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허가’ 용인 실버타운 특혜 의혹

도로도 없이 삽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김철준 기자 =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 건립계획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 건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소재의 노인복지주택 이야기다. 계획안 인가와 건축허가에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삽을 뜬 것은 의아하다는 업계 이야기도 있다.

용인시 고기동에 건립 중인 노인복지시설의 건립인가를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감사원서도 부적절한 인가라고 지적했지만 용인시가 합법적이라고 두둔하며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도로 여건서 공사차량의 통행 문제도 있다. 주민들은 해당 건설현장이 교통역량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변경된 계획 
갑자기 왜?

논란이 발생한 곳은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 현장이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지난 2010년 9월 고기동 일대 19만9640㎡에 559세대 규모의 실버타운을 개발하기로 계획됐다. 

계획안은 당시 용인시의 ‘도시계획시설 중 사회복지시설(유료노인복지주택)의 입안 기준’을 따랐다. 해당 입안 기준은 분양세대는 50% 이하로 공용목적(의료시설,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 시설은 주거 부분 연면적 대비 20% 이상 확보해야 하며, 원형보존용지 면적을 전체의 30%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실제로 당초 계획안에는 업면적 19만9640㎡, 실버타운 550여가구 개발, 분양 265가구 47%, 연면적 1만1000㎡, 7층 노인병원 건립이 들어가 있었다. 


또 한강유역환경청이 녹지훼손을 우려해 실버타운 높이를 산의 6부 능선인 약 196m까지로 제한하고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에 따라 복지시설의 최초 층고는 지상 8층으로 계획됐었다.

해당 계획안이 노인복지주택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사업자의 개발이익보다 노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용인시에서 승인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용인시는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 기준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분양 비율, 공용조건, 가구수가 전부 풀렸다. 용인시가 발행한 시보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행사는 용인시의 이 같은 행정조처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계획변경인가를 계속해서 신청했다. 공용목적 시설은 없어지고 세대수와 분양 비율도 늘렸으며 용적율마저 올라갔다.

결국 2015년 시행사가 시에 제출한 최종 실시계획인가안에는 400세대 이상 늘린 969세대 중 90%(869 세대)이상이 분양이었으며 1만1000㎡의 요양병원 건립계획은 사라지고 649㎡의 의료지원시설로 바뀌었다. 게다가 계획안에는 지하 8층, 지상 15층으로 용적률이 올리가기도 했다.

노인복지시설서 노인복지주택 
노인복지법 개정 직전 건축허가

일각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 건립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인시는 해당 실시계획안을 인가했다. 게다가 2015년에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용인시가 실시계획안은 인가하고 건축허가를 승인해 특혜 의혹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2010년대 들어 경기 용인시의 ‘스프링 카운티 자이’ 등 분양형 시니어타운이 집중 공급됐다. 하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실버타운을 분양하는 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렸고, 무분별한 전매로 인한 투기수요 유입 문제도 불거졌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폐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7월29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즉 시행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금지되는 사실을 알고도 용인시에 실시계획안을 냈으며 용인시는 또 그걸 인가해 준 것이다.

2015년 7월10일 경기도 건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은 더 명확하게 나온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이 “현 계획으로는 난개발이 우려된다” “고층형이 아닌 저층형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다” “개발계획안이 개정된 노인복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인시 관계자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금년(2015년) 7월28일 건축허가된 건에 한해 분양이 가능한 점을 감안해 조건부로 의결해주길 바란다”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계획안은 위원회를 통과했다.

급발진 모드
서둘러 진행

위원회 통과 이후 용인시 건축 관련 부서는 건축법 저촉 여부만 확인하고 관련 내용의 실시계획인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 부서에 통보했으며 결국 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기 전날,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났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이 마지막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된 셈이다.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그 당시는 노인복지시설 계획안이 처음 제출된 지 이미 5년 정도 지난 후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위원회서 이야기한 것이지,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실시계획안을 시행사가 내고 인가가 나면 업체가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데 시에서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며 급하게 처리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용인시 고기동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말 실시계획인가 및 건축허가 협의 과정서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감사실시를 결정하고 감사를 진행해 용인시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용목적 시설 등이 확보되지 않아 노인복지시설로서의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양형 고층아파트의 형태로 인가됐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시행자가 사업 내용을 변경해 주택 분양 비율을 확대하거나 공용시설 면적을 축소해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는데도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기준’이 폐지됐다는 사유로 시설의 종류와 목적, 관련 법령의 개정 취지와 행정지도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실시계획을 인가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해당 판단을 근거로 노인복지주택이 노인주거복지시설로서 목적에 맞게 설치될 수 있도록 적정 규모의 공용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시행사가 주민들을 모아 도로 확보에 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원 조사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하고 
수상하다

앞서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용인시 고기동 주민 중 한 명인 A씨는 “감사원이 사업 추진 과정서 문제점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첫 삽을 떠 사업 중단을 막겠다는 용인시의 특혜 행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시행사는 고기동 고기초교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시행사는 고기초교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시행사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판단했다.

주민 반대로 도로 사용 못해 공사 중지
감사원 감사·건축 취소 민원에도 강행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교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용서고속도로 운영사인 경수고속도로와 회차로 도로점용을 허가받을 때 허가조건으로 ‘본 점용시설물로 인해 공사 중 또는 공사 완료 후 제3자의 피해, 민원, 고속도로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등 제반 피해에 대해 피허가자의 책임으로 해결 또는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현재 시행사는 용서고속도로 회차로 도로점용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옹벽 설치 중 모든 도로 사용이 막혀 공사가 중지됐지만 용인시는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했다.

용인시는 옹벽 설치 중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전도 및 절취사면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4월11일까지 공사 차량 운행(새벽시간 2시~6시) 일시 허용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차량통행으로 인한 시민 안전 민원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산사태에 의한 재난”이라며 “25톤 일반 공사 차량 대신 5톤 이하 차량으로 제한하고 현장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약 2주간(새벽 2~6시) 옹벽 자재반입 공사 차량 약 15대에 대해 운행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기동, 장투리마을 등 주민들은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의 건축허가 취소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용인시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안타깝지만 당시 노인복지법에 따라 허가가 난 상황으로 위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직권남용
행정소송?

시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건축물 착공 신고서의 기재 사항에 대한 흠결이나 서류 미비 사항 등의 문제가 없다면 ‘건축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거부 시 직권남용이 성립돼 손해배상 등의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실시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를 받은 것도 이상하지만 인가 이후 4~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옹벽만 설치하고 실제 건립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도 건축 취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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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