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노인복지주택 단독 보도 후…

끝나지 않는 토사 분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노인복지주택(용인 실버타운)이 토사 반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 기술자문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앞서 진행한 보강 공법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전달할 자리를 만들었지만 각자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노인복지주택 공사 현장에 관한 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토사 분출 외의 공법을 구상했지만 현장 상황상 위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런 상황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용인시가 주민들의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고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전한 갈등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지난달 22일 수지구청서 고기초등학교 학부모회(이하 학부모회), 토리마을 주민회 사람들을 불러 토사 반출 중재안 설명회를 진행했다.

앞서 학부모회와 시는 지난해 11월 안전점검 관련 전문 업체에 비탈면 안정성 검토를 요청했다. 해당 업체는 최종 결과로 “압성토 및 소일네일링(Soilnailing) 공법을 통해 토사 반출 없이 장·단기 비탈면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용인시는 최종 결과 보고서에 나온 ‘비다짐 성토재 및 일부 표토(붕적층)의 현장 외 반출과 경사 완화를 통해 근본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 안정성 확보 차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전제조건에 집중해 토사 반출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이에 학부모회 사람들은 “이럴 거면 시 예산을 들여가며 용역할 필요가 무엇인가”라며 크게 반발했다. 반면 공사 현장 바로 밑에 거주 중인 토리마을 주민들은 해빙기 이후 산사태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며 시의 계획에 찬성했다.

주민들끼리의 갈등이 심화되자 시에서는 이번 설명회를 열고 ‘왜 시에서 토사 반출을 계획했는지 설명하고 갈등을 봉합할 중재안을 내놓기로 했다.

시는 이번 설명회서 “무너질 위험이 있는 3개 구간 중 1개 구간은 용역서 발표한 소일네일링 공법을 실시하고, 시 기술자문위원회가 해당 공법이 불가능한 나머지 2개 구간은 토사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중재안에는 A 구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토사 구간이 아닌 공사를 진행하면서 나온 암버럭 구간으로 흙의 상태가 느슨한 상황이라 소일네일링 공법 적용이 부적합해 인접 주택가인 토리마을의 피해 예방을 위해 토사 반출을 해야 하고, B 구간서 압성토 사용 시 방재시설(침사지) 저촉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토사 반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개 구간 토사 반출 중재안
“암버락·침사지 위험 있어”

용역 결과의 현장 적용 여부를 검토한 용인시 기술자문위원회 토질 및 기초기술사 이모 위원은 A 구간에 대해 “비다짐 상태의 성토면 안에 암버락이 존재하는 토리마을 옆 위험 사면은 흙이 느슨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인발력 발휘 및 보강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소일네일링 공법은)현장에 부적합한 공법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시공기술사 유모 위원은 “현장 확인 결과 지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소일네일링 공법은 토질이 균질하지 않으면 슬라이딩 우려가 있다. 또 큰 바위는 괜찮을지 모르나 작은 바위들은 비켜나감으로 천공이 어렵고 시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데다, 동결과 융해를 반복하며 국지적 취약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모 위원은 B 구간에 관해 “압성토 공법을 이용할 경우 경사면서 침사지까지의 각도가 오히려 완만해져 대량의 토사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침사지가 토사 유출로 막히게 되면 오히려 공사 현장 아래 있는 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후 폭우가 발생하게 되면 오히려 피해를 더욱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기술자문위원회의 소일네일링 공법 적용 시 안전진단 결과 A 구간과 B 구간은 NG가 났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이 우선이기에 이 같은 중재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해당 중재안대로 토사 반출 및 보강 작업을 진행하게 되면 반출될 토사량은 5만㎥다. 당초 7만5000㎥를 반출하기 위해 덤프트럭 250대가 필요했지만 5만㎥를 반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덤프트럭 수는 절반가량 줄어들게 된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런 시의 설명에도 토리마을 주민들은 “소일네일링 공법을 시행하면 공사 소음과 먼지 등으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학부모들은 “우회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서 토사를 반출하면 대형 트럭들이 다니게 돼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시는 중재안대로 공사를 진행하되 공사 기간을 조정하는 식으로 주민들과 협의를 이어가겠다 입장이다.

결국 5만㎥만?…트럭 절반으로
부승찬 의원 “감사 고려 중”

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이날 발표한 절충안으로 하되 공사 기간을 학기 중까지 연장해 일일 공사 차량 운행 수를 줄이는 등 주민들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며 “늦어도 개학 전까진 방안을 정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가 주민들과 협의를 이끌어내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용인시가 지역구인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토사 반출 민원 처리에 관한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 의원은 ▲사업자의 자연재해대책법 위반에 대한 용인시의 특혜 및 직무 유기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및 직무 유기 ▲토사반출 민원 처리에 있어서 유착,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부 의원은 우선 자연재해대책법과 관련해 자연재해법 제4조 2항, 자연재해법 제6조의 2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남병호 부승찬 의원실 사무국장은 “지금 용인시는 현장에 관해 전문가들을 불러 주민들에게 설명한다고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하지만 지금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충되고 있는 상황을 예상했다면 먼저 전문가들을 불러 현장을 방문한 뒤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시가 주민들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원실은 행안위에 이야기해 필요한 자료를 용인시에 요구할 것이며 방법을 따지지 않고 용인시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만약 용인시가 이런 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센 강도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안전에 대한 조치가 없는 상황서 토사 반출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른 것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용인시가 여기서 다른 액션을 취한다면 그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안전 우선”

이 같은 지적에 시 도시정비과는 “시 입장서도 사고 예방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예방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해빙기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계속 민원이 갈린다고 미적대다가 사고가 나면 주민들 목숨을 담보로 늦장 행정을 하는 것이니 안전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니 의견을 제시해주면 좋겠다”며 설명회를 마무리지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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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