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국민의힘 자충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03 11:45:23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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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민노총 탓하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법원을 습격한 시위대도 두둔하고 있다. 당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을 얻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에 치중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가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교사가 바로 옆에 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오전 3시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서울서부지법에 집결해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저항권을 주장하면서 법원을 공격했다. 이들은 법원 시설 일부를 파괴했고, 경찰과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 중 일부는 차 부장판사를 공격하기 위해 색출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탓, 탓, 탓

이날 공격에 대해선 “제2의 내란”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 구속은 부당하다”면서 법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 민주노총의 폭력 시위를 매번 비판했으면서도, 민주노총이 단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법원 공격에 나선 이들을 두둔하는 극단적인 이율배반을 이어가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폭동 가담자들이 민주노총 조합원이었으면 훈방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시민들의 폭동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시민들이 왜 분노했는지 주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건 당일 “경찰이 시민들을 내동댕이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시민을 막으려 했다”며 경찰을 탓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등 다른 집회서 볼 수 없는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해 충분한 진상규명을 하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방문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분설을 주장했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너무 서둘러 진행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수도권 6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던 지난달 18일 시위대에게 “우리 17명의 젊은이가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이야기했고, 훈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애국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윤 의원은 “시위대를 부추긴 것 아니냐”면서 배후로 추궁당하고 있다.

김민전 의원은 지난달 9일 반공청년단·백골단을 자처하는 일부 청년들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선해 큰 비판을 받았다. 이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당시 기자회견도 함께 언급됐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며, 함께 거병한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곽규택 의원은 지난달 20일 “사전에 대처하지 않은 법원도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들 중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몰락 확정 시 순장조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윤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의원도 자칭 백골단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후 정치 생명이 흔들리는 등 뚜렷한 약점이 있다.

경찰 때문에 시위대 법원 공격?
지지층 결집 치중해 강경 대응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반헌법적 언행을 이어갔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당사로 집결시켜 “고의로 계엄 해제를 방해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이유는 “이 대표에게 권력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윤 의원은 국회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일컬어 “통치행위”라고 두둔했다. 공수처·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엔 30명 이상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저 인근에 집결해 집행을 방해하려고 했고, 헌법재판관 결원 3명 임명 추진도 반대했다.

이런 언행들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정당해산심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폭동 사태 이전 언행만 해도 이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정당해산심판 가능성을 언급하고, 조국혁신당이 추진 의사를 밝히는 선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법원에 대한 공격까지 두둔하는 정황은 정당해산 사유로 직결될 수도 있다. 헌재는 지난 2015년 내란음모만을 사실로 인정하고도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입법부를 공격하고, 강경 지지자들이 사법부를 공격한 상황을 두둔한다면, 삼권분립 존중 등 헌법수호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 및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과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기도 한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에 들어오는 경찰관에 대한 체포를 요구했다. 지난달 2일엔 시민들에게 경찰기동대 현행범 체포를 요구했다.

전 목사는 지난달 19일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등 폭동을 선동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전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꾸준히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달 5일엔 전 목사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 “너무나도 존귀하신 전광훈 목사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나라를 지키는 데 가장 선봉에 선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설마 우릴 해산한다고?”
재집권 꿈꾸고 자신감

윤 의원을 매개로 국민의힘과 전 목사는 함께 묶이고 있다. 이들이 선동 발언을 이어가 강성 지지자들을 계속 격동할 경우,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할 때 대규모 폭력 시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 직후에도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일으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약 한 달 간격으로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입법부를 공격했고, 지지자들은 무리 지어 사법부를 공격했다.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조직적인 두둔 그 자체로 위헌정당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진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나 “정당해산심판이 실제로 진행되면, 헌재도 ‘이 정도 되는 정당을 해산해야 하나’ 고민할 것”이라며 “해산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뒤집으면, 국민의힘의 각종 언행엔 “설마 우리를 해산하겠느냐”는 자신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지지층 외 국민에겐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고,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것만 믿고 재집권을 꿈꾸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선을 넘어 진짜로 정당해산심판에 오를 구실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의 계산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달 20일과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다음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질문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48.5%로, 민주당 지지율은 38.8%로 집계됐다.

보수 지지층이 집결하고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자신감을 얻고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극우화된 여론을 얻었지만, 사법부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중도 민심은 어떻게 움직일지 아직은 짐작할 수 없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비호감이 아무리 강해도 이를 뛰어넘는 언행이 이어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장담할 수 없다.

반면교사

정권교체 시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어떻게 대할지, 정당해산심판이 진짜로 진행되면 헌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지나치게 확고한 선택을 하면 퇴로가 막힌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등 지나치게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있는 민주당이 바로 옆에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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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