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 지하철 요금이 오는 3월부터 1550원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적자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가결산) 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4135억원에 달한다.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는 ▲2020년 2642억원 ▲2021년 2784억원 ▲2022년 3152억원 ▲2023년 3663억원으로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당초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내달 안에 수도권 지하철 요금을 150원 추가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기본요금은 기존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된다.
앞서 서울시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사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2023년 10월7일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8년 만에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 기본요금도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300원(버스 1200원→1500원) 올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고려해 150원씩 두 차례로 나눠 인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서 “2023년에 300원 요금을 인상하려고 했으나, 정부의 절실한 물가 인상 억제 협조 요청에 따라 미뤘던 것이 올해까지 왔다”며 “여러 기관이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3월을 넘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의 현재 요금 현실화율은 55%로,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약 858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공사는 150원의 요금 인상이 이뤄지면 연간 약 1641억원의 추가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금 인상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진화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적자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사 적자의 주범은 1984년 도입된 노인 무임승차 제도기 때문이다. 당시 경로 우대 차원에서 노인 무임승차 혜택이 주어졌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고령층이 되면서 적자 폭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같은 기간 서울 인구 933만1828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9.4%인 181만3648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기준 연령에 대해 ‘70세부터’라고 답변한 서울 시민 비율이 45.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5세 이상 24.0%, 75세 이상 17.7%, 80세 이상 7.8%, 60세 이상 5.4%다.
65세 이상인 기존 노인 기준보다 더 높은 연령을 노인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 만 19세이상 서울시민 11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와 현장 설명조사 병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20~30대가 389명(34%), 40~50대가 407명(35.6%), 60~80대가 348명(30.5%)으로 구성됐다.
이미 대구·대전 등 일부 광역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8년까지 무임승차 연령을 매년 1년씩 상향 조정해 70세까지 늘릴 예정이다. 대전시는 70세 노인부터 도시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도 이달 중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주요 의제로 다룰 인구정책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구정책위서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안이 도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지하철 요금 인상이 공사 재정난 해소에 어느 정도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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