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③단양구경시장 마늘 요리 열전

단양팔경에 마늘 더하기!

‘팔경’은 소셜미디어(SNS)가 활발하기 전에는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를 때는 마법의 해시태그였다고 할까? 단양팔경은 고유명사로 여겨질 만큼 전국의 팔경 가운데 손꼽는다. ‘제2단양팔경’까지 있는 걸 보면 단양의 자부심을 알 만하다.

단양은 여기에 더해 ‘구경’이 있다. 단양구경시장은 단양 8경에 더한 1경이라 해 구경이다. 시장 구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약 120개 매장이 모여 이뤄진 상설 재래시장으로 단양전통시장이 전신이다. 충주댐 건설 때 지금의 자리에 옮겨왔다. 요즘 들어서는 ‘먹방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행객이 붐빈다. 단양팔경 못지않게 인기다.

단양 8경+1

단양구경시장의 변신은 지난 2010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서 출발한다. 지역민을 위한 시장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관광객들에게 주목했다. 이때 등장한 게 다른 음식과 어울려 최고의 맛을 뽑아내는 향신료인 마늘이다.

단양팔경은 대부분이 석회암 지질이 빚은 풍경이다. 그 석회 지역의 약산성 토양과 산지마을의 큰 일교차가 단양마늘을 키웠다. 단양마늘은 보통 예닐곱 쪽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육쪽마늘’이라 불린다. 남도마늘에 비해 알은 조금 작은 편이지만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단양구경시장은 달콤하고 알싸한 마늘 양념이 혀끝을 자극해 미감의 천국으로 안내한다. 남한강 변의 단양구경시장 공영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 동쪽 도담문으로 접어들면 생마늘이 보이지 않아도 마늘의 시장임을 실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간판마다 마늘이 접두어처럼 붙어 있다. 마늘순대, 마늘만두, 마늘빵, 마늘갈비 등이다.


시장 안내도 한 장을 사진으로 담고 시장 맛집을 향해 진격한다. 먼저 맛볼 음식은 오늘의 단양구경시장을 만든 일등공신 치킨! 단양구경시장 양념치킨은 고추가 아닌 마늘의 향미가 매력인 흑마늘 닭강정이다. 시장 안에는 원조 흑마늘 닭강정 맛집을 비롯해 여러 곳의 치킨집이 줄을 잇는데, 마늘을 활용한 각자의 개성으로 승부한다.

양념을 흑마늘과 마늘로 구분하거나 맵기 강도를 조절하고 통마늘이나 바삭한 누룽지가 더해져 씹는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마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젊은 간식이 마늘빵이다.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홀린 듯 마늘버터 향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매대 앞 오븐에서 곧장 구워 파니 군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크림치즈 마늘빵, 마늘 크루아상, 바질 마늘빵 등 이 또한 종류와 가게별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그 밖에 흑마늘 반죽으로 빚은 통마늘 모양 흑마늘빵이나 흑마늘이 소금빵을 만난 흑마늘소금빵 등도 새로운 맛의 경험이다.

직접 만든 마늘기름을 사용한 마늘만두, 단양의 선사시대 수양개 유적에 착안한 원시인 콘셉트의 마늘떡갈비 등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구경시장의 간식이다. 마늘만두는 찹쌀피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고 마늘떡갈비는 2층에 동굴을 재현해 흥미를 돋운다.

지역 특산물인 단양마늘을 활용해
관광객들 끌어들이는 단양구경시장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마늘순댓국과 마늘순대가 백종원, 허영만 등 미식의 달인들을 내세워 여행객을 부른다. 순대 안에 마늘이 들어가 향이 좋고 잡내가 없는 게 장점이다. 각자의 식성에 따라 마늘 부각, 마늘 아이스크림 등 덜 알려진 숨은 맛집을 찾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맛보기 수준을 넘어서는 큼지막한 시식 음식 또한 넉넉한 시장 인심을 느끼게 한다. 일부 맛집은 주말에는 줄 서는 건 기본. 그저 위가 하나고 점점 배가 불러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단양 여행의 첫 끼 또는 식후 간식, 숙소로 들어가기 전 ‘야식’으로 종목을 구분해 시장 구경 계획을 짜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가게는 주말에만 문을 열기도 한다.


