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어설픈 양다리 작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25 15:03:12
  • 호수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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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에 치명적 모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말로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마음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한다. 이질적인 집단의 지지를 모두 얻으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과연 누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서울시·서울연구원이 주최하고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주관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가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지방정부에 예산·인력·규제·교육·고용·이민 등 권한을 이양해 중앙집권적 국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을 5개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눠,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경제 중심지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5대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A지만, B다”
국힘 유행어

이날 토론회엔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 48명이 참석했다. 김기현 의원·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과 김상욱·김예지·김건 의원 등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오 시장의 지지자들도 다수 참석해 환호했다.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문 대행이 고등학교 동문 카페에 게재된 미성년자 음란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작한 사진이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서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당이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90여명은 문 대행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단지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음란 수괴 문형배’ 등 피켓을 들고, ‘문형배 사형’ 등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8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헌법기관 및 국가기밀 취급 기관에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고, 이미 임용된 외국인·복수 국적 공무원에 대한 보안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의 국가공무원법 및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엔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공무원 임용 시 대한민국 국적 보유 필수 명시’ ‘외국 국적자 및 복수 국적자인 공무원에 대한 국가보안 심사 및 재임용 심사 제도 도입’ 등 내용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선 “중국 개입설을 토대로 한 부정선거론을 헌재와 연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서 ‘조기 대선’이란 말은 금기어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진행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를 가정한 조기 대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겉으로는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론 윤 대통령을 두둔해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오 시장 등 중도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대선주자를 사실상 관리하는 ‘양다리 작전’으로 대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K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2.3%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5.1% ▲오세훈 서울시장 9.6%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8.8% ▲홍준표 대구시장 7.0%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4.9%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3.6%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2.6%를 기록했다.

이재명 유죄로 중도 낙마 구상?
윤 대통령 하야로 필승 재집권?

다만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 이 대표를 추월하는 수치를 기록한 주자들은 없었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되는 상황서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이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당내 비토 세력의 지지 비중이 크다. 홍 시장과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다. 국민의힘으로선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의 대결로 흥행몰이 해서 보수와 중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이 대표에게 대적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적잖은 불씨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은 집토끼 단속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 모순과 엇박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권당이자 원내 제2당이 폭동을 공공연하게 옹호할 순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불법·폭력 행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야당 대표에게도 똑같은 사법적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등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A지만 B다”라는 논리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논조다. 이들 주요 구성원들은 정국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이란 단서를 달고 나서 견해를 밝힌다.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비상계엄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난 15일엔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유발자’ 역할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헌재와 민주당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과도한 조치”라면서도 헌재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제가 비상계엄 해제 표결 현장에 있었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말은 세간의 비판과 중도층의 시선을 의식하는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A지만, B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A와 B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일이지만, 상대방이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고치진 않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야설에
날 선 반응

권 비대위원장은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A지만 B다”라는 발언 구조를 이어나갔다. 그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관위가 나서서 객관적인 검토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어떨지 생각해봤다”며 애매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씨에 대해선 “큰 영향력을 가진 분이 그렇게 전향하신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감사하다”는 등 ‘본심’을 드러냈다. 전씨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서 활동했던 것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은 당 안팎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그 많은 “A지만 B다”를 모두 모아 요약하면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탄핵 기각 시 윤 대통령은 이론상으론 직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현재 윤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구속 피고인은 원칙상 2개월 동안 수감되지만, 심급별로 2회에 걸친 연장을 할 수 있으므로 심급당 최장 6개월까지 수감이 가능하다. 피고인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은 통상적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서울구치소서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서울구치소서 국빈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각종 행사에도 한 발짝도 갈 수 없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해답으로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에 집중력을 투입한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시당도 부산 전체에 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설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이재명은 안 된다’는 강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그림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항소심서 사실상 낙마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1심서 징역 1년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서도 이 형량이 유지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항소심이 빨리 진행돼 집행유예 선고를 유지하고 상고심도 빠르게 진행돼 확정하면, 국민의힘은 더 수월한 상태서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당 차원서 재판을 통한 이 대표의 조기 낙마를 노리고 있다.

