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뇌물 선거’ 새마을금고 복마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13 15:13:11
  • 호수 1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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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다고 바꿨는데 말짱 도루묵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서 부정선거 운동 정황이 노출됐다. 입후보 예정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회원 다수에게 현금 등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내세운 혁신 과제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3월5일 치러지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전국 동시선거가 지난달 21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사상 처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지는 데다 첫 직선제 선거인 만큼 눈길을 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예비후보자 접수가 시작됐다. 

혁신 과제
살얼음판

후보자 등록일인 이달 18~19일 이전이라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절차로,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과거 간선제서 만연했던 부정선거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부정선거가 금고의 운영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회원들이 이사장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한 직선제와 선관위 위탁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면서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이사장 직선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곳은 자산규모 2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금고다. 소규모 금고는 기존처럼 대의원들이 모여 간선제로 이사장을 뽑는 게 허용된다.


직접·위탁 선거가 치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선거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법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회원에게 금품 및 향응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은 위탁단체의 임직원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도내 위반 조치 건수는 고발 2건, 수사 의뢰 1건, 경고 1건 등 모두 4건으로 늘었다. 이미 전국 곳곳서 부정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실시해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자”며 혁신을 외친 김인 회장은 시작부터 험난한 길에 접어든 모양새다.

회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부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받는 충북지역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도내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A씨를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20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소속 직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등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탁 직선제 “의도 좋은데···”
간선제 일부 지역 ‘현역 프리미엄’ 우려

충북선관위는 지난 1월부터 이른바 ‘금권선거’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우려되는 선거 과열 예상 금고 6곳을 특별관리금고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특별관리금고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충북선관위 광역조사팀이 현장 방문·상주하는 등 특별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는 “금품 제공자는 강력 조치하고, 제공받은 자에게는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입후보 예정자 및 금고 회원 모두 관행적 금품수수 행위 역시 불법임을 엄중히 인식해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 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에서는 입후보 예정자 매수 행위가 적발됐다. 대구시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입후보 예정자에게 상근이사 자리를 제안하며 출마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모 금고 이사장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는 회원과 대의원 등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모 금고 이사장 C씨가 고발당했다. 부산시선관위는 C씨가 지난해 설 명절 즈음, 회원·대의원 등에게 5만원권 상품권 26장을, 추석 명절 즈음에는 대의원 7명에게 5만원권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C씨는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 5명의 여비 명세서에 대리 서명하고 여비를 수령해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전북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입후보 예정자 D씨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청년회장과 공모해 회원 10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약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청년회장은 이사장 선거 당선을 위해 회원 10여명을 해당 금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기도 했다. 전북선관위는 D씨와 청년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단속 역량 강화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기 남부권 일대서도 회원 약 1만여명에게 각각 현금 9만원가량을 건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작부터
비리 얼룩

이처럼 부정·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수사당국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월21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을 기해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불법 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금품 수수, 허위 사실 유포, 임직원 불법 선거 개입 등을 3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지난 2일 기준 도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열리는 지역 총 51곳(직선제 28곳·간선제 31곳) 가운데 11곳에서 15명만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 이사장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현직 이사장들은 입을 닫고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누가 준비한다느니, 나오느니 하는 소문들조차 안 들리다 보니 많은 이사장이 좌불안석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도 ‘현역 프리미엄’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들보다 선거인에 대한 정보력이 우위에 있는 데다 각종 인맥과 현재 지닌 지위 등 다방면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출마 예정자들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 달 남짓한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은 도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첫 직선제인 데다 그간 낮았던 새마을금고 투표율 특성상 별다른 고민 없이 선거인들이 현역에 대한 관성적인 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역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선거인이 많고 투표율도 지역이나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평소 친분이나 정보력 등의 이유로 현 이사장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선전하리란 보장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역들의
눈치게임

그러면서 “대부분 현 이사장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최대한 늦추거나 본 후보 등록 기간인 18∼19일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지역 금고 86곳의 이사장은 직·간선제로 선출된다. 지난달 30일 광주시·전남도선관위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은 지난달 21일 시작돼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중앙선관위 동시 이사장 선거 통계 시스템 집계 결과 현재 광주지역서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동구 4명, 남구 2명, 북구 1명 등 7명이다. 전남지역은 광양 2명, 보성 1명, 해남 1명, 무안 2명, 영광 2명 등 8명으로 양 지역 모두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초반이라 등록률이 저조했다.

광주와 전남에선 86개 금고(전남 51개·광주 35개)서 이사장을 직·간선제로 뽑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21일 기준 이사장 임기가 남아있는 일부 금고를 제외한 전국 1116개 금고서 진행된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사장 선거와 함께 4월 실시하는 ‘상반기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중점 대책 논의에 나섰다. 도 선관위는 지난달 22일 구·시·군 선관위 사무국·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도 주요업무계획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주요 목표를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선거관리’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기반 공고화’ ‘미래지향적 조직역량 강화’로 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빈틈 없는 선거관리를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완벽한 선거 사무 관리 ▲자유와 공정이 조화되는 준법선거 실현 ▲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조직 쇄신 등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명절 맞물려 금품과 음식 살포
5만원짜리 1구좌 만들어도 투표

또 최근 사회 일각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도내 모든 직원이 각자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해 올 상반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도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더욱 깊이 새겨, 모든 선거를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확고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인 회장의 경영 책임론은 지속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위탁선거를 위해 중앙선관위에 내는 돈이 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규모 단위 금고까지 선거 위탁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중앙선관위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경비로 총 490억원을 산출했다. 이는 단위 금고가 관할 지역 선관위에 위탁선거를 위해 내야 할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각 금고들은 비용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집행한 상태다.

또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 선거를 하는 금고의 경우 선거인당 평균 799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적으로 직선제를 진행할 때 3250원인 것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뛴다. 간선제인 대의원회 방식도 선거인당 7만5330원에서 20만4190원, 총회 선출 방식은 1470원에서 978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1개 금고 평균 부담액은 직선제 5940만원, 대의원회 2450만원, 총회 3305만원이다.

좌불안석
혁신 불똥

새마을금고의 경우 선거권은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도 많다. 금고가 대도시에도 널리 퍼져 있는 특성상 투표율도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균 5만원 수준의 출자금 1좌 이상을 6개월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선거권을 갖기 위한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허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원 전체를 근거로 비용을 정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새마을금고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 슈퍼앱 ‘MG더뱅킹’ 첫날부터 먹통

통합 슈퍼앱 ‘MG더뱅킹’이 개통 첫날부터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새마을금고 경영진이 진땀을 뺐다. 

지난 1월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MG더뱅킹은 기존 간편거래 중심의 ‘MG상상뱅크’와 ‘MG스마트알림’ 앱을 통합한 새마을금고의 슈퍼앱이다.

새마을금고는 앞서 MG더뱅킹의 경쟁력을 은행권 수준으로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앱 출시를 준비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슈퍼앱 경쟁을 펼치며 고객 확보에 힘을 싣는 상황서 새마을금고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슈퍼앱을 구축해 은행권과 나란히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MG더뱅킹이 첫날부터 약점을 드러낸 만큼 기대치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MG더뱅킹은 지난달 13일 앱 출시를 위해 새벽 0~6시 고객 접속을 차단하고 업데이트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앱을 개시한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접속 지연 등 현상이 나타났다. 

김인 회장은 “접속 지연 등의 문제로 회원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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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