자로부터 온 것인데, B씨가 번역해준 대로 싸쿠가 보낸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원 불명자가 A씨 주소를 수신처로 사탕과 초콜릿과 함께 풍선 안에 필로폰을 넣어 발송했다.

멕시코서 출발한 화물은 미국을 경유하는 과정서 발각돼 압수됐으며, 이 사실이 한국 당국에 통보됐다. 한국 당국은 함정수사를 위해 압수 물품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해외 탁송업체를 통해 수신인인 A씨에게 화물이 온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 2023년 1월10일 해외 탁송업체는 A씨에게 물품 설명과 용도를 기재해 개인통관 고유부호와 운송장 번호를 제목으로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같은 날 A씨는 물품이 초코릿과 사탕이라고 회신했다.

이틀 후인 2023년 1월12일 A씨는 앞서의 신원 불명자로부터 두 번째 이메일을 받아 B씨에게 번역을 의뢰했다. B씨는 “자기(싸쿠)의 한국행이 연기되니 물품만 수령해 보관해달라”는 내용이라고 번역해 주면서 “그냥 내버려 둬”라고 해서 답신은 하지 않았다.

그후 A씨는 해외 탁송업체 직원과 관세에 관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A씨는 이에 이메일로 싸쿠에게 세금을 대납하고 나중에 청구해야 하므로 금액부터 알려달라고 했다. 이후 A씨는 14일 동안 물건이 배달되지 않았고, B씨를 통해 싸쿠에게 물건 도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상황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2월6일 A씨는 배송 기사로 위장한 인천지검 수사관으로부터 화물을 전달받다가 긴급 체포된 후 구속 기소됐다.

“이용만
당했는데…”

1심 재판부는 A씨가 계획적으로 마약을 수입하려 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수입 범행은 마약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A씨가 수입하려고 했던 필로폰은 그 무게가 약 2.8kg에 달하는 대량으로서, 이는 1회 투약분 약 0.05g 기준 5만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하므로 만약 위 필로폰이 계획대로 국내에 반입돼 유통됐다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편 A씨는 이 사건 필로폰 수입 범행을 계획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공범과 짜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거를 조작했고, 범행이 발각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화물의 배송 조회를 한 이유, 이 사건 화물의 내용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이유 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A씨의 주장에는 여러 군데에 불일치, 모순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이 사건 수사 및 재판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및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한 A씨의 태도 등에 비춰볼 때, 비록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이전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필로폰은 모두 압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과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하고 마약 밀수범의 최대 형량을 넘어서는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마약류 수출입·제조 사범의 기본 형량은 최소 10월에서 최대 7년이다. 여기에 영리 목적 등의 의도가 더해진다면 최대 형량은 11년까지 늘어난다.


이에 A씨는 ▲화물이 필로폰인 사실을 몰랐던 점 ▲싸쿠를 사칭한 인물로부터 기망을 당해 필로폰이 담긴 화물의 수령인으로 이용당했을 가능성 ▲화물에 담긴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충분한 증명 없이 가중처벌된 점 등을 들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으며 범죄 전력도 없고 경제적 이익도 없고 이용만 당한 상황에 징역 10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필로폰 밀수 범행은 그 성질상 밀행성을 수반하고, 이 사건의 경우 허위 이메일의 외관을 작출하면서 적발 시 빠져나갈 방법까지 마련하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A씨가 두 번째 이메일을 수령하기 이전에 이미 화물의 내용물을 알고 있었던 것을 보아, A씨가 실제 마약 상선과 따로 연락하면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중한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마약 밀수 범행을 감행한 이유로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A씨가 미리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3월 A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서도 상고가 기각돼 결국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대금 결제
유통 없어

A씨의 형량은 확정됐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A씨가 마약을 샀다면 마약 대금은 어떻게 결제했는지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어떻게 유통하려 했는지 ▲A씨가 마약 상선과 계속 연락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공범과 증거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면 공범은 누구인지 등이다.


필로폰 2827g은 A씨가 검거됐을 당시 도매 가격으로 2억원에 달하며 소매 가격으로는 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도, 재판 과정서도 마약 대금 결제를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방법을 조사하지 않았으니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 역시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검찰과 재판부가 집중한 쟁점은 ▲화물에 무엇이 올지(사탕과 초콜릿) A씨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점 ▲A씨가 화물이 언제 오는지 계속 확인했다는 점 ▲사쿠가 A씨한테 보낸 이메일이 영어 문법과 맞지 않아 한국인이 번역기를 통해 보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서 A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는 점 등이다.

멕시코 출발, 미국 경유 과정서 발각
압수 사실 한국에 통보…바로 체포

A씨처럼 마약을 택배로 받았다가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례는 많다. 하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택배 수취인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것이 드러나거나 마약을 투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유학생 D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대전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4월 초 베트남에 있는 E씨와 공모해 1330여만원 상당의 케타민 205g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E씨는 케타민을 비닐팩 20개로 소분해 라면 봉지 속에 넣어 과자, 국수 등과 종이상자에 담아 식품 배송인 것처럼 꾸민 국제 택배를 D씨에게 보냈고, D씨는 이 국제택배가 베트남서부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운송 경로를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같은 달 4일에는 대전 동구 거주지 옥상서 F씨에게 15만원을 받고 신종 마약 9ml를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다른 신종마약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중 한 피의자의 수사 협조를 받아 판매자 D씨와 현금 거래를 성사했고, 거래를 하기 위해 옥상에 나타난 D씨를 긴급체포한 뒤 현금 15만원과 D씨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또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정영하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G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G씨는 올해 초 태국에 사는 공범과 동남아서 유통되는 합성 마약류인 ‘야바’를 팔기로 공모, 태국서 시가 1억1769만원 상당의 야바 5898정을 건강보조제 용기에 숨겨 국제 우편물로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 양식장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 2차례에 걸쳐 들여온 야바 중 일부인 20정을 60만원에 팔고, 판매 목적으로 1235만원 상당의 야바 247정을 소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H씨는 다른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G씨를 통해 야바를 구입하거나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G씨는 한국에 체류하다가 강제 출국된 태국인 공범과 공모해 현지산 야바를 국제우편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전남의 한 숙박업소까지 배송되게끔 수취지로 기재하고, 직접 받았다.

해당 사건과 A씨 사건의 차이점은 마약을 유통하고 마약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A씨의 사건에서 명확한 것은 화물에 A씨의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는 것뿐이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A씨의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서의 주요 쟁점은 필로폰 밀수를 계획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A씨가 수사기관과 재판서 말이 달라지는 것과 증인 진술과 A씨의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필로폰 2.8kg을 혼자서 유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범에 대한 조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며 “조사 과정서 A씨의 집, 차량, 회사 근처 숙식을 하던 친척집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는 반면, 진술 초기부터 등장한 B씨와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대질심문만 진행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재심 신청
결과는?

A씨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 현재 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재심이란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의해 확정 판결이 있은 사건에 대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등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확정 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결정적 증거로 다시 재판해 재판의 취소나 변경 등을 요구하는 신청으로서 비상의 불복신청을 말한다.

A씨는 재심 사유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7항에 나와있는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 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를 꼽는다. A씨는 A씨의 진술을 허위로 판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B씨의 진술이 위증이라고 말한다. A씨는 B씨를 위증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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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