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범죄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간접적인 비용을 발생시킨다. 범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은 어쩌면 직접적인 피해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범죄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위험 지역을 피하고, 외출을 삼가고, 심할 경우 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범죄자들의 활동은 마치 전염병과 같아서 이웃을 오가며 옮겨 다닌다. 그래서 특정 장소가 ‘범죄다발지역(Hot Spot)’이 되기도 한다. 범죄다발지역은 거주민의 삶의 질을 현격하게 저하시켜 주변 환경을 피폐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범죄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끌까?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수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죄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 연구한 7가지 주요 범죄 중 강도와 폭력만이 부동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은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는 살인 범죄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며, 살인사건이 10% 줄어들면 이듬해 주택 가격이 0.83% 상승한 것으로 보고됐다.
남미서 보고된 연구에서도 강화된 경찰 활동으로 범죄가 줄면 부동산 자산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인과 강도는 10~25% 감소했고, 집값은 5~10% 올랐으며, 주택거래량은 15% 증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안전하다고 의식한 지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0.57% 상승한 반면, 평균 이하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인식한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1.27% 떨어졌다.
또 아동 성폭력 방지를 위한 특별법인 ‘메간 법(Megan’s Law)’과 관련한 범죄 위험성이 부동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자가 등록된 지역 0.1마일 이내 주택 가격이 평균 4% 하락했다. 이를 두고 콜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주민들이 이주를 통해 지역의 범죄 문제에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범죄와 부동산 가격의 인과적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며, 결과적으로 연구의 결과도 복합적이다. 일단 범죄다발지역보다 안전한 지역 거주를 선호하기 마련이고, 안전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다만 가정에 대해 신중할 것은 범죄가 지역의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즉, 범죄가 부동산 가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돼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택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이고, 구입할 때부터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학군·교통·의료·상권 등과 마찬가지로 범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동산 결정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더 안전한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깨진 창(Broken Windows) 이론’처럼 방기되거나 범죄가 다발하는 지역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