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②북평민속시장 소머리국밥

영동지역 사람들 삶이 담긴 음식

국밥집 출입문 안쪽에 커다란 가마솥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솟구치듯 오른다. 바쁘게 오가던 국밥집 주인이 순식간에 뚝배기 국밥 한 그릇을 말아낸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찐빵이 생각난다는 광고가 있었다. 겨울에 생각나는 음식은 찐빵만이 아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국밥도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찬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날씨, 동해 시내에 오일장이 섰다. 끝자리가 3, 8인 날짜에 열리는 북평민속시장이다. 지붕 덮인 아케이드 형태의 전통시장과 달리 길을 따라 좌판을 깔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몇십년 전, 시장 모습 그대로여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판매하는 물품은 각종 해산물을 중심으로 채소와 반찬, 주전부리 같은 먹거리와 의류, 생필품,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갖췄다.

북평장은 1796년에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북평민속시장 문화광장 무대서 ‘1796’이라는 글씨를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한 달에 6번 장이 열렸고 삼척부사 유한준이 장세를 받았다는 진주지(眞珠誌)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장세를 받았다는 것은 난전으로부터 자릿세를 받았다는 의미이니 실제 장이 시작된 것은 그보다 빨랐을 것이다.

문화광장은 강원도서 유명한 쇠전(우시장)이 열렸던 장소다. 우시장은 2008년 2월 삼척시 미로면에 새롭게 개장하면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국밥 거리로 남았다.


문화광장 인근에는 북○소머리국밥, 오○집, 대○집, 옛○장터국밥, 두○국밥, 두○비국밥집이 나란히 줄을 지어 늘어선 국밥 거리가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국밥집은 1967년에 개업했다. 그 후 1973년에 두 번째로 오래된 국밥집이 문을 열었으며 시장에 다른 국밥집이 생기고 없어지는 동안 이 두 식당은 대를 이어 꾸준하게 자리를 지켰다.

북평민속시장 국밥집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소머리국밥이다. 가까이에 쇠전과 도살장이 있어 고기를 팔고 남은 소머리나 내장 같은 부위를 구하기 쉬웠으니 그것을 이용한 국밥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였는지도 모른다. 소머리국밥의 맛은 식당마다 다르다. 저마다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기 때문이다. 뽀얀 국물을 내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빨간 국물을 내는 식당도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식당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두○비국밥집은 빨간 국물의 국밥을 낸다. 소머리를 삶아 나온 뽀얀 국물이 밋밋하고 느끼한 것 같아 무와 파를 넣고 다진 양념을 올려 국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를 이어 딸이 운영하는 지금도 옛 맛을 지키기 위해 매일 번거로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
야경 명소인 여명빛테마파크도 즐길거리

다음날 사용할 소머리를 받아 기름과 털을 제거하고 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이후 커다란 솥에 넣고 삶는데, 3시간 반쯤 지나면 혓바닥같이 부드러운 부위부터 건져내기 시작해 귀 주변 부위는 4시간 반~5시간까지 삶는다. 곰탕처럼 뽀얀 국물이 완성되면 무와 파를 넣고 푹 끓이면서 소금으로 밑간을 해 국밥을 완성한다.

손님상에 올라갈 때는 다진 양념 한 숟가락도 얹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밥은 빨간 국물이어도 맵지 않은 육개장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대○집의 경우 소머리를 삶아 우려낸 곰탕 같은 뽀얀 국물을 사용한다.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 순수하게 고기 우려낸 국물에 손님의 취향대로 먹을 수 있도록 소금과 새우젓, 다진 양념을 함께 식탁에 올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국물에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는 고소한 맛을 더한다.


쇠전은 꼭두새벽부터 열렸다.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은 거래를 앞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거간꾼과 흥정을 통해 큰돈을 거래해야 하는 사람들이 뱃심을 채우는 방법이기도 했다. 시골서 농사를 짓는 옛날 사람들에게 소는 집안의 재산목록 1호였다.