새롭게 단양팔경을 꼽는다면 1경의 후보로는 단연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언급되지 않을까? 만천하스카이워크는 2017년 개장 후 ‘한국관광100선’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며 충북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만천학봉 위에 세워진 높이 25m의 전망대는 단양 전경을 한눈에 아우른다.

전망대는 정상서 세 갈래의 스카이워크가 있는데 투명 바닥이라 까마득한 발아래가 고스란히 내려다 보인다. 맑은 날에는 사방으로 시야가 막힘없이 열리고 거대한 얼음판으로 변신한 남한강과 소백산 연화봉의 설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햇살이 서쪽으로 넘어가는 오후가 덜 눈부시고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때다.

만천하스카이워크서 바라보던 남한강의 겨울을 곁에 두고 걷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서 곧장 단양강 잔도가 이어진다. 강변 암벽에 기대 자리한 1.12㎞의 잔도는 남한강의 꽁꽁 언 얼음과 갈라짐이 눈에 선명하다. 추위를 못 견뎌 얼어붙은 강물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물결 같다.

그런데도 강의 푸름은 한결같고 거대한 빙판은 여전한 위용을 뽐낸다. 겨울 잔도는 소리 여행도 겸한다. 언 강물이 팽창하며 내는 전자음 같은 ‘얼음 울음’은 겨울이 지나면 들을 수 없는 소리기도 하다.

겨울 실내 여행지로는 팝스월드 단양이 새롭다.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옛 금곡분교 부지에 위치한다. 실내는 옛 교실이던 공간을 웰컴룸, AI아트룸, 센터홀 등으로 꾸몄다.

팝스월드 단양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미디어 월을 이용해 여럿이 춤을 추거나 게임을 하고 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는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컨테이너로 이뤄진 구담별당, 용구별당, 갤러리XR 등은 작품 감상과 포토존 역할을 한다. 야간에는 학교 건물의 외관과 운동장 등을 미디어아트가 물들여 이색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단양구경시장→만천하스카이워크→단양강 잔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단양구경시장→고수동굴→팝스월드 단양
-둘째 날 만천하스카이워크→단양강 잔도→도담삼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단양구경시장 https://www.danyang.go.kr/dy21/77
-단양관광 https://www.danyang.go.kr/tour
-만천하스카이워크 https://www.dytc.or.kr/mancheonha
-팝스월드 단양 https://www.popsworld.net

운영 정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운영시간: 동절기 09:00~17:00, 하절기 09: 00~18:00 (발권은 마감 1시간 전) 휴무: 탑승시설은 매주 화요일 요금: 성인 4000원, 청소년/어린이 3000원, 미취학 아동 무료

-팝스월드 운영시간: 동절기(11~3월) 13:00~22:00(평일), 11:00~22:00(주말/공휴일) 하절기(4~10월) 13:00~22:30(평일), 11 :00~22:30(주말/공휴일) 휴무: 연중무휴 요금: 대인권(만19세 이상) 주간권, 야간권 9000원/소인권(36개월~만18세) 주간권 67 00원, 야간권 7200원


문의 전화
-단양구경시장 043)422-1706
-단양군 관광과 043)420-2906
-만천하스카이워크 043)421-0014~5
-팝스월드 단양 043)421-9990

대중교통
-기차 청량리역-단양역, KTX 6회(05:45~18:54)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단양역앞 정류장서 402, 517, 521, 523, 538, 931번 버스 등 이용 도전2리(구경시장입구) 정류장 하차 150m 이동.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단양버스 043)422-2866

-버스 서울-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9회(07:00∼18:0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85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intercitybus.tmoney.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적성로→단양로→삼봉로→중앙2로→수변로→단양구경시장


숙박 정보
-소노문 단양: 단양읍 삼봉로,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dy
-단촌서원고택: 단성면 북상하리길, 010-7230-5415 http://hanokpension.modoo.at
-단양관광호텔: 단양읍 삼봉로, 043)423-7070 www.danyanghotel.com

식당 정보
-장다리식당(장다리마늘정식): 단양읍 삼봉로, 043)423-3960
-비원쏘가리매운탕(쏘가리매운탕): 단양읍 삼봉로, 043)421-6000
-마늘석갈비막국수(마늘석갈비): 단양읍 단양로, 043)423-7575

주변 볼거리
단양 수양개빛터널, 단양 다누리아쿠아리움, 석문, 온달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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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