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상원 ‘신원식 라인’ 배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불법 계엄’ 사태 핵심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선 실세 행보가 드러났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뒷배로 두고 정보사를 좌지우지한 걸 넘어 신원식 안보실장을 포함한 계엄 반대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사전에 배제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이 믿을 수 있거나 따를 수밖에 없는 인물 위주로 ‘비선 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의 갈등을 자주 언급했다. 사실상 계엄의 걸림돌이라고 본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신 실장과 그의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들을 ‘계엄 플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의 말대로 실제 좌천되거나 이례적으로 자리를 지킨 인물이 적지 않다.

비선 말대로

검찰은 지난해 8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게 내란의 시작점이라고 봤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 실장은 지금의 자리로,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직을 옮겼다. 군과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당시 장관과 실장이 1년도 안 돼 교체된 걸 두고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 공소장서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 세력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반국가 세력을 정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헌법 가치와 헌정 질서를 갖춰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나는 대통령이 끝날 때까지 이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자주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초부터 야권에 대한 불만을 대통령실 참모가 아닌 군 지휘관들에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이하 안가)서 김 전 장관과 신 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함께 식사하면서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비상 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중순 서울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서 여 전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노동계, 언론계, 이런 반국가 세력들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이 있다”며 시국 상황을 얘기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군 사령관 3명은 같은 해 5월 평일 저녁 서울 강남서 함께 식사하면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말하는 계엄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논의했다.

노 조언에 사선서 ‘구사일생’ 문상호
김·신 다투자 “신부터 축출” 주장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군 지휘관들을 또 불러 정치 상황을 언급했다. 지난해 5~6월쯤 삼청동 안가서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과 함께 저녁 식사 중 ‘시국 걱정’을 하면서 “비상 대권이나 비상 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말했고 비슷한 시점에 삼청동 안가서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당시 합참 차장이던 강호필 지상작전사령관과 저녁 식사하면서 시국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서 윤 대통령에게 “이 4명이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들과 논의한 내용을 노 전 사령관과 공유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장성들은 노 전 사령관에게 ‘누가 괜찮겠냐’고 물어봤던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전 수십 차례 점집을 찾아가 군인들의 사진을 제시하며 “누가 배신할 것 같냐”고 물은 내용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과 여러 차례 만났던 무속인 ‘비단 아씨’ 이선진씨는 지난 4일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2차 청문회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노 전 사령관이)배신자 색출을 위한 군인 명단을 제시하면서 점괘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이 명단에 대해)군인이라고 설명해 주셨고 파악해서 오신 상황이었다”며 “뭔가 문제를 만들었을 때 (이 사람들이 나와)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질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주를 보고서 뭔가를 잘 몰라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포털사이트서 찾아 사진을 몇 차례 보여줬다”며 “군인들 마다의 운을 많이 물어봤다”고 했다.


여 “노, 문제” 강조…김 “도움 많이 줬다”
‘신원식 라인’ 11·25 인사 좌천되거나 배제

노 전 사령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들의 사진을 이씨에게 보여줬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따를 수밖에 없거나 김 전 장관과 껄끄러운 인물들이 ‘계엄 멤버’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김 전 장관은 정보사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 및 직권남용 혐의로 신 실장이 인사 조치하려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유임했다. 이 이면에는 노 전 사령관의 조언이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직전 김 전 장관에게 “문상호는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신 실장과 김 전 장관이 다툰 것과 관련해 “신원식은 배제해야 한다. 걸림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도 “노상원이 신원실 실장을 굉장히 싫어했다. 애초 신 실장도 노상원에 대해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해 왔다”며 “여인형도 김 전 장관에게 노상원에 대해 ‘거리를 둬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의 얘기를 들은 김 전 장관은 그에게 “(노 전 사령관을)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많이 도움을 준 후배고, 잘 지내는 게 좋다. 지시가 있다면 따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전 장관은 문 전 사령관에게 “노 전 사령관의 지시가 내 지시”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25일 단행된 군 하반기 장성 인사를 봐도 ‘신원식 라인’으로 통했던 인물은 없다. 결과적으로 당시 유임했던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 등 육군 군단장급 지휘관들이 12·3 불법 계엄 사태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들 모두 김 전 장관과 친분이 깊고 일부는 노 전 사령관과 인연도 있다.

이례적 인사

한 군 소식통은 “정보사 같은 경우 신원식이 데려오려 했던 올드보이가 있다. 실제 환영식을 준비했는데 신 실장이 국방부 장관직서 사실상 잘리면서 당일 취소됐다. 신 실장을 날린 건 노상원”이라며 “계엄에 사실상 반대했고 노 전 사령관과 거리를 두려 한 여인형 같은 경우 ‘충암파’다. 신원신보다는 ‘김용현 라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고 노상원도 여인형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았으나 김 전 장관이 두 사람 사이를 커버해 왔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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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