1980년 무렵만 해도 소 한 마리를 내다 팔면 자식의 국립대학 4년치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었으니 긴장될 만도 하다. 거래가 끝난 후에도 좋은 가격에 소를 팔거나 산 사람들이 거간꾼에게 ‘내가 한잔 살게’ 하면서 국밥집에 들르기도 했다. 구입한 소를 끌고 다시 먼 길을 가야 했기에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소머리국밥은 고기가 귀하던 시절 특별한 날에 고기를 맛보기 위해 먹는 음식이기도 했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묵호 사람들은 장날이면 육고기를 맛보기 위해 북평민속시장을 찾았다. 도계의 탄광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기차를 타고 와서 소머리국밥을 먹고 가기도 했다. 지금도 주민들에게 북평시장의 국밥집은 지인과 어울려 식사하면서 가볍게 술 한잔하고 가는 장소로 인식돼있다.

식당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몰래 밥값을 계산해놓고 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동해 주민은 ‘영동지역 사람들에게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라고 말한다.

묵호 등대와 월소 택지 사이 골짜기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59m 높이로 세워진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동해의 수평선과 묵호 등대, 묵호항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스카이워크서 지상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자이언트 슬라이드와 공중에 매달린 외줄을 자전거로 건너는 스카이 사이클을 타고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전천 뜬다리정원마루는 동해 시내를 가로지르는 전천의 동해선 폐철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길이 265m의 교량이어서 전천과 어우러진 동해 시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귀여운 포토존과 조형물,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벤치 등의 시설이 마련돼있다.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면 더욱 아름다운 공간이 된다.

뜬다리정원마루

여명빛테마파크는 야간 조명시설을 갖춘 추암 촛대바위와 조각공원, 출렁다리 일원을 부르는 명칭이다. 다양한 패턴의 조명을 입은 촛대바위, 색색으로 바뀌는 나무,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다리, 빛을 받아 더욱 예술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조각품이 눈을 즐겁게 한다.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돼있어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야간 산책을 즐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코스1: 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동해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코스2: 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무릉별유천지→여명빛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릉별유천지→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여명빛테마파크
-둘째 날 천곡황금박쥐동굴→동해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해시 문화관광: www.dh.go.kr/tour/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https://www.dh.go.kr/tour/selectTourCntntsWebView.do?key=1620&tourNo=53


운영 정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운영시간: 4~10월 10:00~18:00(17:30 매표 마감), 11~3월 10:00~17:00(16:30 매표 마감) 휴무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요금: 3000원(19~64세), 2000원(7~18세), 1400원(65세 이상), 강원특별자치도 주민 입장료 50% 할인, 자이언트 슬라이드 3000원, 스카이 사이클 1만5000원

문의 전화
-북평민속시장: 033)522-1141(고객지원센터)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070)7799-6955
-전천 뜬다리정원마루: 033)539-8701(동해시청 건설과)
-여명빛테마파크: 033)530-2801(추암관광안내소)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 또는 청량리역서 KTX-이음 열차 이용해 동해역까지 이동. 동해역 정류장서 21-1번, 112번, 162번 시내버스 승차 후 북평농협 정류장서 하차한 뒤 북평민속시장 국밥 거리까지 도보 약 4분 버스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 또는 동서울터미널서 고속버스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까지 이동.

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01번, 111번, 121번, 131번, 132번, 133번, 141번, 151번, 152번, 153번, 154번, 155번, 161번, 162번, 171번, 21-1번, 21-2번, 21-3번, 21-4번, 312번, 313번 버스를 이용해 북평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후 북평민속시장 국밥 거리까지 도보 약 6분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 033)532-3800, 동해시 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https://bus.dh.g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동해 IC 진출 → 동해대로 삼척 방향 우회전 → 효가사거리서 좌회전 → 북평교 지나 갯목길 방면 좌회전 → 동해남부 유치원 지나 구미4길 방면 우회전 → 약 250m 진행 → 북평민속시장 공영 주차장


숙박 정보
-동해보양온천컨벤션호텔: 동해대로 6285, 033)530-0700, www.msgh.kr
-뉴동해관광호텔: 평릉길 1, 033)533-9215, www.hotelnd.com
-어달을담다: 일출로 305, 010-7728-1812, http://dhoceanlove.kr

식당 정보
-두꺼비국밥집: 오일장길 17-1, 033)521-5283
-대성집: 오일장길 19-1, 033)521-5450
-담다: 청운3길 56-1, 033)521-8522