그림은
크지만…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2일엔 항소심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엔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을 비난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또다시 제출했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일각에선 ‘윤 대통령 하야설’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변론기일서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지금처럼 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14일 YTN 라디오 <이익선·최수영의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이재명 재판만으로 여론을 크게 흔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진짜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하야가 선거판을 크게 흔들 수 있다”며 “동정 여론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반이재명 진영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그 근거로 “인기와 아쉬움이 있을 때 하야를 선언하는 것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서도 불구속 재판 가능성이 커지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물론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채널A와의 인터뷰서 “하야를 운운하는 건 탄핵 공작하는 이들의 사악한 상상력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도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직접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승만의 길을 가건, 박근혜의 길을 가건, 국민 관심 밖이며, 그 선택은 이미 늦었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국의 집권당이자 보수 대표 정당이란 점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책임 있는 유력 정당은 재집권 명분을 청사진 제시를 통해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의 정치철학과 정책이 얼마나 빈곤한지 드러내고, 이 대표의 맞상대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대선주자가 부재한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자폭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각 당의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은 이질적인데, 이는 민주당도 경험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중도층 공략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허용 ▲상속세 완화 등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강성+중도’ 두 마리 다 놓칠라
이질적 집단 아우를 정치력 부재

그러자 노동계가 민주당에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우향우 깜빡이를 켰으면 계속 우측으로 달려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요란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지지 정당을 압박한다. 반대로 중도층은 조용하다. 양당으로부터 각각 실리를 얻길 바라면서, 그때그때 양당을 선택한다. 조용하므로 반응은 선거서만 확인할 수 있어, 경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파악하기 어렵다고 무시할 수 있는 비중도 아니다.

양당은 각각 30~40%의 지지를 얻고 있고, 무당파는 20~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딜레마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강성 지지자든 중도층이든, 선거에선 각각 1표씩밖에 행사할 수 없다. 강성 지지자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중도층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호감을 얻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은 강성 지지자들에 의존하는 정치로는 정당과 정치인의 지휘력·통솔력을 확인할 수 없다. 이질적인 두 집단을 모두 묶을 수 있는 지휘력·통솔력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이다.

이는 현대 정치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DJP연합과 국민신당 이인제 당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한 흐름을 타고 약 39만표 차이로 신한국당 이회창 당시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다.

이회창 후보는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을 통합하는 데 실패해 이인제 후보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이 후보는 5년 후 제16대 대선에 다시 출마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재차 낙선했다. “개혁 성향의 영남권 대선후보를 선택해 영남권 표심 일부를 이탈시키고, 호남이 전력으로 지원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대전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엔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주자를 가리지 않고,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A지만 B다”라는 어설픈 모순 발언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양쪽의 반발만 살 뿐,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림만 클 뿐, 치명적인 모순이 될 수도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두둔한다. 중도층은 양당 모두를 객관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모순에 민감하다. 모순이 큰 정치인일수록 지지하길 꺼린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일컬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유행했던 이유도, 두 사람 모두 사적 행보와 공적 언행의 불일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어설프면서
솔깃한 이유

국민의힘은 배출하는 대통령마다 구치소로 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대통령의 일부 핵심 측근 외엔 지역구를 토대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의원들은 겉으로만 대통령을 두둔할 뿐, 몰락한 대통령을 가차 없이 버리고 자신의 정치 생명에 몰두하는 것을 체화하게 된다.

따라서 중도 성향 대선주자를 옹립했다가 중도 공략 실패로 대선에 패배할 경우, 책임을 그 중도 성향 대선주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특정 인물에게 책임을 몰기는 쉬운 탓이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이 어설프면서도 솔깃할 수도 있는 이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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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