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①모란민속5일장

닷새마다 돌아오는 먹거리 축제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인 날짜에 열린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가 붐비는데, 마치 먹거리 축제장 초입 같다. 큰길 건너 건물서 내려다보면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장터가 한눈에 펼쳐진다. 넉넉한 시골 장터 인심은 덤이요, 저렴하고 맛있는 먹거리는 온통 별미다.

모란민속5일장은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인물로부터 시작됐다. 김창숙 대령은 월남민들을 데리고 성남 지역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펼쳤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북녘의 모란봉서 ‘모란’이란 이름을 따왔다.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을 목적으로 장을 세웠다가, 하나둘 노점이 확대되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특종 상품시장으로 성장했다.

특종 상품시장

모란민속시장은 1980년대 서울 근교서 거의 유일하게 개설되는 정기 시장이었다. 2018년 총면적 2만2575㎡의 규모로 지금의 자리에 모습을 갖췄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모란민속5일장은 크게 1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화훼, 잡곡, 약초, 생선, 채소, 의류, 신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가까이는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서도 찾아온다. 유념할 것은 한 가지, 배를 비우고 갈 것! 장터 지천이 먹을거리다.

찬바람 불고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니, 뜨거운 것이 당긴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을 돋우고 속을 채워줄 먹거리가 천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반나절은 거뜬히 구경할 거리가 넘치는 모란민속5일장이다.


모란민속5일장이 조선시대부터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장시였던 만큼 기름장사도 있었을 터. 골목 초입부터 사방서 깨 볶는 냄새가 진동하는 백년기름특화거리로 들어선다. 길을 몰라도 고소함을 따라가면 될 정도로 규모가 큰 기름가게 거리로 손꼽힌다.

더욱이 가게 문을 연 지 40년이 넘는 기름집 4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춘천·천안·화성·여주·강진기름집 등 간판만 봐도 전국 팔도 기름집이 모였다. 가판대에는 기름병에 참기름과 들기름이 진열돼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압착기서 샛노란 기름이 줄줄 흘러나온다. 방금 볶은 깨를 막 짜니 신선할 수밖에 없다. 압착기로 기름을 짜내고 난 찌꺼기인 깻묵은 축산농가에 사료로 쓰이도록 싼값에 판다.

모란종합시장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로스팅랩’에선 ‘고소함을 걸어요’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름 종류별 교육과 기름 압착 과정 시연, 기름시장 골목투어, 깨강정 만들기까지 고소함이 가득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단체 또는 개인별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모란민속5일장의 역사와 성장
다양한 먹거리 즐길 거리 가득

체험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체험비는 1만5000원 선이다. 올해 체험 프로그램 운영은 3월부터 시작 예정이지만 단체의 경우 전화로 문의하면 체험 시기 조율이 가능하다.

2번 진출입로서 아이들은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고, 곧 터질 듯 돌아가는 뻥튀기 기계를 바라본다. “뻥이요!” 군밤과 옥수수, 쌀, 서리태 등이 차례로 바구니에 담긴다. 원하는 재료를 맡기면 뭐든 튀겨준다. 겨우내 뜨끈한 방안에 앉아서 먹을 겨울 간식 마련으로 제격이다.

시장 먹거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와 쫀득한 찹쌀도넛이다. 밀가루 반죽이 170℃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기름에 튀기듯 구운 호떡은 둘째가라면 서운하다. 길에서 만드는 음식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맛있을까 싶지만, 오일장서 먹는 음식에는 엄마의 손맛 같은 정이 있다.


품바 공연장 바로 옆 음식부에서는 호박죽, 칼국수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술값만 받고 안주를 무한 리필해주는 포장마차도 있다. 무엇보다 모란민속5일장 최고의 먹거리는 손칼국수다. 기다란 막대로 반죽을 밀고, 숭덩숭덩 써는 조리 과정을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취향껏 넣어 먹으면 걸쭉한 멸칫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혀에 착착 감긴다. 도심에서 열리는 민속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장이자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장터다.

모란민속5일장서 자동차로 4분 거리에 있는 성남종합운동장에서는 2월16일까지 야외 썰매장이 운영된다. 단돈 1000원으로 도심 속 겨울 레포츠를 즐길 절호의 기회다. 썰매장은 각각 5개 레인의 일반용 슬로프와 유아용 슬로프를 갖췄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6회차,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8시까지 7회차로 운영한다. 양호실과 매점, 푸드트럭,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인근 성남중앙공설시장에도 들러보자. 모란시장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재래시장인데, 화재가 발생한 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현대식 건물로 탄생했다. 3~8층을 주차장으로 운영해 장보기가 편하다. 1층에는 채소, 정육, 반찬, 건어물, 분식, 식당, 인테리어 상가가 있고, 2층은 식당, 음료, 잡화, 속옷, 액세서리, 인테리어 상가가 자리한다. 건물은 현대식이지만, 대를 이어 운영하며 단골을 반긴다.

달달한 디저트

성남서 백년기름특화거리, 청계산 음식문화특화거리에 이어 제3호 특화거리로 지정한 백현카페문화거리에선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겨울을 녹일 수 있다. 거리를 관통해 흐르는 수변로 중심으로 이색 카페와 소품 가게가 모여 있는데, 아담한 프로방스풍의 카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골목마다 레스토랑과 개성 있는 옷가게들도 자리 잡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모란민속5일장(4·9일) → 성남종합운동장(썰매장) → 백현카페문화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모란민속5일장(4·9일) → 성남종합운동장(썰매장) → 백현카페문화거리
-둘째 날 판교박물관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 신해철거리 → 성남중앙공설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성남문화관광 https://www.seongnam.go.kr/tour/main.do
-모란민속5일장 https://www.seongnam.go.kr/tour/1002051/11357/contents.do#tab-content1
-성남도시개발공사 체육시설 https://spo.isdc.co.kr/
-성남중앙공설시장 https://snjm1970.modoo.at/
-판교박물관 https://museum.seongnam.go.kr/pangyo/main/index.do
-현대어린이책미술관 www.hmoka.org
-신해철거리 https://cromst.seongnam.go.kr:10005/str eet/street

문의 전화
-성남문화관광 031)729-8602
-모란민속5일장 031)721-9905
-모란종합시장 상인회 협동조합 사무실(로스팅랩 체험 문의) 031)751-4214, 010-7470-7975
-성남종합운동장 눈썰매장 031)725-7179
-성남중앙공설시장 0507)1477-9223
-판교박물관 031)729-1793
-현대어린이책미술관 031)5170-3700

대중교통
지하철 수인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서 약 360m, 도보 1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https://www.seoulmetro.co.kr, 1577-1234, 수인분당선 문의 1544-7769


자가운전
수서IC → 복정교차로서 분당 방면 도시고속도로 → 탄천 IC 오른쪽 고속도로출구(광주, 남한산성 방향)→ 탄천IC서 광주 방면 좌회전 → 광주, 성남시청 방면 오른쪽 방향 → 둔촌대로80번길 방면 우회전 → 모란민속5일장

숙박 정보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판교: 수정구 창업로 18, 031)5178-5099 http://www.ninetreehotels.com/nth5/
-호텔바인: 중원구 산성대로 184, 0507)1403-3350

식당 정보
-굴사냥 모란점(굴찜): 중원구 성남대로1148번길 25, 031)752-9433
-의천각(간짜장): 수정구 산성대로215번길, 031)756-6783
-진미떡볶이(야채밀떡볶이): 수정구 시민로 177, 0507)1409-3420

주변 볼거리
한국잡월드, 성남큐브미술관, 판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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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