주변 볼거리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 2025년 6월 중, 무릉별유천지, http://dhfesta.or.kr/dhlf/
-묵호 도째비페스타: 2025년 7월 중순, 묵호항 여객터미널광장 및 해랑전망대 일원, http://dhfesta.or.kr/dmdf/,
-동해무릉제: 2025년 9월 중, 동해웰빙스포츠타운, http://dhfesta.or.kr/dmrf/
-무릉별유천지, 천곡황금박쥐동굴, 동해 논골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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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중요 증거인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가 원인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이 상당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12·3 비상계엄을 수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꾸렸으나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검찰만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조본 안팎에서는 검찰과 일부 피의자 간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 내역 처음 제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비화폰 불출대장’과 일부 통화 내역을 제출받았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김 차장이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했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아 왔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1월 중순쯤 국무회의 참석자의 비화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경호처는 공조본의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차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영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 등의 비화폰 불출대장보다 보안 수준이 낮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의 비화폰 불출대장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의 협조 요청 공문에 제출했던 자료라면 경찰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으나, 경찰은 경호처의 방해로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차장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검찰에선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청구 수차례 반려 “성과 독차지 수작” 반발 검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 기각했다. 서부지검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소법 110조 등 예외가 부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특수공무집행방해의 범의(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소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기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던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물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체포영장에는 형소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체포영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이의 신청·체포적부심 신청을 기각하며 영장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 연루자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김 차장 외에도 검찰에는 순순히 진술하거나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이들이 있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많은데,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직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던 비화폰으로 검찰 수뇌부와 접촉했다. 해당 비화폰은 김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하고,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 해제된 날 김 전 장관에 돌려줬지만, 김 전 장관은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비화폰을 경호처에 반납하지 않았다. 공수처 압색 오, 소환 검토 김 전 장관은 이 비화폰으로 ‘검찰 넘버2’격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찰 출석 전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통화를 나눴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비화폰을 반납한 뒤 같은 달 8일 검찰에 출석했다가 긴급 체포됐고, 19일 뒤인 12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이날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차장검사도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차장검사는 “김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있는 곳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서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며 “수사팀서(김 전 장관 출석)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통화해서 설득해보겠다고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있던 공관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곳이어서 형사소송법상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장소인 만큼 자진 출석을 유도했단 취지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 차장의 방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8일,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선호 차관의 승인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무실은 문제없이 압수수색했는데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할 때 난데없이 경호처가 막아섰다. 윤 대통령 관저가 근처에 있었기에 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협의를 거쳐 김 전 장관 공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경찰은 경찰관 1명을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들여보내 압수 대상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박 전 처장과 합의했다. 검에만 순순히… 김 차장은 박 전 처장을 ‘패싱’하고 이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윤 대통령은 김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박 전 처장을 크게 질책했고, 당시 공관촌 안내실서 압수 조서 등을 작성하던 경찰들은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압수수색 절차는 압수 조서를 작성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해야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 주요 간부에게 ‘수사기관·외부인을 한 발자국도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또 경호처 관계자에게서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한 발자국도 공관으로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혐의 등으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세 차례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일부 계엄 연루자들의 협조를 얻는 데 실패한 경찰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노 전 사령관의 외환 혐의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11명을 입건했고, 검찰에 8명을 송치하고, 공수처 등에 18명을 이첩한 상태다. 공수처는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반려 의혹과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검찰은 국회 허위 답변 의혹을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시민단체는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가 검찰의 비상계엄 사태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김용현·김성훈 선택적 협력…사실상 수사기관 쇼핑 자진 출석 전 수뇌부와 통화 ‘플리바게닝’ 약속? 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영장 청구 여부에 허위 답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8일 공수처장실 등 공수처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오 처장과 차정현 부장검사, 수사기획관 등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1월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영장 외 압수수색영장·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했는지’ 질의서를 공수처에 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이 4건이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며 오 처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파견 직원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답변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금요일 압수수색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정치권 영장 관련 의혹은 다 해소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의혹은)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저희가 협조를 안 할 수 없는 내용이기에 당연히(압수수색에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우리에게 (기록을)청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원본을 검찰에 넘겼고 법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 소환 여부와 시점, 검찰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선 “검찰에 물어봐 달라”고 말을 아꼈다. 비상계엄 수사 상황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온 건에 대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전날 고발 내용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돼 현 단계서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주도권 갈등 과열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검찰, 경찰의 수사 권한은 각기 달라 비상계엄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소 등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잡음이 이어졌다. 공수처 출신 한 관계자는 “공수처 내부서 불만이 상당하다. 외부서 봐도 검찰이 ‘어디 덤벼봐라’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진즉에 출범했다면 없었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