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④말바우시장 팥죽

마음을 녹이는 달콤한 맛과 정

새해의 활기를 채울 수 있는 여행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떠오르는 일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 새벽 어스름을 거두며 이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곳,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곳, 먹고 사는 삶터의 풍경을 직관할 수 있는 곳, 언제든지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 전통시장이 어떨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전국의 전통시장 중 서민의 향수가 진하게 전해지는 광주광역시의 말바우시장을 추천한다.

말바우시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전통시장이다. 1960년대 무렵, 북구 풍향동 서방시장(당시 광산군 서방면)의 노점상들이 점점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우산동으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손님들은 인근의 담양, 곡성, 화순 등지의 주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과 장흥, 신안, 목포 등지의 주민들이 채취한 해·수산물을 사고 팔기 위해 찾아온다.

말바우시장이라는 독특한 지명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구전된다. 첫 번째는 임진왜란 시기에 활약한 광주 출신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등산에서 출발한 천리마를 타고 도착한 곳이라는 설이다. 말이 어찌나 힘차게 발굽을 내디뎠던지 바위가 말발굽 모양으로 패였다고 해서 말바위(말바우)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도시개발로 우산동이 확장되기 이전에 시장 자리에 말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는 설이다.

지명의 유래

말바우시장에는 무려 5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 오랜 맛집들이 숨어있어 식도락 여행을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그중 가장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전라도식 국밥과 더불어 팥죽이다. 말바우시장에는 현재 3개의 팥죽 전문점이 있으며 모두 운영한 지 20년이 족히 넘을 만큼 내공을 자랑한다.

말바우시장에 팥죽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은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먼저 정성주·공남 부부가 운영하는 ‘매○팥죽’은 말바우시장서 가장 먼저 생긴 팥죽집이다. 본래 말바우시장서 유리 가게에 이어 가방 가게를 운영했는데 손수레를 끌고 시장 할머니들을 상대로 팥죽을 팔던 어느 상인을 본 아내 공남씨가 아이디어를 얻어 본격적으로 팥죽 전문점을 열게 됐다.


고인섭·구순덕 부부가 운영하는 ‘옛○팥죽’은 분식점과 호프 등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도전하겠다며 100만원으로 차린 가게가 지금의 팥죽집이라고 한다. ‘미○팥죽’은 김춘이씨가 2004년부터 시작한 팥죽집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팥죽 전문점답게 이들이 모두 내세우는 메뉴는 ‘팥죽’과 ‘동지죽’이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곳
전통시장의 매력, 광주 말바우시장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몰캉몰캉한 새알심이 들어 있다. 전부 맛과 정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팥죽을 먹으러 일부러 말바우시장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매일 새벽 맨손으로 팥을 씻어 불리고, 불린 팥을 솥에 넣어 팔팔 끓이고,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빚거나 칼국수면을 반죽해 뽑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고단하지 않다.

손맛이 다르기에 팥죽 맛도 모두 다르다. 맛집 순례하듯 가게를 돌아보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팥죽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끼에 5000원이면 대접 한가득 푸짐한 팥죽을 맛볼 수 있다니 요즘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인심이다.

말바우시장은 매달 2, 4, 7, 9일로 끝나는 날이면 정기적으로 시장이 서는데 팥죽집은 장날이 아니어도 매일 문을 연다. 마치 배가 고프고 정이 그리울 때마다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푸근한 고향집 같다.

광주광역시 북구 민주로(운정동)에 자리한 국립5·18민주묘지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1997년 5월 조성한 국립묘지다.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맞서 5월18~27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희생된 광주 시민과 학생 투사가 영면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는 크게 민주광장, 참배광장, 역사광장, 5·18추모관으로 나뉘며 높이 40m의 석조탑인 5·18민중항쟁추모탑은 오월 영령이 새 생명으로 부활하기를 염원하며 건축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호남지역의 첫 번째 박물관이자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지은 최초의 지역 국립박물관이다. 1976년 수중 발굴한 신안 해저 문화유산을 비롯해 광주와 호남 지역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자 1978년 12월6일 개관했다.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과 2층 역사문화실을 통해 선사시대의 유물서 고려와 조선시대의 청자와 백자, 아시아의 도자기를 전시한다.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광역시가 운영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문을 연 국내 최초 공립미술관이다. 1992년 8월1일 개관해 1995년 창설한 광주비엔날레의 초석을 닦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총 6개 전시실을 중심으로 어린이미술관, 야외공연장, 문화센터, 도서자료실, 세미나실, 카페를 갖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말바우시장→국립광주박물관→광주시립미술관→국립5·18민주묘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말바우시장→광주솔로몬로파크→국립5·18민주묘지
-둘째 날 국립광주박물관→광주시립미술관→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관광 https://bukgu.gwangju.kr/culture
-말바우시장 https://malbawoomarket.modoo.at
-국립광주박물관 https://gwangju.museum.go.kr
-광주시립미술관 https://artmuse.gwangju.go.kr/
-국립5·18민주묘지 www.mpva.go.kr/518/index.do

문의 전화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관광 062)410-8000
-말바우시장 062)262-4082
-국립광주박물관 062)570-7000
-광주시립미술관 062)613-7100
-국립5·18민주묘지 062)268-5189

운영 정보
-국립광주박물관 운영시간: 10:00~18: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4·11월 첫 번째 월요일 요금: 무료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시간: 10:00~18: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전시 작품 교체 등에 따른 임시 휴관일 별도 공지 요금: 무료(전시별 상이)
-국립5·18민주묘지 운영시간: 09:00~18:00(어린이체험학습관 09:00~17: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광주행이 10~30분 간격으로 운행(01:00~02:00, 05:30~24:00), 약 3시간20분 소요.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분 이동, 농어촌2-1·농어촌2-2·송암47·일곡38·문흥39·518 버스 이용, 말바우시장 정류장서 하차, 말바우시장까지 도보 약 4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 02)6282-0114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main.do

-기차 서울-광주, 서울역·용산역서 광주송정역·광주역까지 10~30분 간격으로 운행(05:08~22:23), 약 2시간 소요. 광주역 정류장·광주역육교 정류장까지 도보 약 4분 이동, 농어촌2-1·농어촌2-2·농어촌322·농어촌322-1·송암47·두암81·금남55·518 버스 이용, 말바우시장 정류장서 하차, 말바우시장까지 도보 약 4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JC→남천안IC→논산천안고속도로→논산JC→호남고속도로→말바우시장

숙박 정보
-호텔 더스팟: 북구 앰코로 32(오룡동), 062)971-1362, www.hotelthespot.com
-두바이호텔: 서구 상무번영로 47(치평동), 062)373-0700, http://dubaihotel.kr
-다솜채 한옥스테이: 광산구 내상로51번길 27(송정동), 070-8831-7700, www.dasomchae.net

식당 정보
-매일팥죽(팥죽·동지죽): 북구 동문대로85번길 49, 062)269-9665
-옛날팥죽(팥죽·동지죽): 광주 북구 동문대로 93, 062)267-9005
-미성팥죽(팥죽·동지죽·바지락칼국수·수제비): 북구 동문대로 83-1, 062)266-8187

주변 볼거리
무등산, 광주호호수생태원, 광주역사민속박물관, 솔로몬로파크, 충민사, 원효사(광주), 풍암정, 환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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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